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 살고 있습니다.
멜로디 진공관 SP3 앰프에 다인 유닛으로 제작된 듣보잡 북쉘프 스피커를 물려 듣고 있습니다. CDP는 아는 형님이 빌려주신 엔트리급 문 밖에 있는 녀석이고요.
CDP 업글하려고 이 곳 오디오 상가들이 모여있는 매장에 갔다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중국 브랜드인 SHANLING(산링)에서 만든 CD-T150 이라는 씨디피를 들었습니다.
대충 스펙은 이렇습니다. 픽업만 봐도 비싼 녀석이라더군요.
Sturdy, elegant 4-cylinder-support presents tube
electronics in unique and stylish aesthetics.
Player is based on the most advanced Philips CD-PRO 2 linear tracking pick-up mechanism.
Top loading pick-up assembly housed in a multiple anti-vibration construction
made of custom aluminum alloy chassis.
24-bit/192KHz up-sampling is accomplished by SRC4193.
Digital to analog conversion is performed by 2×Burr-Brown PCM1794 DAC chip.
I/V conversion is performed by 12×Burr-Brown OPA604 chip.
Low pass filtering is performed by 2×Analog Devices Ad627.
4×Russian EH6922 tube with gold-plated legs provide unbalanced analog ouput.
음, 재즈보컬과 더블베이스 독주 음악을 가져갔는데, 보컬 목소리가 노트에 연필로 글씨 쓰는 질감이 되더군요. 사각사각거리는 질감. 기름기 쪽 빠진 질감. 화창한 가을 오전에 잘 마른 면 옷감의 질감이었습니다. 잉크똥 흐르는 모나미 볼펜 같은 질감하고는 많이 다르더군요. 보컬이 마이크 없이 앞에서 노래를 부르더군요. 더블베이스는 활 긁는 소리가 또 비슷하더군요. 설마, 씨디피 때문이 아닐 거야, 전체 시스템이 좋은 거겠지 생각하며 다른 씨디피를 바꿔 들으니 곧장 흐린 상하이 날씨 같은 보컬이 나오더군요. 다른 매장에 가서 메르디앙도 들어보고 파토스도 들어봤지만 이런 질감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이 씨디피가 신품가 400만원 정도라는 겁니다. 처음 생각했던 씨디피가 없어서 못 들어본 상황에서 이런 녀석을 들으니 도대체 답이 안 나옵니다. 집에 와서는 음악 들을 마음도 없어지더군요. 며칠 지나면 괜찮아 질 거야. 그 딴 소리 잊어지겠지. 위로를 해보지만 그게 마음 같지 않습니다.
지금 쓰는 앰프가 겨우 100만원 좀 안 되고, 스피커는 듣보잡인 상황에서 도저히 저 녀석을 살 수는 없습니다. 돈도 없습니다. 열심히 사용기와 게시판을 뒤져보니 아캄 23T라는 녀석이 아마 비슷한 퀄리티의 해상도와 질감을 내어주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것도 중고가 100만원 내외더군요. 게다가 물건은 잘 나오지도 않고, 무엇보다 여기는 상하이. 구할 재주가 없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동시다발로 생겨나는 것인데,
1. 더 저렴한 씨디피로 비슷한 질감과 해상도를 구현할 수는 없는 건가요?
2. 진공관을 쓴 씨디피가 질감이 유난스러운가요? 그렇다면 다른 가격대에 역시 진공관이 투입된 씨디피를 구할 수도 있을 듯한데요.
3. 찾아보니 아캄 23T 외에 73T 모델도 있던데, 같은 아캄 계열이면 질감이나 음색도 비슷할까요?
4. 혹시 다른 저렴한 씨디피 중에는 비슷한 효과를 내는 물건이 없을까요? 한 번 버린 막귀는 수습이 안 되는 건가요?
5. 씨디피를 결국엔 새로 구해야겠지만, 우선 씨디피 외에 다른 방법으로 비슷한 음색과 질감을 구현할 수 있을까요?
일 때문에 나가느라 저녁에나 답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귀한 조언을 해주실 분들께, 미리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