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 pc 통신 하이텔 음악방에서 자신처럼 한국 음악 시장에 염증을 느끼던 사람들과 함께 해외 음악들을 이야기하는 한편 노이즈가든의 윤병주와 함께 음담패설로 밤을 새던 이석원은 전영혁의 음악세계에 출연해 자신이 언니네 이발관이란 밴드를 하고 있다는 개구라를 치면서 실제로는 이 세상에 없었던 언니네의 어처구니 없는 시작을 알렸습니다. 특히 2008년에 발표한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는 주류가 아닌 인디씬의 밴드로는 드물게 10만장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하며 들을 만한 음악에 갈증을 느끼던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냅니다. 저도 이석원 덕분에 다락방 밴드를 꿈꾸었던 적이 있는데 이름은 오빠네 미장원이고 끝내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ㅋ
국내 원탑 뮤지션이자 섹시 가수 아이유가 왜 듀엣곡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2013년에 공중파 매체에서 그녀가 '가장 보통의 존재'를 부르는 것을 이석원도 보았을 것이고 그것이 작은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시듯 아이유는 어떤날, 양희은 등 과거의 레퍼토리들을 다시 환기시키는, 나름 괜찮은 음악 알바로 인해 저도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상을 온통 냉소적인 시선으로 보던 20대를 지나 보잘것 없는 '우리'가 만나 사랑하는 이 순간이 바로 영원임을 뇌까리는 이석원, 아쉽게도 이것은 그의 마지막 고백이 되었고 언니네는 20여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기약없는 해체 소식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