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와 스피커 구동의 용이성과의 관계에 대하여
나름의 고민과 경험에 의거한 얘기를 몇자 풀어볼까 합니다.
심심풀이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피커가 구동이 잘 안될 때를 묘사하는 표현은 이러한 것 같습니다.
a. 소리가 스피커 밖으로 터져나오지 못하고 스테이징이 좁고 답답하다
b. 저역이 불명확하고 붕붕거리며 퍼진다
c. 저역의 타격감이 부족하다
이것이 정말로 물리적으로 구동이 잘 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청감상 그러한 느낌이 드는 것 뿐일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구동이 어려운 스피커는 대체적으로 저음에 강점이 있습니다.
네트워크로 강제로 저음을 강조하면 구동이 잘 안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네트워크로 저음을 강조하는 방법은
3웨이라면 L-Pad로 우퍼의 음압을 높이면 되고,
2웨이라면 노치필터를 사용하거나 또는 코일의 용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중역대를 눌러주면 됩니다.
이렇게 할 때,
3웨이의 경우는 그나마 부작용이 적지만,
2웨이의 경우는 구동이 잘 안되는 느낌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IMD (Intermodulation distortion, 혼변조왜곡) 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한 유닛에서 저역과 중역이 모두 재생될 때,
낮은 주파수(저역)의 재생으로 인하여 우퍼의 움직임이 커지고 바빠진 상태에서
높은 주파수(중역)까지 함께 재생하려다 보니,
높은 주파수(중역)의 재생에 왜곡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2웨이에서 네트워크로 저음을 강조시키다 보면 이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해상력이 저하되고 음색이 나빠집니다.
즉, 중역대의 음질이 떨어집니다.
또한, 유닛은 고유의 주파수 특성이 있습니다.
저역이 적되 반응이 빠르고 이탈감이 좋으며 중역 재생에 장기가 있는 유닛(A)이 있는 반면에,
저역이 풍성하고 묵직하지만 반응이 느리고 중역 재생이 평범한 유닛(B)도 있습니다.
즉, 각각 잘 하는 과목이 다릅니다.
일례로, 수학을 잘하는 학생(a)과 국어를 잘 하는 학생(b)이 있다면,
a는 이과로 보내고, b는 문과로 보내면 되는데,
어떤 부모는 a에게 문과를 강요하고 b에게 이과를 강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피커도 마찬가지로,
이 네트워크에 기인한 구동의 문제는 A에게 B처럼 되기를 강요하는 시도에서 비롯됩니다.
네트워크를 통하여 A의 중역을 눌러주면 상대적으로 저역이 늘어나 저역의 양감이 풍부해집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뿐이라는 것입니다.
저역의 양감을 얻기 위하여 희생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청감상 음량이 2배가 되려면 음압으로 치면 약 10dB 정도가 높아져야 합니다.
이를 앰프의 출력으로 환산하면, 3dB당 출력이 두 배로 증가하기에,
약 9dB 증가로 본다면 2 x 2 x 2 = 8배의 출력이 필요한 상황이 됩니다.
즉, 저역의 음량을 청감상 2배 높이는 데에 필요한 앰프 출력은 8배이며,
10dB 만큼의 중고역대의 음압감소를 동반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스피커 음압 또한 10dB 만큼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렇게 되면, 같은 중고역의 음량을 얻으려면 8배의 출력이 필요하니,
앰프로서는 구동이 8배가 어려운 스피커로 변신하는 샘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스피커는 구동만 잘 시키면 크기를 뛰어넘는 대단한 저역을 만들어낸다는
몇몇 음압이 낮은 스피커들은 이러한 식의 저역 부스팅을 적용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맛을 좀 보겠다고 스피커의 몇 배나 되는 가격의 앰프를 구해다 매칭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이런 상황까지 필요한 경우라면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스피커 교체를 권하고 싶습니다.
또한 유닛으로서도 저역에 있어서는 8배나 높은 출력을 받아 재생을 하는 상황이 되는데,
유닛은 최고출력에 가까워질 수록 왜곡이 증가하므로,
이로 인한 음질저하도 수반하게 됩니다.
그 결과, 청감상 음질은, 상기의 구동이 잘 안될 때를 묘사하는 표현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제 결론입니다.
1. 구동이 쉽고 어려움은 단순히 우퍼의 크기나 갯수에만 의존하지 않고,
네트워크의 설계에도 크게 의존합니다.
대체로, 음압이 낮은 스피커는 이러한 네트워크를 구성했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그 만큼 구동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유닛 고유의 주파수 특성을 살려줄 수록 그 유닛은 가진 성능을 최대한 발휘합니다.
따라서, 되도록 최종적으로 필요한 주파수 특성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유닛을 선택함으로써
네트워크에 의한 주파수 억제 정도를 최소화하는 것이
구동이 쉬운 스피커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점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네트워크 차수와 혼동할 수 있을 것 같아 첨언하자면, 차수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 유닛 내에서 넓은 대역에 있어서 음압 기울기를 조정하는 경우를 얘기합니다.
참고로, 차수와 구동과의 관계만을 본다면 고차 쪽이 구동이 수월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