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포에는 벚꽃이 눈처럼 흩날렸습니다.
다른 해보다는 조금 늦게 만개한 벚꽃을 맞으러
오늘 오후예배를 드린 다음에 가족들과 함께 경포로 나갔었습니다.
7번 국도에서 경포로 진입하는 4거리부터 이미 차가 밀리더군요.
강릉 생활 2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종합운동장으로 해서 옆길로 돌아서
귀퉁이길로 가로질러 가서 선교장 근처에 차를 갔다가 세워 놓고 걸었습니다.
분위기를 잘 타는 큰 아이는 감기가 걸렸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단발머리를 나풀거리고 뛰어다녔고
작은 아이는 초입부터 배가 고프다고 투덜 거렸습니다.
원 녀석도 점심먹은지가 얼마나 됐다고...
경포대와 경포 호수 주변은 온통 꽃동산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산책을 하는 사람, 인라인을 타는 사람
그리고 연인끼리, 가족끼리 그것도 아니면 친구들끼리
꽃만큼이나 밝은 표정으로 경포호숫가를 거닐면서 한가한 오후를 보내더군요.
오늘 걸은 거리가 한 6~7km는 족히 되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참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경포 호수를 산책하면서 군것질을 한 관계로
저녁을 느지막히 먹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하일라이트를 듣습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 공부를 잘한 사람이 어떻게그렇게 음악적인 재능까지 뛰어났을까요?
하나님은 공평하시다고 하지만 몇몇 사람에게 있어서 만큼은 예외인 것도 같습니다.
먼저 제가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자주 듣는 이안 보스트리지.
옥스포드와 캠브리지에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받은 수재인데 노래까지 잘해서 최근 각광받는 리트 가수 중 한 사람이죠.
그리고 바로 이 사람. 앤드류 로이드 웨버.
역시 옥스포드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이죠.
그리고 20대 초반부터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많은 뮤지컬을 만든 장본이기도 하구요.
오늘은 그의 하일라이트 음반을 듣습니다.
이른바 "앤드류 로이드 웨버 3종 세트", 사실 이건 내 나름대로 붙인 이름이고
소니뮤직에서 나온 [The Great Collection Andrew Lloyd Webber]가 정식 이름이죠.
사실은 이 음반을 구입하기 전에 먼저 구입해서 듣던 음반이 있었는데
유니버셜에서 나온 [Andrew Lloyd Webber Gold]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곡들이 대부분이어서 지금도 애청하는 음반 중 하나입니다.
특히 Jayson Donovan이 부른 Any dream Will do나
Michael Crawford가 부른 The Music of the night 같은 곡
그리고 Sarah Brightman 과 Cliff Richard가 부른 All I ask of you 같은 곡은
제가 참 좋아 하는 곡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이 노래들을 잘 배워서 딸 아이에게 반주를 시키고
불러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언젠가 피할 수 없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 자리가 생긴다면 짐짓 아무렇지도 않게
All I ask of you를 부르고 싶은데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공연히 가슴이 설레는군요.
소니 뮤직에서 나온 음반은 제목 그대로 컬렉션인데
본래 공연에 출연했던 출연자들이 직접 불렀다는 특징이 있는 음반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름대로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하는군요.
생소한 곡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건 그것 대로 좋군요.
앞에서도 말한 Any dream Will do 같은 곡은 참 좋아 하는 곡인데
바로 꿈의 사람 요셉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r Dreamcoat]에 나오는 곡이죠.
몇 년 전에 EBS에서 방영해 주는 이 뮤지컬을 아주 재미있게 본 적이 있는데
극 중 요셉이 부른 이 노래를 cd를 통해서 들을 때마다 나는 과연 꿈을 잃지 않고
살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소심한 나는 어렸을 적에도 남들처럼 거창한 꿈을 가져 본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작고 소박하지만 나름대로 꿈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서는 불행하게도 이전에 내가 어떤 꿈을 꾸었는지 조차 희미해지고
그저 꿈을 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 버린 사람처럼 일상에 푹 빠져 버린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모습만이 내 삶에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탈무드를 보면 '勝者(승자)의 주머니 속에는 꿈이 있고,
敗者(패자)의 주머니 속에는 욕심이 있다'고 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 꿈은 없고 욕심만 남아 버린
영혼이 가난하고 누추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요셉은 '꿈꾸는 자' 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다른 형제들로 부터 놀림을 받았지만
하나님이 그에게 주신 꿈을 잃지 않고 또 그것이 이루어 질 것을 믿고
희망을 잃지 않다가 결국에는 그 꿈을 성취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오늘 나도 꿈을 잃지 않는 사람,
아니 늘 새로운 꿈을 꾸는 '꿈꾸는 자'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갖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