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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쯤 전에 여러분에게 1500만원을 오디오에 쓰라고 한다면? 이란 글을 썼던 사람입니다.
더위가 끝나면 바로 공사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제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갖추려고 시간이 날 때마다 용산 오디오샵들을 순례하고 있는데 오늘 아주 제대로 벗겨 먹으려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가게 1.
그 곳과 몇 번 거래를 했던 지인이 소개해줘서 갔습니다. 주인은 없고 그 곳 단골인 사람만 가게를 지키고(!) 있더군요. 좀 뻘쭘하게 서 있으니 몇 분 후에 주인이 들어옵니다. 일부러 초라한 행색(청반바지에 맨티)으로 가 봤는데 역시나 이건 뭐 손님이 손님대접을 전혀 못받더군요. 앉으라는 말도 못듣고 5분 동안 서 있으면서 대충 얘기를 듣고 있는데 이 집 주인이 제 손목에 있는 '굴'시계를 본 모양입니다. 사람이 갑자기 친절해지고 말이 많아집니다. 예산을 얘기해줬더니 1분도 안되서 시스템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MA 2275에 대한 찬양에 입이 마릅니다. 맥킨토시 최고의 파워앰프와 최고의 프리앰프가 만나서 만들어진 인티앰프이며... 그런데 가격은 천만원.
세상에, 신품이 900만원 가량 하는 앰프를 민트급 중고라고 천만원이라니... 천만원이면 그냥 MC 275와 C22를 사겠습니다. 그러면서 빈티지 제품은 AS도 어렵고 뭐도 안좋고 뭐도 안좋고 하면서 그 돈이 있는데 왜 빈티지로 가려고 하시냐며 그 곳에서 주력으로 미는 제품들에 대한 찬양이 쏟아집니다. 대충 듣다가 나왔습니다.
가게 2.
다른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얼굴도 안 마주치는 주인과 3분 정도 얘기하다 돈냄새를 풍기니 들어오라는 말을 듣고 겨우 들어갔습니다.
자잘한 묘사보다 견적서를 보여드리자면,
스피커: 알텍 A-5 (우퍼: 515-16, 드라이버: 288-16, 혼: 주물혼 10구, 네트워크: N500F): 550만원(반드시 현금) - N500F는 싱글 우퍼에 쓰려면 매칭트랜스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매칭트랜스는 포함이 안되있더군요.
파워앰프: MC 240: 300만원
파워앰프: MC 40: 350만원
프리앰프: C-20: 250만원
턴테이블: 토렌스 TD 520 + SME 3012R: 250만원
여기에 케이블은 주석선으로 40만원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여기는 제가 멍청해 보였는지 사람을 가르치려 들더군요. 바론은 크기가 작아서 15평 정도 내부에는 들리지도 않고, TR보다 진공관의 우수성을 설명하는데 내구성의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맛이 갔습니다. 하루에 열 시간 씩만 튼다고 해도 일 년 마다 관을 바꿔야 하고, 특히나 정류관 같은 경우에는 수명이 짧아 가게에서 쓰기 힘든데 그런 말은 전혀 안하고 회로에 열이 안 가해져서 훨씬 좋다는 둥 뻘소리만 듣다 왔습니다. 진짜 모르는 사람이 가면 총맞기 딱 좋은 가게들이더군요.
그냥 장터에 잠복하며 원하는 물건이 나올 때마다 스타렉스 렌트해서 튀어가던지 아니면 포닥 나가있는 친구 제자에게 부탁해서 내년에 한국올때 배에 싣고 오게 하던지 해야겠습니다.
원효상가에 있는 모 샵의 주인장 말씀이 생각납니다. '20평? 그냥 지금 집에서 쓰는거 갖다놓고 써. 20평엔 돈 발라봤자 티도 안나. 보스 시스템으로 100만원 정도 하면 돼. 괜히 그런데 돈쓰지 마.' 이런 양심적인 주인장 찾기가 너무 힘든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