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꼭 사야할 필요성을 느끼질 못하는 편이긴 하지만 1년 혹은 2년에 걸쳐서 한편씩 타이틀을 내놓는 지브리사의 타이틀은 만약 선물셋으로 나오면 필히 제 돈을 주고 다 사볼듯 합니다. 요즘이야 좀 뜸하지만 LD를 수집할 무렵 장터에 그래도 싸다고? 20~40만원 사이에 나왔던 지브리 잇빠이 셋트(지브리 박스셋 LD판, 첫 출시가가 100만원에 육박!!했던)을 보면 이걸 사야할까 아니면 가난!한 셀러리맨이니 참아야 할까 갈등하던 시점이 있었는데 요즘 들어서 예전의 명작들이 하나 둘 다시금 DVD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쯤해서 갈등하게 되는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첫번째 장편 극장판(그 이전에도 있긴 했지만 이걸 처음으로 치더군요."바람계곡 나우시까"부터 주옥같은 명작들이 80년대부터 90년대 초중반까지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센과 치히로의 대모험이나 원령공주와 같이 상당히 최극작같은 경우는 AV적 쾌감과 과거의 감동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긴 하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이라는 것은 극히 드물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데요. 일단 DVD를 사놓고 보면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지브리 사단,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작품의 문제로 늘 제시하는 것은 몇몇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현대 산업문명과 기계화, 편리성에 대한 경고와 자연과의 친화라는 부분을 늘 언급하곤 하는데... 바람계곡의 나우시까와 더불어 이 타이틀 역시도 기본 전재에는 그런 속성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타이틀에는 늘 삽입이 되는 하늘을 나는 장면을 이 타이틀에서는 원없이 볼 수 있으며 이 작품이 86년작이니 20년이 다 되어가고 수많은 디지털로 중무장한 타이틀이 나왔음에도 빛을 바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좋은 작품의 가장 큰 요소는 좋은 플롯이라는 부분을 다시금 일깨워주네요. ^^

이미 보신 분들은 다보셨으니 작품에 대한 시시콜콜한 감상은 여기까지만 하고 DVD적인 측면을 살펴보자면... 일단 뒷쪽 포맷을 보면 다소간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돌비디지털 2채널 스테레오만 지원하는 지극히 단순한 포맷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나름대로 음원 기술이 진보한 지금 자신의 리시버나 AV프로세서가 어느 정도 콸러티의 오디오 덱 성능을 가지고 있다면 박진감 있는 리어, 리어센터 사운드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히 양질의 분리도가 가미된 사운드를 맛볼 수 있는듯 합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인지 화면의 콸러티 역시도 셀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고스란~~~히 보여주는데요. 시대가 풍요로워지고 기술이 발달한 지금 이러한 타이틀을 100인치 이상의 대형화면으로 가정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떤 타이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이 타이틀 역시도 대형 화면에서 제법 갖춰진 시스템에서 보았을 때 오는 감동의 크기는 다소간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문득 스파이더맨의 한 대목이 떠 오르는데요. ^^ 진정한 힘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이 스파이더맨이란 영화에서 제 기억 속에 가장 크게 각인된 것이었습니다. 진정으로 책임을 질 수 있을때야 비로서 신의 힘에 근접한 라퓨타의 힘을 인간이 다룰 수 있지 않을까요? ^^ 사무실 창밖, 푸른 가을하늘에 떠 있던 뭉개구름을 보며 문득 저 속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던 라퓨타가 숨어있지 않을까 몽상에 젖어봅니다... 어느 가을 날에...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