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감각도 없는 제가 웃자고 쓴 글이니 너그럽게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자고 쓴 글에 죽자고 달려드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Part 1:
A씨는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 미식가까지는 아니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냥 즐겁다. 얼마 전에 동네에 하이엔드 초밥이 새로 문을 열어서 친구 B에게 한번 가보자고 한다.
A: B야, 하이엔드 초밥 맛있대. 한번 가보자.
B: 초밥이라면 우리 동네 저렴한 엔조이 초밥도 있는데? 가격만 비싼거 아냐?
A: 그래도 신선한 국산 생선을 써서 뭔가 다르대. 어디서 보니 국산 생선에는 안좋은 맛을 내는 J 성분이 절반이라 더 맛있다더라.
B: J 성분의 차이에 따라 사람이 맛의 차이를 느낀다는 결과라도 있냐? 더블 블라인드 ABX 테스트라고 들어봤어? 사람들이 짜장면 맛의 차이를 느낀다고 했는데 20년 전에 수행한 더블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보니 짜장면 맛 구별하는 사람 없더라. 초밥도 안봐도 비디오야.
A: 그래도 '초밥 초이스' 잡지 보니까 이번에 잡지 리뷰에서 최고의 초밥집으로 뽑혔다던데? 그 리뷰 쓰는 사람들은 전문가잖아? 게다가 블라인드 테스트로 구별한거라던데?
B: 쯧쯧. 너도 참 순진하다. 그 잡지가 어떻게 운영되냐? 광고비 받고 운영되는거야. 보나마나 하이엔드 초밥에서 돈으로 밀었겠지. 게다가 걔네 블라인드 테스트 방법에 문제가 얼마나 많은데. 한마디로 개념이 없는 애들이야.
다시 이야기하지만 너 참 순진하다. 세상에 악덕 식당 주인이 얼마나 많은데,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똑똑해져야 하는거야.
A: 그냥 가서 먹어보고 생각해보면 안될까?
B: 너나 가. 혹시 네가 엔조이 초밥 맛하고 블라인드 테스트 해서 구별할 수 있다면 그 때 생각해볼께. 참, 기억해. ABX 더블 블라인드야.
A: @.@
Part 2:
B에 좌절한 A씨, 소문난 미식가 C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A: C야, 하이엔드 초밥 맛있대. 한번 가보자.
C: 흠 하이엔드 초밥은 좀 그렇고...초밥하면 골드문트지. 초밥 일인분이 50만원이라 좀 비싸기는 한데 다 다른게 있는 법이야.
A: 전에 보니 골드문트나 하이엔드나 생선 가져오는 곳은 같다던데? 요리사도 같은 곳에서 공부한 사람이라 거의 맛도 같대.
C: 네가 맛의 세계를 무시하는구나. 먹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아.
식당에 도착한 A와 C.
C: 벌써 요리사가 쓰는 도마하고 칼부터 차이가 나잖아? 저 서빙 접시나 젓가락 하며.
A: 그게 맛에 그렇게 중요하냐?
C: 네가 미식의 세계에 들어온지 얼마 안돼서 그러는데 다 차이가 있는 법이야.
C: 음 저기 요리사 보이지? 이 집은 와사비다루는 방법이 달라. 그게 맛의 비결이지.
A: 와사비를 어떻게 하길래?
C: 넌 잘 모르겠지만 보통 다른 집에서는 와사비를 강판에 갈기 전에 몇 조각을 내. 그렇게 하는게 갈기 쉽거든. 그런데 그건 뭘 모르는 애들이나 그렇게 하는거야. 그렇게 하면 맛이 없지. 와사비는 역시 자르지 않은 상태에서 한번에 갈아야지.
A: 어차피 갈게 되는건데 그게 무슨 상관이지?
C: 나도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효소 오메가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
이전에 뭣도 모르는 녀석이 화학 측정을 해서 그런 차이 없다고 했지만 내 미각은 측정기보다 정확하거든. 설마 너 의심하는거냐? 내가 초밥집을 몇 군데 다녀본줄 알아?
A: 응? 응...
좀 극단적으로 그렸지만, 평범한 오디오파일은 A씨 모습에 가까울겁니다.
B씨가 하이엔드 초밥을 먹어보고 쓸데 없이 비싸기만 하다고 하면 A는 어느 정도 수긍할겁니다. 사람 입맛은 모두 다른 법이니까요. 그런데 B는 먹어보지도 않고 안먹을 이유만 줄줄 읊어댑니다.
한편 마찬가지로 C씨가 권위 대신 조금 더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줬으면 A씨도 C씨에게 뭔가를 배웠다는 느낌에 고마웠을거구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한 발 떨어져서 자신의 말이 타인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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