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직장 동료의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너무나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데 너무나 다른 소리가 나왔습니다. 이건 뭔가...하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 벌써 7년 쯤 되었네요.
그때부터 오디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저는 그 직장동료의 조언과 뽐뿌 덕분에 6bq5싱글 진공관 앰프를 시작으로 이 바닥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시작이 진공관이다 보니 계속해서 진공관 앰프만 쓰게 되었고 두툼하고 따스한 소리가 좋아서라기보단 그저 익숙한 소리가 되었습니다.
수입이 뻔한 월급쟁이, 그나마도 결혼을 하고나니 용돈 생활자가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소소하게 바꿈질을 하다보니 국산제작자가 만든 진공관 프리, 파워를 쓰게 되었습니다. 스피커도 이리저리 써보다 비엔나어쿠스틱 모짜르트를 사용하고 있구요.
모든 바꿈질이 그렇겠지만 소스기기나 앰프나 스피커를 바꾸면 '와 좋다~, 다르다~'이런 느낌이 들지만 몇일 듣다보면 그저 일상처럼 느껴지더군요.
직장에서 퇴근을 하면 드라마를 보는 집사람과 함께 보다가 집사람을 먼저 방에 들여보내고 밤에 2, 30분 정도 음악을 듣고 잠자리에 들곤 했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진공관 앰프가 조금 번거롭게 느껴졌습니다. 앰프 예열에 대한 부담도 약간 있고 진공관은 자주 껐다켰다 하면 안좋다는데 2, 30분 듣자고 켰다 끄는 것도 그렇고... 몇시간 음악을 들을 때는 참 좋은데 자투리 시간에 진짜 듣고 싶은 곡 한, 두곡 들으려 할 때는 뭔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하던 차에 오디오아날로그 앰프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와싸다에서 다양한 조사(?)를 했습니다. 매장에 나가 청음을 해볼 상황까진 안되어서 게시판을 열심히 보았습니다.
베르디나 푸치니 생각하고 있는데 내가 원할 땐 매물이 잘 안나오더군요. 매물이 나왔다하면 순번이 밀리고 ㅡㅡ;; 여하튼 우여곡절끝에 푸치니세탄타를 업어온게 한 열흘 되었습니다.
진공관 앰프를 다 빼내고 단아하면서도 세련되 보이는 푸치니는 연결해 주었습니다.
가격으로 보자면 제가 쓰던 오클프리앰프와 하모니파워를 더해도 푸치니보다 저렴했습니다. 가격상으론 업글이지만 인티와 분리형의 차이다 보니 기존의 시스템에서 편리성을 더한 옆글이라고 생각하고 단행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테스트를 해보고 첫 번 걸어본 씨디는 게리 카가 연주하는 콜니드라이. 콘트라베이스를 긁어주는 느낌이 정말 좋더군요. 다른 분들이 말씀하시는 질감이라는게 이런건가 하면서 감탄했습니다. 이런저런 씨디 틀어보면서 참 좋아라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담없이 켜고 끄는게 좋았고 리모컨이 있다보니 좀 더 편한 부분도 있고.. ^^
그런데 한 열흘을 꾸준히 듣다보니 소리가 좀 걸립니다. 기존의 듣던 프리 파워 조합에 많이 익숙해져서인지 다소 경질로 느껴지더군요. 선이 가는 느낌...
어젯밤에는 앨런그뤼모가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을 들었는데 느낌이 좀 다르더라구요.
소리는 분명히 원래 진공관 앰프들이 포근하고 소위 말하는 음악성있는 소리를 들려주는데 진공관에서 TR로 가려고 했던 이유들 때문에 살짝 고민이 됩니다.
조금 불편하고 신경쓰여도 기존 시스템을 고수할 것이냐...
세련된 모습과 편리성에 음악성을 살짝 깎은 다운글로 타협하느냐...
어렵네요... ^^
그냥 그야말로 혼잣말, 넋두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