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ted Link: http://www.youtube.com/watch
현대 오디오의 대세는 PC파이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뉴미디어파이이다. PC는 현재의 부팅속도와 소음 등 제약이라면 CD를 따라오기 힘들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문제이고, 조만간 CD나 그 외의 미디어는 역사 속에 사라지고 레어 아이템으로 LP와 같은 콜렉션의 대상이 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파일 형태로는 제품의 핵심인 음악만 있고 실질적으로 만지고, 정서적 관여를 줄만한 실체가 없다는 심각한 단점이 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몇 Tb의 음원이나 영상 자료를 갖는 것이 무슨 자랑거리인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누구나 원하면 얼마든 지의 소스를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제 반제품인 파일을 갖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일 뿐이다. 뉴미디어파이가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완제품으로 소비자에게 포지쇼닝 할 것인가가 생존 또는 경쟁의 열쇠다.
이런 환경에서 LP는 아직도 소수의 오디오파일들에 의해 틈새시장이 유지되고 있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떨까 ? 사실 LP는 기능적 측면에서 결정적인 약점을 않고 있다. 도대체 말러의 2번, 8번 교향곡이나 부룩크너의 8번 교향곡을 위해 3-4번을 움직여야 하는 게 말이 되는 가? 리모컨이 없다는 것은 애교 정도다. 게다가 구조적 잡음과 관리의 불편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잡음에 관한 Zero tolerance가 컨셉인 하이엔드 오디오파일에게는 치명적이다. 반면에 충분한 정보, 미적 주변 제품을 제공하는 재킷과 해설지 등은 음악을 듣는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약간의 잡음이 동반된 모노 또는 60-70년대 클래식이나 뽕짝, 트로트 등에는 실제 음질의 두 서너 배의 상승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CD는 기능성측면이나 음질 면에서 LP의 단점을 대부분 극복한다. 반면 PC파이에 비해 동선이 길어지는 것은 상대적 단점이다. 정서적 측면에서 PC파이 보다는 우월하지만 LP가 제공하는 아우라를 압도하지는 못한다. 이런 면에서 LP는 CD의 대체품이 아닌 보완재로서 경쟁력을 갖는다. 그래서 집이나 사무실에서 턴을 반복적 또는 간헐적으로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메인으로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불편하다. 특히 클래식음반을 듣다가 중간에 뒤집어야 하는 감성적 단절은 도저히 참기 어렵다. 과연 LP를 메인으로 듣는 분들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졌을까 추정해 본다. 물론 설문조사나 FGI등 질적 조사를 하면 나오겠지만 그런 자곤을 들먹거리기에는 동호회원들의 이질적 배경이 너무 크다. 해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신용카드 절대 여러 장 안 쓴다.
각종 마일리지 잘 챙긴다.
인간관계 대소사도 빠짐없이 잘 챙긴다.
대체로 보수적이다.
동적인 취미보다는 정적인 취미를 추구한다.
결혼은 대략 중매로 했거나 연애라면 오랜 기간을 거쳤다.
여러 사람을 사귀기보다는 몇 사람을 깊게 사귀는 편이다.
법(교통법규 등)을 잘 준수하는 편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온고이지신이다.
결혼은 비교적 늦게 한 편이다.
가끔 장롱이나 서랍에서 숨겨 둔 돈이 나온다.
범칙금이 나오면 바로바로 내는 편이다.
어지간해서 신경질을 내지 않는다.
마이너스 통장은 쓰지 않는 편이다.
충동구매를 거의 하지 않는다.
집안에 오래된 물건을 어지간해서 버리지 않는다.
음 그 외 또 뭐가 있을까 ?
심심해서 동일 음원을 갖고 비슷한 가격대의 LP와 CD, PC파이(Flac)를 비교를 해보았다. 음원은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 싱어송라이터인 쟝 페라의 "Heureux Celui Qui Meurt D'aimer" (사랑으로 죽는 자 행복하여라) 시인이자 골수 공산주의자인 루이 아라공의 시이다. 결과는 생략한다. 어느 것이 다른 것 보다 더 좋거나 부족한 게 그리 중요한가? 각자가 나름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매체를 가지면 그 것으로 족하리라.
http://www.youtube.com/watch?v=xXFpRZMdLc4
사무실에서 간소하게 하는 L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