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39주년 특별 기획이라며 모스크바 필하모닉을 초청해왔더군요.
공짜표가 생겨서 갔었습니다.
공연 장소가 올림픽체조경기장이었습니다. 가기 전부터 음향이 안좋을 것으로 미리 생각했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연주는 정말 훌륭했었습니다.
근래에 정말 드물게 본 명연주였습니다.
그런데 무대가 세상에....체조경기장 음향이 안좋을 수 밖에 없지요.
그 넓은 곳에 뒤에 음이 반사될 것도 없고하니 연주자마다 마이크를 설치하고 PA 스피커 수준의 스피커로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하지만 최악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이태원이란 뮤지컬배우가 나왔는데 아리아를 부르더군요. 발성도 안되고 호흡 조절도 못하고 지휘자가 보다 못해 지휘대에서 내려와 악보를 눈 앞에 가져다 주더군요...
하지만 최악은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진짜 최악은 무대 양 옆과 연주자들 바로 뒤에 설치된 초대형 스크린이었습니다.
양쪽 스크린으로는 곡의 제목과(이것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천박한 지상파TV를 보면 나오는 어디 어디가 아름다운 곳이다하고 외우라는 자막이 매 곡마다 나왔습니다.
그것도 부족해서 무대의 스크린에는 너무 밝아서 연주자들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밝기로 음악과 함께 즐기라는 영상이 나왔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가질 수 있는 상상력이란 상상력은 모두 앗아갈 뿐만 아니라 눈이 부시다 못해 아파서 무대쪽을 바라보기도 힘들었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예술가들을 데려다가 좀 해도 너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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