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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한해결산 Best 10, 이런게 명반이지
음반리뷰추천 > 상세보기 | 2004-12-24 02:31:10
추천수 5
조회수   5,874

제목

개인적인 한해결산 Best 10, 이런게 명반이지

글쓴이

이훈 [가입일자 : 2003-04-10]
내용
95년경 물경 1000장의 음반컬렉션에 딸랑 조용필 3집과 4집(추억을 기념하며), 들국화 1집,
서태지 1집(한두번 듣고 남줘버린) 정도가 구색으로 방치된 기형적 취향을 뿌듯해하며
가요는 시시해서 못들어 주겠군... 지긋지긋한 사랑타령이라니... 운운하며
클래식과 재즈, 록의 세계에 갇혀살며 어설픈 선민의식을 품고 있던 제가

<서태지 4집>과 <김광석 다시 부르기 2집>에서 촉발된 가요명반 모으기 행보는 
올해초 300장에 육박하는 과도한(?) 컬렉션으로 마무리될뻔 하다가 
어릴때도 듣도못한 6-70년대 가요명반과의 철지난 만남과
늙은 노땅 특유의 왕년이 좋았어... 요즘 음악이 음악이야...라는 식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무지로 하여 무시햇던 2000년대 가요명반들과 하나둘 상봉하면서
이제 그만둬야지 했던 가요컬렉션을 멈출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한해가 저무는 마당에 올해 발표된 건 아니지만 올해 상봉한 음반들 중에서 최상의 음반들을 결산하는 자리를 마련해 봅니다. 한때 이민갈까 그런 고민도 잠시 해봤지만 전 한국가요에 중독되어 버린 탓에 이 한국땅을 벗어나서는 도저히 못살것 같습니다.^^*

귀찮아서 본문은 존대말을 생략했습니다. 굽어 살피소서^^*



고백  조동익 작사 작곡 

난 시계에게 고백했지 찻잔에게 고백했지
베개에게 고백했지 기타에게 고백했지
이 모든 상황을 빠짐없이 고백했지



몇 해 전 나의 게으름으로 말라죽은
앙상한 가지로 버려졌던 벤자민
나의 뱃살을 물리치기 위해 들여놓은 저기 빛나는 런닝머신 옆에서...


얼마 전 나의 무관심에 병들어죽은
야윈 긴 목을 힘없이 떨군 채 푸른 거북이
나의 두 눈을 즐겁게 하기위해 들여놓은 저기 거대한 텔레비젼 옆에서...


난 시계에게 고백했지 찻잔에게 고백했지 베개에게 고백했지 기타에게 고백했지
이 모든 상황을 빠짐없이 고백했지












장필순
Soony 6  하나뮤직/신나라, 2002

공동 1위. 장필순 6집,2002
한국대중음악이 만들어낸 최상의 음악
가요라고 부르기가 미안할(?) 정도로 세련된 사운드로 무장한 음악들(특히 도입부의 세곡)은 경쟁자를 국내가 아닌 해외의 특급 아티스트들과 겨루어야 마땅할 수준의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한다.
가요사의 대표명반인 조동익 이병우의 <어떤날>의 위업을 이병우를 대신해 거장으로 성장한 장필순이 계승발전시키다.
음악인이 거장으로 성장해갈수록 청중으로부터 멀어진, 시대를 한참 앞서간 걸작.
PC스피커나 헤드폰,카오디오로 들어서는 그 맛을 온전히 체험할 수 없는 입체적 사운드의 향연은 정말이지 황홀지경.





 

공동 1위. The The - The The Band,2003
2003년 평단이 만장일치로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하거나 말거나 웬간한 애호가들조차도 관심 없을 정도로 가요가 하한가를 치고 있지만.
델리 스파이스의 데뷔음반 이래 가장 내실있는 모던록 사운드의 향연.
김영준은 4집에 이르러, 한희정은 더더와 푸른 새벽으로 이제 거장의 문턱에 다다랐음을 알리다.
듣고 듣고 또 들어도 허기를 채울수 없어 다시 반복해서 듣게 만드는 나의 히로뽕(!)





3위. 손지연 - 실화 (My Life's Story,2003.11)
이성복,기형도같은 시인들의 애독자였을, 문학을 사랑함에 분명한 손지연이 예민한 감수성으로 상처받고 굴곡많은 청춘의 내면을 형상화한 가사는 역대 한국 여성싱어송라이터들이 가사에서 보여준 감성의 수준을 가뿐히 뛰어 넘는다. 100만 볼트 전류가 흐르듯 짜릿하다 못해 감전사의 위험마저 느껴지는 눈부신 언어들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지만.
올해 최대의 사건은 전혀 예기치 않은 손지연님과의 채팅, 신보소식을 직접 전해받다. 개봉박두




4위. 푸른새벽 - Bluedawn, 2003
CD를 걸어놓고 딴청 피우며 히히덕거리며 흘려 듣다가 <시념>이 흘러나오는 대목에서 어이없게도 눈가에 이슬 맺히다. 더더의 여성보컬로 픽업된 생짜 신인 한희정이 싱어송라이터로 둔갑한 이 독자적 프로젝트에서 심수봉 이후 최강의 조숙형(대기만성형이 아닌) 여성 싱어송 라이터가 탄생했음을 고하다.
난 한희정의 스토커가 되어도 좋으리. 이 어린 거장의 딸랄딸랑이 되어도 좋으리.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한희정의 라이브 무대마다 쫓아다니며 발광할텐데...^^*)





5위. Lucid Fall(루시드 폴) - 새,2001
가요사상 전대미문의 로맨틱함이 전혀 느끼하지 않게 철철 흘러 넘치다. 이런 명반을 이제서야 발견한 나는 정말이지 반성해야겠다. 80년대 어떤날의 감수성을 조금 더 멜랑꼴리한 분위기로 재생한 당대의 가장 재능 넘치는 젊은 싱어송라이터  조윤석. <버스,정류장> OST도 이 목록에 선정하고픈 맘 굴뚝 같지만 억지로 참아본다. 그의 행보를 주목하자.





6위. 이장혁 - Vol.1,2004
꿈을 상실한 불우한 시대의 청춘의 초상을 그려낸 노래들은 당대성이라는 귀중한 가치를 실현했다.미래에의 희망을 품고 이상을 키우며 산다는게 뭔지 도무지 감잡히지 않을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숱한 젊은이들은 그들의 진정한 대변자를 얻다. 도시 변두리 골목길에 웅크려 앉은 '세친구'들이 깡소주 한잔씩들 걸치며 토해내는 듯한 씁쓸하고 애뜻한 젊은 날의 초상



 

7위. 김가영 - 1집,2002
정태춘,안치환 이후 운동권(!) 노래패 출신이 만든 단연 빼어난 노래 모음집. 류형선,유인혁을 위시한 송라이터들이 제공한 노래들은 이 음반이 공식유통되지도 못하고 일개인의 기념음반으로 전락하기에는 너무도 억울할 수준의 완성도를 실현했다. 김가영 본인이 싱어송 라이터는 아니지만 좋은 노래를 볼 줄 아는 안목과 빼어난 곡 해석력으로 한국여성보컬 명반의 목록에 절대 빠지질 않을 명반을 만들어 냈지만.
뮤지컬 배우로 자신의 영역을 축소한 그녀의 선택은 정말이지 도시락 싸갖고 다니며 말리고 싶다만 시장에서 돌아오는 메아리를 볼수 있을지 장담할수 없는 신보를 위해 전세 한채 가격을 또 빚내보라고 꼬드길수도 없고...






8위. 이소라 - 눈썹달,2004

조용필 16집(97),이승철 4집 The Secret Of Color(94),이문세 12집 休 사람과 나무 그리고 쉼(99),김건모 6집 Growing(98)...처럼 주류의 잘나가는 뮤지션이 만들어낸 양질의 팝앨범. 쭉 고만고만한 완성도의 앨범을 선보이던 이소라의 디스코그라피에서 단연 돋보이는, 젊은 신예음악감독들과의 협력작업이 기대치에 합당한 결과물을 내놓다. 올겨울 옆구리가 시려운 솔로족이나 흘러간 사랑의 씁쓸한 단물을 쪽쪽 빨고 있을 실연족들에게 주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9위. 강산에 - 명태,2002
강산에의 절정은 데뷔음반 아니면 2집에서 끝난걸로 단정짓고 후속작에 관심을 잃은 게으른 청자들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강산에만이 들려줄 수 있는 로큰롤 사운드의 향연.
동년배 동료들이 청춘시절 보여준 절정에서 계속 추락하며 기량과 잔재주로 연명할 때에도 꾸준히 음악적으로 혁신하며 실험을 벌여온 강산에가 도달한 눈부신 절정.
후속작이 전작을 뛰어넘을수 있다고 기대되는 몇안되는 뮤지션, 그가 강산에다.





10위. Jubi(쥬비) - The Phase Vol.1,2002
****님의 여성보컬 일관형 영웅호색 컬렉션을 비웃던 내가 어느새 베스트 선정의 대다수를 여성보컬로 채우는 중증으로 전염되고 말다니... 흑흑
잘 생긴 얼굴 하나만으로 전국민적 스타가 되는 괴상한 풍토가 만연한 시절에 음악성은 높지만 외모가 덜 받쳐주는 언니들을 대신해서 음악이면 음악, 외모면 외모 모두 한가닥 하는 놀라운 신인의 돌출. 본인은 외모마케팅에 신물을 느낀 모양이지만. Wtse의 배영준과의 공동작업은 양질의 감상용 일레트로니카 앨범을 탄생시켰다.
대중음악에서 386세대 뮤지션들이 죽쓰는 사이에 훌륭한 싱어송라이터를 계속 배출해내는 후배들의 저력 앞에서... 정말이지 부끄럽다.





보너스. Plastic People(플라스틱 피플) - Songbags Of The Plastic People,2003 
선정하고 나서 보니 사실상 이천년대 가요앨범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반들 목록이네요. 기타 <양희은 30주년 기념앨범>이나 데프콘, 리쌍의 힙합앨범들만 추가하면.. 
억울하게도 작년에 집중감상했다는 이유로 제외된 플라스틱 피플의 음반을 보너스로 올립니다. 음악 올린 '대지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솜털처럼 부드럽게 살랑거리는 감미로운 벨앤세바스찬 풍의 포크팝(?)입니다. 이 또한 강추앨범

 
대지의 시간  플라스틱 피플 작사 작곡 노래

새벽 이른 시간 태어나 손에 쥔 돌이 떨어뜨린
그림자 움직이는 강을 헤엄치는 물고기

기운 해 숲을 내달리고 둥군 집 붉은 불을 지른
천둥, 춤을 추는 거인, 그물을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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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mole@hanmail.net 2004-12-24 09:43:26
답글

덕분에 손지연 잘 듣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__)

이훈 2004-12-24 15:42:37
답글

손지연님 음반을 구매해주신 분들은 제겐 "마음으로 이어지는 혈연"처럼 느껴집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jjlee@gilbut.co.kr 2004-12-24 22:37:28
답글

얼마전 청음회 갔다 '실화' 듣고 감동받아 바로 구입했습니다. 맘에 와 닫는 노래입니다.<br />

이훈 2004-12-28 18:24:05
답글

이승욱님께도 반갑다는 인사를 전합니다.^0^<br />
썰렁한 리플들을 보건데 역시나 AV 혹은 하이파이 애호가들은 당대의 한국음악에 무관심들 하십니다. (당대의 한국음악만 그런건 아니지만...) 살리에리와 로시니에 열광하며 모차르트와 베토벤에 시큰둥했던 당대청중들의 양상이 연상된다면 좀 오바일까요?

조동일 2004-12-29 10:10:56
답글

Lucid Fall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앨범<br />
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동일 2004-12-29 10:13:33
답글

이런 리스트가 절실합니다..앞으로도 좋은 글 자주 부탁드립니다. ^^*<br />

408409@intizen.com 2004-12-29 11:38:57
답글

혹시 손지연님의 음반과 관련이 있으신지요?^^ <br />
<br />
지난 청개구리 양병집씨 콘서트때 제가 음향을 담당했었는 데. 그때 손지연씨가 게스트로 출연했던 기억 이 나는군요.<br />
<br />
전 한국의 "아나카람"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답니다.^^<br />
<br />

이훈 2004-12-29 22:50:04
답글

'손지연님의 음반과 관련'이라면 그 분의 열렬한 팬이라는거 뿐입니다. 전 그냥 지방의 영세 자영업자에 불과한걸요.^^;<br />
영세상인들 다 자빠져 나가는 상황이라 (벌이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최정훈님같이 음악관련직종에서 일하시는 분이 부럽네요.<br />
<br />
아나 카람은 정말 생소합니다. 남미쪽 여가수 같던데...<br />
손지연님을 연상시키는 음악을 한다고 하니 궁굼증 만배로군요.^^*

이훈 2004-12-29 22:53:07
답글

조동일님, '루시드 폴' 같은 감성파 음악을 좋아하시는 듯 하니<br />
손지연/푸른 새벽도 꼭 들어 보세요.^^

esprikim@hitel.net 2004-12-31 10:34:36
답글

ana caram 파일하나 올려놓았습니다. 체스키 파일도 있구요...pdbox.co.kr esprikim 계정

이훈 2004-12-31 22:44:33
답글

pdbox.co.kr 회원가입 예전에 돼있는 상탠데<br />
...esprikim 계정...을 어떻게 들어가는지 몰라요!! ^^;; <br />
가르쳐 주실 분을 애타게 찾-습-니-다

esprikim@hitel.net 2005-01-01 08:19:30
답글

"친구관리"인지 "친구찾기"인지...검색하면 되는거 아닌가요?<br />
"친구에게 정보공개"로 설정해 놓았는데요 말이죠...

박기석 2005-01-26 17:45:19
답글

더더 4집.. 최곱니다.. 그 중독성은.. 핑크 플로이드 저리가라입니다.. ^^<br />
안들어야지 안들어야지 그러면서 자꾸 손이 나가는..

이훈 2005-01-27 23:47:02
답글

박기석님은 저랑 같은 병을 앓고 계시네요. 더더중독증이라는 몹쓸 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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