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너무 피곤해서 그나마 일찍, 자정 조금 지나서 귀가했다
안방에 들어가니 쭈누는 비몽사몽, 자다말고 눈을 게슴치레 떳다.
계속 되는 PT 때문에 새벽별보기 운동을 하는 요즘,
눈 뜨고 있는 쭈누 다인이 본지가 하도 오래라
그나마 게슴치레 눈이라도 반가운 마음에 쭈누야! 소리치며...
쭈누에게 달려들어 뽀뽀를 하니 녀석이 앙탈을 부렸다.
하긴, 내가 쭈누적 나이 때 아버지가 부벼대던 따가운 수염이 감촉을 기억한다.
아버지는 따가운 수염으로 내 여린 뺨을 긁어 대는 걸 무척 즐기셨지만,
아버지의 그 기쁨과는 달리 나는 진저리치게 싫어했었다.
그러니 쭈누 녀석이라고 별다를 수 있겠나? 얼마나 진저리치게 아프고 싫을까
녀석이 온몸으로 거부한다는 게, 잠결에 사지를 뒤틀며 아빠를 걷어차는 꼴이 되었다.
쭈누에게서 몸을 떼는 내게 발길질을 하니, 마침 그 발이 내 목을 걷어 찬 것이다.
켁-
순간, 나도 놀랐고, 쭈누도 놀랐다.
잠깐의 정적-
여기서 화를 내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다시 쭈누에게 몸을 기울이며 부드러운 소리로, 쭈누야~
그런데 그게 내 실수였다.
잠시 제 거친 행동에 주춤했던 쭈누가 다시 다가가는 아빠에게
재차 몸을 뒤채며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난사하는 발길질.
아빠 싫어, 저리 가
나도 순간, 좀 화가 나서, 팩 토라져서
그래, 아빤 쭈누 필요없어, 다인이만 있으면 돼! 다인이가 훨씬 예뻐!
하며 다인이가 누워있는 침대로 갔다.
다인이에게 다시 그 수염숭숭 입으로 뽀뽀를 하려는 찰라,
저편의 쭈누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아빠, 회사에서 살아!"
쿵...눈이 캄캄했다.
헉...심장이 멈췄다.
나는 더 이상 화를 내지도, 그렇다고 쭈누를 부드럽게 타이르지도 못하고
허위허위 거실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저 아이는 무슨 생각으로 저 말을 한 걸까?
아빠 보기 싫으니 회사에 가서 살라는 얘긴지
아빠가 보고 싶은데 자기랑 안놀아주고 일만하니
그럴바엔 아예 회사에서 살라는 얘긴지
어느 쪽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쭈누가 태어나서 냅습막?쭈누에게 상처를 받았다.
아니면 내가 그동안 쭈누에게 상처를 준 것인지도 모른다
무중력상태처럼 걸어서 마루를 빙빙 돌았다.
머리속이 텅 빈 진공상태처럼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프랑크의 가상칠언을 들었다
이번 부활절 공연곡이다
워낙 좋아하던 곡이라서,
부활절 곡으로 선정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 흔히 알려지지 않은 곡을 선정한 지휘자 선생께 감사했었다.
이번만큼은 꼭 연습 빠지지 않고 제대로 해야지! 결심도 했었다.
그런데, 벌써 2주째 연습에도 못나간다.
쭈누 얼굴도 제대로 못볼지경이니...
듣는 내내 괴로웠다.
내 등 뒤에도 십자가가 달린 듯 했다.
내 아내와 내 아이를 위한 십자가라고 생각하면 너무 감상적인 걸까...
프랑크의 곡은 슬프고도 아름답게,
장엄하고도 숭고하고도 또한 아주 인간적으로
나를 달래주고 위로했다.
그럼에도 듣는 내내 괴로웠다.
어느덧 시간은 3시가 넘었다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니 쭈누가 쌔근쌔근 자고 있었다
더는 참지 못하고 자는 쭈누를 부둥켜 안고 비비고 부벼댔다
거친 수염이지만, 고맙게도 이번 만큼은, 쭈누는 세상 모르고 잤다.
* 음악이라는 게 도대체, 오디오라는 게 대관절 무엇일까요?
사람이 없다면,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없다면
그건 그냥 소리와 기계에 불과할 것입니다.
때론 음악과 오디오를 빗겨간 생활의 이야기처럼 들리기에
게시판 성격과 어긋난다는 얘길 듣지만,
사람과 생활의 이야기가 없다면 그건 그야말로 기계적인,
인간이 배제된 삭막한 글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또!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합니다
단지 음악과 오디오는 소품일뿐인 이야기를 말입니다.
하지만, 어제밤 들은 가상칠언이 그 어떤 음악적인 해석이나 분석적인 글보다도
제 자신 스스로에게 깊이있게 다가왔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곡이 인간에게 미치는 마음 깊은 지대의 그 무엇을 전달할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저는 만족합니다.
그러면 전부 아닐까요?
저는 레코드 리뷰어나 오디오 리뷰어는 아니니까요.
(그런 건 명곡100선이나 오디오 연감에 다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