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장터에서 저렴한 씨디피를 구했습니다.
사실 pc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접한 소스기기이며, 또한 현재 유일한 소스 기기인데, 씨디 리핑할 때만 빼면 뭐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씨디를 잔뜩 사왔을 때죠... 아무리 씨디를 리핑해봐도 리핑은 지루한 작업입니다.
지난 토요일에 여느때처럼 씨디를 잔뜩 사들고 집으로 가는데 리핑할 생각을 하니 깝깝하더군요. 갑자기 뭐에 홀린 것처럼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모바일 와싸다를 접속합니다. 몇페이지 뒤져보니 cd-6030g 매물이 올라와있더군요. 씨디 몇장 덜산다는 생각으로 바로 연락해서 사버렸습니다.
밖에서도 장터링이라니... 참 좋은 세상입니다. :)
각설하고... 택배거래임에도 불구하고 픽업은 쌩쌩했습니다. 파시는 분께서 외관이 그닥 좋지 않다고 했는데 제 기준에서는 괜찮았습니다. 리모콘이 없다는게 좀 걸렸지만요.
그래도 15년이 넘은 녀석인데 혹시나 해서 뚜껑을 열어봤습니다. 커패시터 몇개가 임신을 했군요. 부품통 뒤져서 임신한 것들 새것으로 바꾸고, 뜯은 김에 opamp와 로우패스 필터에 들어간 캡, DC커플링 캡, 디커플링 캡까지 바꿨습니다.
특별히 비싼 부품은 없습니다. 걍 부품통에 굴러다니던 것들로 교체했지요.
언능 뚜껑닫고 본격적으로 앰프에 걸어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소리가 좋습니다. 오디오 리뷰에서 보는 각종 수식어들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이 있네요.
사실 이것저것 따지고 보면 거의 모든 면에서 PC에 물려있는 DAC보다 한수 아래입니다. 근데 CDP로 들으니 더 매력있게 들립니다.
하드디스크에 있는 수많은 음원들은 리모콘으로 휙휙 돌리면 언제든지 빠르게 접근할 수 있죠. 덕분에 음악을 듣고 있더라도 다른 음악이 생각나면 듣고 있던 음악을 다 듣지도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고, 음원이 쌓이다보니 정작 사서 리핑까지 해놓고서도 잘 듣지 않는 음악도 생겼더랬지요.
이번에 산 씨디피는 리모콘도 없으니 씨디 하나 걸어놓으면 트랙 바꾸는 것 조차 큰 일입니다. 덕분에 씨디 하나 넣어놓고 음악들으면서 커버도 찬찬히 다시 보고, 과거에 무심결에 넘어갔던 부분도 주의깊게 듣게 되네요.
그렇게 4시간을 내리 음악만 들었습니다.
직수입씨디 두장 가격 + 1시간 가량의 노동 + 약간의 부품값으로 간만에 음악적 쾌감을 맛보았습니다.
기분 좋게 잠들겠네요.
ps. 찬조출현한 MD2200 배딴 모습도 올려봅니다. (마지막사진) 예전에 오버홀하면서 미친년 머리카락같던 배선을 정리한 모습인데, 제가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각을 잘잡았네요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