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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잡설과 음모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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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7 14:4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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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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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잡설과 음모론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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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은 [가입일자 : 2002-11-23]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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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78년 여름 즈음이었습니다
양키들 나라에 마법의 돌이라는 TR이 오디오 소자로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시절이었지요
영국의 Martin Colloms 라는 사람이 주관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에 Quad 405 파워앰프와 NAIM NAP250, Michaelson & Austin TVA-1 진공관 파워앰프를 구분하는것이 과제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개 테스트들의 대부분의 결과들처럼 그 참석자들 역시 구분해내지 못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물론 놀라워했죠
가격차이도 차이거니와 진공관 앰프와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간에도 구별을 못했으니 말이죠
실제로 참석했던 John Atkins 라는 Stereophiles 잡지의 editor씩이나 되는 사람이 자신의 TVA-1 앰프를 팔아치우고 Quad 405를 구입했다고 하니까 무슨 말이 필요있겠습니까
그런데 벌써 30년이 훌쩍 지난 옛날에 있었던 이 테스트가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첫번째, 소위 실용론이라는 오디오 객관주의는 '언제나' 있어왔다는겁니다
무슨말이냐 하면, 실용오디오 사이트에서도 볼수 있듯이 LP가 지배하던 먼옛날(?)에도 턴테이블로 장난을 치면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서 분간도 못하면서 뭐하러 투자를 하느냐는적도 있었고,
위의 예처럼 진공관 앰프가 아직 시장의 주류이던 시절에도 있어왔다는겁니다
그러니까 무슨 과학기술이 발전을 이루어서 기기들이 모두 상향 평준화가 되어 사람들 귀로는 구분못한다는 말은 어폐가 있는거죠
두번째, 진공관에 대한 자가당착입니다
오디오 객관주의 이른바 실용론분들은 진공관을 좋아할수 없습니다
이분들이 진공관을 들으신다면 말 다르고 행동 다른게 되겠지요
그렇게나 솔리드스테잍 앰프들이 기술의 발전을 이루어서 하이엔드 앰프들과 차이가 없는 저렴한 앰프들이 수두룩한데, 굳이 음의 왜곡이 심한 진공관 앰프를 들을리 만무하니까요
그런데 바로 이 음의 왜곡이 심하다고 주구장창 주장하던 진공관 앰프랑, TR 앰프를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더니 구분을 못했다는겁니다
인간의 귀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를 해야하거나 아니면 블라인드 테스트라는걸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인간이 한번도 달에 가본적이 없다는 음모론이나, JFK의 암살에 관한 음모론, 9.11 테러에 관한 음모론등등 음모론들을 한번 찾아보면 꽤나 재미있고, 상당히 '논리적'이고 '과학적'입니다
그저 이들이 주장하는바대로 읽어가고 듣다보면 어느덧 고개가 끄덕이고 설득이 되어가죠
그런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서 제정신이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엉성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걸 알게 됩니다
이들이 제기한 결과에 대한 가설의 논리전개 과정은 대단히 그럴싸한데, 정작 이 가설을 검증하려고 하면 어떻게 할수가 없다는겁니다
911 테러 음모론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부시 행정부이지만, 정작 결정적인 단서나 증거는 없는것처럼 말이죠
얼마전에 있었던 노통의 사건에 대해서도 벌써 음모론이 돌고 있더군요
듣다보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합니다
이런 음모론에 설득 당하는건 하지만 그 음모론이 논리적으로 치밀하고 과학적으로 명확해서라기 보다는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오디오를 처음 접하고 막막한 와중에 실용론은 정말 단비와 같습니다
스피커만 고민하면 되니까요
거기다가 블라인드 테스트라는 든든한 배경도 있으니 인터넷으로 정보를 해결하려는 분들에게는 금과옥조에 다름이 아닙니다
하지만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제시하는 통계적인 수치는 말그대로 수치에 불과뿐이지 절대로 그것이 결정적인 증거가 될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블라인드 테스트가 테스트 하는것이 앰프간의 차이를 구별하는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청력을 테스트 하는것인지 애매모호할 뿐더러,
블라인드 테스트의 목적 자체가 앰프간의 차이를 구분하는것이라면,
100번을 했을때 단한번이라도 제대로 구분해 내었다면, 그것으로서도 블라인드 테스트의 목적이 달성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계학적인 유의미한 결과에 매달려서 이러한 결과들을 무시하게 되는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오류는 실제로 통계학에서도 Type 2 에러라고 해서 골치아픈 문제이죠)
결국 다른 음모론들과 더불어 논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는 탄탄하지만,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하여 어쩔수 없이 음모론 수준에 머물수 밖에 없는것입니다
뭐 quality와 performance 를 동일시 한다거나,
그들이 듣는 스피커와 앰프의 제작자들을 사기꾼이나 장애인으로 생각한다면,
음모론 그 이상이 될수 없는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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