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영상과 음향에 대한 정보가 정보화의 홍수를 이루는 상황에서 반면에 가슴을 울리거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수 있을만한 수요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종잡아도 2005년 신년을 시작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근 60여편의 영화를 보면서도 기억에 강하게 남는 영화는
첸 카이거 감독의 "투게더', "비포썬셋", "인크레더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붉은 수수밭" 외엔 없는걸 보면 확실히 자극에 무덤덤해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기에
쿵푸허슬에서 받았던 자극은 제법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일단 내용은 별게 없다."
며칠 전에 리드미컬한 북소리와 영상미를 즐기고자 우연하게
영화 "영웅"을 본 기억이 있다. 지금 다시보아도 아름다운 영상미와 AV적인 쾌감을 자극하는 장면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그리고 자주 비교선상에 올라오는
와호장룡"을 보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게 되었다.
(덕택에 다음 날 늦잠자서 지각할 뻔 했다..T.T) 아마도 영화가 주는 차이는 영화의 시나리오와 구성, 그리고 자극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한다.
동양적인 정취를 좋아하는 이라면 대밭에서 차를 마시며 서로의 감정을 절제하는 장면이나 리무바이가 죽으면서 수리엔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사제 마지막 숨을 이용하여 그대에게 말할께. 사제를 사랑했어. 내가 죽어 혼백이 되어도 그대의 영혼이 있기 때문에 외롭지 않을거야."라는 임펙트가 강한 장면들... 아마도 수작과 명작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짓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기에 지금 이야기하는 "쿵푸허슬"은 좋은 점수를 줘봐야 수작일 것이다. 쉽게 평범한 내용이다.
"그러나 동양적인 상상력에서 보게 된다면?"
20년쯤 전 촉산과 천녀유혼이, 10여년쯤 전 소호강호와 동방불패, 육지금마등등, 3~4년 전엔 촉산전이 유치?하면서도 재미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무협지에서 볼 수 있음직한 동양적인 상상력을 영화 곳곳에 심어놓아 눈으로 즐길 수 있다는 즐거움을 주었다는 점에 점수를 준다. 쿵푸허슬은 그러한 동양적인 상상력과 메트릭스 이후에 삽입된 영화적 상상력의 폭을 확대시킨 CG와 SF효과를 아주~~~ 잘 접목시켰다. 육지금마에서도 한번 소개되었던 천룡팔음, 십이로담퇴, 오랑팔괘곤, 홍가철성권에 태극권과 사자후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과장된 이런 무공이 너무 현실적이기보다는 동양적 상상력의 쾌감을 만끽하게 해준다. 영화 "미녀삼총사"가 별 내용이 없음에도 수많은 패러디와 멋진 미녀들이 나오는 것으로 시각적인 자극을 강하게 남겼다면 쿵푸허슬 역시도 그러한 시각적인 자극이 최근에 봤던 동양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 수준에서는
>최고수준이었다.
"이 영화에 내가 가치를 두는 이유는?"
최근에 나는 한국영화를 거의 보질 않는다. 내 기억 속에 가장 강한 자극으로 남았던 영화는 담담한 스토리와 삶과 죽음의 모습을 너무도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그렸던
8월의 크리스마스, 다소 작위적이긴 하지만 로맨틱 코메디였던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영 영화를 보고도 뒷맛이 좋지 않았던
올드보이외 몇 편이 없다. 이유는 자극은 강하되 최근 우리 영화의 자극은 이제는 다소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이 영화는 오락물이고 잔인한 장면도 있고 유치한 장면도 있지만 은연 중에 중국무술로 대표되는 쿵푸를 암암리에 선전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주성치식의 개그라고 웃어넘기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영화 이면에 숨겨진 것은 자신의 문화에 대한 선전과 우월성이라는 것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암암리에 관객으로 하여금 세뇌를 시키는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위에 전제를 했던
"내용은 없다."는 부분을 강하게 부정하게 한다. 과연 요즘 어린이들에게 백설공주나 신데렐라나 엄지공주같은 동화가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까? 이 허구에 넘치는 영화는 한번쯤 쿵푸를 배워보고 싶다라는 자연스러운 자극을 주게 된다.(그래도 영화처럼은 안돼!)
"AV적인 쾌감은?
요즘은 AV를 평가할 때 임펙트를 주는 장면만을 보고 판단하는 일이 별로 없다. THX사운드와 좋은 영상, DTS-ES와 DD-EX는 분명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도우미이지 영화 그 자체를 대변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영화 한편, 혹은 몇 편을 보고 난 이후나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평가가 되리라 생각하는데..
사자후를 발출하는 장면, 가야금을 타는 장면과 홍가칠성권에 여러가지 현란한 권법에서 나오는 서브우퍼와 리어, 리어센터의 쾌감, 둥그런 원형의 스테이지는 영화를 보는 쾌감에 앞서 AV적인 쾌감에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