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채우려고 선택을 하다가 우연하게 "연극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간 교수들의 영화의 이해니 몇몇 정말 어처구니 없는 수업방식에 황당해서 크게 기대를 안하고 받았던 수업이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수업의 내용이 알찼던 이유는 아마 지금은 전주시 문화홍보부의 담당자이며 한 연극 하우스의 당주?였던 교수님의 열의 때문에 한 학기를 무척 즐겁게 보냈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 수업의 대목중에서 연극의 역사와 정의를 언급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왜 연극을 보고 듣는가? 라는 질문에 연극을 봄으로써 대리적인 삶을 체험할 수 있으며 공감과 대리체험을 통한 자기 연민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대목은 꽤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던 기억이 납니다.
갑자기 뜬구름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우리가 즐기고 느끼는 오디오의 주 매체가 되는 음악과 영화는 너무 일상적이고 무덤덤한 삶 속에서 잊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희노애락의 감정을, 마치 잊혀진 전설처럼 생각해 내고 자기연민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는데요. 왁스1집부터 5집까지 들으면서 전 다시금 이 어구를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이 앨범을 주문하고 한동안 듣지 않다가 벚꽃이 한참 휘날리는 계절에 들었는데, 이 봄과 아니 벚꽃이 지는 계절과 이토록 잘 어울리는 노래를 듣긴 실로 오랫만입니다. 이런 기분은 아주 오래전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을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과 같은 것입니다.
몇 개의 인상깊었던 곡으로는
일주일란 곡이었는데요. 발라드와 R&B의 형식을 차용해서 썼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억지로 수많은 명사와 미사어구를 나열하는 것과는 다소 차별되는, 마치 랩을 하는 것 같이 일상을 주욱 나열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아마도 이 곡을 타켓으로 둔 것은 20대 초중반이 아닌 삶의 희노애락을 어느 정도 겪었던 30대나 혹은 이미 원숙미를 더하는 40대를 타켓으로 둔 곡이 아니었을까요? 별달리 연주기법이 뛰어나다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왁스의 목소리 하나를 악기로 해서 이별 이후의 이야기를 잔잔히 그려간 것 같습니다.
이 곡을 들으면서 잠시 "이네사 갈란테"라는 소프라노가 생각이 되었는데요.
이별의 그늘이라고 제명이 붙어있는 이 곡은 기존의 "화장을 고치고"처럼 일정 부분의 음악의 느낌이나 성향을 차용해다 자기 식으로 소화를 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노래 느낌은 아마도 "별빛에 흐르는 눈물"을 거의 유사하게 차용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바로크 계열의 클래식같은 느낌과 모던한 느낌을 믹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 판의 대표곡은 초반부의 감정의 절제와 제법 베이스로 깔리는 기타곡을 합쳐놓은
"욕하지 마요"가 아니었을까? 아마 이 판의 메인 타이틀 곡을 듣고 있으면 기존의 "화장을 고치고"나 "부탁해요"라는 느낌에서 한 단계 진화를 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끝없이 올라가는 가창력과 힘이 느껴진 곡들이 전자의 두 곡이라면 이 판에서는 힘을 가지고 있으되 절제가 되어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법 많은 곡들이 Mix된 형식을 지녔다면 이 곡은 순수한 발라드를 지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형 뉴에이지 판으로 인상 깊었던 판은 "푸른 자전거"라는 음반이었습니다. 상큼함, 허전함, 영롱한 피아노 음율.. 전반적으로 이 판이 승부를 걸고자 하는것은 기타음과 영롱한 피아노, 절제되고 힘이 있는 목소리라는 부분입니다. 그런 것들이 깊게 담겨 있는 곳이
"슬퍼지려 하기 전에"인데요. Wax의 가창보다는 가볍게 부르긴 하지만 악기와의 매칭이 두드러지는, 그런 곡이었습니다. 이 곡을 들으면서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가 오버랩 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가요? ^^
그녀의 곡들을 들어보면서 참 다양한 쟝르를 발라드라는 쟝르에 믹스를 시켜서 사용합니다. 물론 이러한 판들이 상업성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은 분명 부인하기가 어렵지만 그 상업성 외에 다른 점을 찾는다면 아마도 이런 여러 쟝르를 해석하고자 하는 열정이 숨어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동질감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감성"을 자극한다는 부분이 아마도 지금까지의 왁스의 노래들이, 적어도 저에게는 장수하는 한국형 가수였습니다. ^^
단순히 음악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오디오적인 부분을 들여다 봅니다. 사실 가요음반의 가장 취약점이라면 "녹음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나왔던 다섯장의 왁스 음반 중에서 녹음이라는 문제는 그래도 상당히 상위 클라스에 있다는 부분은 저를 한없이 기쁘게 합니다. 물론 고질적인 문제인 저역대의 과장스러운 녹음을 피해가지는 못했지만 한 가수의 재능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여서 판을 내놨는가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사실 4집은 다소간 실망스러웠던 시험작이었다면 5집은 그런 문제작을 상당히 많은 부분 보완해서 감성을 자극하는 판이라고 감히 말해보고 싶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