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슈퍼 사장이 사망하고 ,미망인이 슈퍼를 승계받아 영업중 입니다
말이 슈퍼지 , 몇평 안되는 구멍 가게 입니다
아무리 작은 구멍 가게 라 하더라도 혼자서는 절대로 하기 힘듭니다
카운터에 편히 앉아서 돈만 받는게 아니라
창고에 있는 무거운 주류, 음료 잡화 등을 끊임없이 진열을 하는데
여자 혼자서 하기 힘든건 사실입니다
49일전
슈퍼사징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달려 갔는데
미망인 은 저를 보더니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더군요
평상시에는 사장님과 몇마디 나누 었을뿐 , 부인 과는 일절 말한마디 나눈 적이 없고
가끔 눈인사만 한정도 인데 , 거참
약간 민망스러웠습니다
손을 마주잡고 자세히 얼굴을 볼수 있었는데
아니 도대체 무엇을 맛있게 드셨길래 ,
입가에 고추장이 남아 있을까 ?
아마도 당연히 거울을 볼시간이 없었겠지요
그리고 열흘간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부인 명의로 사업자를 내고 영업을 시작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문닫힌 슈퍼 앞에서 문열기 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니 !!
청커버에 , 숏커트 친 헤어 스타일의 슈퍼 아지매 가 나타 났습니다 완전 대학생 같았습니다
아니 !
구멍가게 아줌마 맞나 ?
아침에 일찍가서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덮고 있는 무겁고 커다란 함석 덮개를 벗겨 주고
창고에 있는 맥주나 쏘주를 옮겨주는 일을 , 때가 맞으면 가끔 도와 주곤 합니다
그이외에도 제가 도와줄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 합니다 만
차차로 도울 겁니다
솔직히 ,
장사가 안되고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가게를 그만 둔다면
저한테도 타격이 되니 ,
가능한 한 옆에서 도와 주려는 척 이라도 하는게 좋을것 같다는게 속마음 이지만 ,
근자에 드는 생각은
예전에는 한번도 웃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는데
막걸리를 가게 냉장고에 진열하고
잠시 옆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30년 이상 장사한 장사꾼 답지 않게 ,
사려 깊고 , 소박 하기 까지 하며
가끔씩 웃는 모습은 참으로 매력 있습니다
" 그동안 엄한 남편 밑에서 기를 펴지 못한 까닭인가 ? '
물론 가게가 오래 유지 되길 바라는 막걸리 장사꾼의 음흉한 이바구 도 한몫 입니다
아침마다 서로 이야기 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제 영업에도 약간은 지장이 있습니다만
아침에 그렇게 이바구를 털고 나면 하루가 즐겁습니다
저는 원래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지 않습니다
피워 놓은 향과 분위기와 음식이 영 조화가 안되더군요
그래서 콜라나 맥주만 마십니다
2004년 선친께서 돌아가신날
상주로서 꼼짝하지 않고 서서 울기만 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반항 하며 불효 했던 생각이 자꾸 나서 입니다
그렇게 몇시간을 서서 울다가 그쳤다가 울다가를 반복 하다가 ,
누군가 밥을 먹으라는 소리를 했습니다
누가 이끌고 간것도 아닌데 , 나도 모르게 저절로 테이블로 가서
육개장에 밥을 말아넣고 마구 먹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육개장이 있었나 ?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병풍 뒤에 선친께서 한마디 하셨을 겁니다
"야 이놈의 새끼야 ! 밥이 그렇게 맛 있냐 , 아주 개걸 스럽다 이놈아 !! "
얼마 동안 인줄 모르게
아주 까맣게 아버지의 별세 소식도 망각 한체
내가 여기 왜 있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음식에 탐닉 했던 것 입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구 있는거지 ?
한끼도 못참는단 말이야 !!
자괴감이 몰려 왔습니다
사망하신 슈퍼 사장님 미망인 의 입가에 고추장 좀 묻은거 가지고 잠시 의아해 했으나 ,
저도 육개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오버랩 되면서
그렇지 !!
삶과 죽음과 현실은 종이 한장 차이지 !
그래서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건가 ? "
나이도 같은 과수댁 한테
친구처럼 잘해준다고 뻥쳤으니
오래오래 가게를 유지 해서 막걸리도 많이 팔게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야 겠습니다
오늘처럼 느긋한날 ,
욕심 부리지 말고 , 형편 닿는대로 살며,
스트레스 없이 자판을 두둘기며
가늘고 길게 살기를 바래 봅니다
와싸다에 가입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저한테 "안분지족 "의 삶이라고 말씀해주신 회원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 합니다
내일은 또 즐거운 하루가 될겁니다
쓸데없는 이바구 끝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