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취한 김에 와싸다에서 좀 더 놀다 자렵니다. 10년 만에 듣는 LP의 마력이 굉장하군요.
100 Jahre Berliner Philharmoniker: Wilhelm Frutwangler 다음에 Barbara Streisand:
The Broadway Album, 그리고 Supertramp: famous last words 를 듣고 있습니다.
Old Spice는 미제 애프터셰이브로 유명하죠. 면도를 시작한 뒤 몇 년 후 쓰게 된 브랜드로 계속 써왔는데 언젠가부터 수입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국산 향 약한 것을 씁니다. 그런데 Old Spice란 단어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옛날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실렸던 짧은 유머입니다 :
어떤 할머니가 가게에 들어옵니다. 향수 중에 “오래된 배우자”란 게 있수? 하고 묻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한테 얘기를 듣고도 “Old Spice”를 “Old Spouse”로 잘못 들었던 거지요.^^;
그렇게 저는 모르는 사이 옛날 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DVD를 몇 장 들였습니다.
세장짜리 Citizen Kane, Orson Welles의 Macbeth와 Othello, 그리고 It's a Wonderful Life.
여기에 덧붙여 Simon & Garfunkel의 재회 공연인 뉴욕 센트럴 파크 공연실황, 그리고
실망스런 Montreal 공연 실황 DVD 이후 신중을 기해 선정한 Queen의 Live Wembley '86이었죠.
두 편 다 녹음, 녹화 당시를 고려할 때 상당히 애를 써서 잘 만든 공연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Simon & Garfunkel의 공연은 그 당시 MBC에서 공연 몇 일 뒤, 마치 실황중계하듯
시간을 할애해서 보여주던 모습이 기억나기는 했지만, Queen의 공연 실황을 먼저 본
관계로 생각보다 감흥이 덜했습니다. 물론 몇몇편의 옛날 공연 DVD 경험으로 옛날 것에서
죽이는 화질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다시 꼼꼼하게 보면서 느낀 것은, Paul Simon이 그 동안 가사나 멜로디,
공연 등을 통해 보여준 것 보다는 훨씬 더 까다로운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고 주옥같은 가사로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사람이지만, 부인 등
가족을 포함해서 주변의 무척 힘들게 할 수도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20년의 짬밥이 사람을 그렇게 다르게 만드는 걸까요?]
사실 저는 지금까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된 데에는, Garfunkel의 책임이 더
크다는 생각을 막연해 했었거든요. -.-
Queen의 Live at Wembley '86 공연은 이전의 공연실황 DVD에 비해 훨씬 나은 화질과
음질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Mercury가 자신의 AIDS 감염 사실을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당시에 동성애자들 사이에 유행하던 스타일로 무대에 서고, 또 멋진 공연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 유명한 Bohemian Rhapsody 등 어려운 곡들에서는 교묘하게 음정을
조정해서 세월의 한계를 슬쩍 넘어가지요. 어쨌든 웸블리 구장의 관중석과 구장 전체를
메운 모습은 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몇 군데 옥의 티에도 불구하고 당시나
그 전에 만들어졌던 여타 공연실황 DVD에 비해 나름대로 잘 만들었다고 해야겠군요.^^;
지금은 LP로 전인권의 솔로 앨범 ‘파랑새/아침이 올 때까지’(88년)를 듣고 있습니다만,
역시 자신이 제일 치열하게 혹은 열심히 들었던 음악이 제일 멋지게 들리는 모양입니다.
이 앨범을 마저 듣고 이제 지치고 취한 몸을 쉬어야겠습니다. ^ㅇ^
편안한 주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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