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영화의 배경은 상문고등학교, 혹은 78년이나 그보다 조금 뒤의
8학군 학교들, 중동, 휘문, 서울, 단대부고 (경기 제외) 등이며, 저도 이중 하나를
다녔습니다. 따라서 역시 감회가 남달라 이렇게 감상문을 씁니다.
비단 고교 때 뿐 아니라, 중학교 때부터의 일들과 합쳐, 그 칙칙한 교복과 규율의
6년이 거의 모두 정확히 영화에 들어 있더군요.
위의 학교 출신이 아니어도 "시대공감"을 386이라면 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광고카피를 학원액숀로망이라기 보단 노스탤지어로 하는게 나을 뻔 했습니다.
물론 액션씬은 잘만들었습니다. 리얼한 고딩싸움 - 친구의 오바스러운 것이 아닌- 그 자체더군요.
dvdprime엔 리얼리티 보단 환타지인 편이라고 어느 "어린" 비평가가 써놨지만,
[마성기와 견질녀]의 고증에 이르러선, 이런 학교 분위기가 살벌하기만 하게 느껴지는
70년대생은 이 영화의 미장센에 들어있는 리얼리티를 알아채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이해됩니다.^^
그러나 영화속에서 위 만화의 그림체는 틀렸습니다!^^
마성기 씨리즈가 세운상가에 나온건 78년이 맞지만 말이죠.
그밖에 상문고 나온 감독 자신의 경험이랄 수 밖에 없는 정확한 고증들은,
1. 상급생들은 강북에서 통학하는, 분위기와 생김새가 좀 다른 학생들인 점.
많은 학교가 강북에서 강남으로 갓 이사오면서 상급생은 강북에서 다니는 학생이고,
신입생들은 강남 아이들인 경우가 2-3년간 지속되었음.
2. 교련선생의 억양과 옷차림.
3. 편집된 씬에서 보이는 학교이사장(교장의 부친)의 산소를 벌초하는 장면.
너무 상문고 스러워서 뺀 걸로 보입니다.
4. 은광여고 교복 실루엣.
5. 조까라마이신, 야부리 까네 등 노스탤지어를 일으키는 다양한 비속어들...
6. 위에 열거한 학교들(숙명, 서초, 세화까지 나중에 포함)을 거치는 황금노선 78번버스
7. 조연전문 탈렌트 엄마를 가진 아이. 그 당시 방배동, 잠원동엔 제가 아는
탈렌트가 두어분이 계신데 아들들이 상문고였죠. 제 친구들이었습니다.
3성장군의 아들에 대한 극심한 특혜 (우리학교엔 안기부장 자식이 있었습니다만 ㅡ.ㅡ)
8. 우열반으로 아이들을 갈라놓다가 장학사의 불심검문에 걸리는 장면. 실제로
제가 다닌 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9. 칠판을 6등분해서 정석 혹은 해법(depending on 누가 찬조금을 냈느냐에 따라)
수학문제를 푸는 장면 - 못풀면 그 자리에서 맞는 건 당근.
반면 재현에 어려움을 보이는 부분으로는
1. 교복의 크기, 스타일, 질감. 다 요즘 모양이고, 싸이즈가 너무 "잘"맞아 느낌이
안납니다. 특히 모자는 영 아닌 것 같습니다. 하복바지색은 틀렸습니다. 더 회색이어야.
2. 78년쯤이면 그 동네엔 겨울엔 코끼리표 보온밥통을 가져오는 아이들이 좀 있었습니다.^^
3. 그 당시 8학군 고교들은 애들을 너무 공부에 몰아부쳤기 때문인지 전교짱 이런게
별로 개념이 없었습니다만, 이러면 영화가 성립을 못하겠죠?
그러나 제 경우 중학교에선 이런 일이 더 흔했었고 고딩 땐 주먹이 활개칠 분위기조차
억눌린 그야말로 팽팽한 긴장감만이 있었드랬습니다.
4. 학급인원이 좀 적어보입니다. 60명 정원인데.
우리나라의 고교생은 지금도 그렇겠지만? 저의 경우, 10대는 추억하고
싶지않은 회색빛 청춘입니다.
허벅지와 종아리엔 피멍이, 볼따귀엔 손자국이 있고, 자신의 잘못?과 상관없는
전체 체벌의 억울함, 선생에게 얼마의 촌지를 주면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도 알게되며,
심지어 전체 체벌도 피할 수 있었으며, 체육선생은 뭘 좋아하는지,
이제 생각해보면 변태가 틀림없는 그때 그 교사의 행동,
어느 학교에나 하나씩 있는 교사 - 미친개라든가 피바다라든가 하는 별명을 가진.
그러나 독서실에서 운행하는 봉고차 안에서만 구경할 수 있었던 여고생들에 대한
리비도가 있던...
이와같이 이 영화는 "고증"을 통해 교복세대의 "폭압"과 "낭만"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만 "고증"에 집착한 나머지 내러티브가 요즘 추세에 비해 좀 적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학교가 짓밟는 10대의 인격에 대한 고발과 내러티브는 엔딩곡인
김진표(상문고 출신)의 랩 가사가 더 직설적입니다.^^
그러나 별로 떠올려봤자 추억꺼리가 없는 시절을, 정교하게 그려놓은 영화를 통해
되짚어보니, 그래도 나의 인생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옛생각에 잠기게 해주는 맛이
역설적으로 저는 좋더군요. 동시대인들의 일시청을 권합니다.
화질은 비교적 좋습니다. 굳이 별다섯 중 화질 다섯, 영상미 셋(그림이 아름다울수가 없는 배경이라서).
사운드는 dts, dd5.1이고 액션씬에서의 음분리도 셋, 패닝의 역동성? 셋,
사운드트랙 넷. 끝으로 잘 채워넣은 많은 양의 서플먼트 다섯... ㅡ.ㅡ
아무래도 386이 봐야 느낌이 오는 영화가 되겠습니다. 권상우팬도 포함.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좌하 - 죄수복 같은 체육복 입고 이사장 산소를 벌초하는 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