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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와 죽은자 ,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24-07-05 19:26:38
추천수 3
조회수   589

제목

산자와 죽은자 ,

글쓴이

임호삼 [가입일자 : 2024-06-13]
내용

거래처 슈퍼 사장이 사망하고 ,미망인이 슈퍼를 승계받아 영업중 입니다 



말이 슈퍼지 ,  몇평  안되는 구멍 가게 입니다 



 



아무리 작은 구멍 가게 라 하더라도 혼자서는 절대로 하기 힘듭니다 



카운터에 편히 앉아서 돈만 받는게 아니라 



창고에 있는 무거운 주류, 음료 잡화 등을  끊임없이 진열을 하는데 



여자 혼자서 하기 힘든건 사실입니다  



 



49일전 



슈퍼사징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달려 갔는데 



미망인 은 저를 보더니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더군요 



평상시에는 사장님과 몇마디 나누 었을뿐 , 부인 과는 일절 말한마디 나눈 적이 없고 



가끔 눈인사만 한정도 인데 ,  거참 



약간 민망스러웠습니다 



 



손을  마주잡고 자세히 얼굴을  볼수 있었는데  



아니 도대체 무엇을 맛있게  드셨길래 , 



입가에 고추장이 남아 있을까 ?



아마도 당연히 거울을 볼시간이 없었겠지요 



 



그리고 열흘간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부인 명의로  사업자를 내고  영업을 시작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문닫힌 슈퍼 앞에서 문열기 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니 !!



 



청커버에 , 숏커트 친  헤어 스타일의  슈퍼 아지매 가 나타 났습니다    완전 대학생 같았습니다 



 



아니 !  



구멍가게 아줌마 맞나 ?



 



아침에 일찍가서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덮고 있는 무겁고  커다란 함석 덮개를 벗겨 주고 



창고에 있는 맥주나 쏘주를 옮겨주는 일을 ,  때가 맞으면  가끔  도와 주곤 합니다 



 



그이외에도 제가 도와줄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 합니다 만 



차차로 도울 겁니다 



 



솔직히 ,



장사가 안되고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가게를 그만 둔다면 



저한테도 타격이 되니 ,



가능한 한 옆에서 도와 주려는 척 이라도  하는게 좋을것 같다는게 속마음 이지만 ,



 



근자에 드는 생각은 



예전에는  한번도 웃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는데 



 



 막걸리를  가게  냉장고에  진열하고 



잠시 옆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30년 이상 장사한 장사꾼  답지 않게  ,  



 사려 깊고 ,  소박 하기 까지 하며 



  가끔씩  웃는 모습은 참으로 매력 있습니다 



 



" 그동안 엄한 남편 밑에서 기를 펴지 못한 까닭인가 ?  '



 



물론 가게가 오래 유지 되길 바라는 막걸리 장사꾼의 음흉한 이바구 도 한몫 입니다



 



아침마다 서로 이야기 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제 영업에도 약간은 지장이 있습니다만 



아침에 그렇게 이바구를 털고 나면 하루가 즐겁습니다 



 



 



저는 원래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지  않습니다 



피워 놓은 향과 분위기와 음식이 영 조화가 안되더군요 



그래서 콜라나 맥주만 마십니다  



 



2004년 선친께서 돌아가신날 



상주로서 꼼짝하지 않고 서서 울기만 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반항 하며 불효 했던 생각이 자꾸 나서 입니다 



 



그렇게 몇시간을 서서 울다가 그쳤다가 울다가를 반복 하다가 ,



 



누군가 밥을 먹으라는 소리를 했습니다 



 



누가 이끌고 간것도 아닌데  ,   나도 모르게  저절로 테이블로  가서  



 육개장에  밥을 말아넣고 마구 먹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육개장이 있었나 ?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병풍 뒤에   선친께서 한마디 하셨을 겁니다 



"야 이놈의 새끼야 !  밥이 그렇게 맛 있냐 , 아주 개걸 스럽다 이놈아 !!  "



 



얼마 동안 인줄 모르게 



아주 까맣게  아버지의  별세  소식도 망각 한체 



내가 여기 왜 있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음식에 탐닉 했던 것 입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구 있는거지 ?



한끼도 못참는단 말이야  !!



자괴감이 몰려 왔습니다  



 



 



사망하신  슈퍼 사장님 미망인 의  입가에 고추장 좀 묻은거 가지고 잠시 의아해 했으나 ,



저도 육개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오버랩 되면서 



그렇지 !!



삶과 죽음과 현실은 종이 한장 차이지 !



 



그래서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건가 ?  "  



 



나이도 같은 과수댁  한테 



친구처럼 잘해준다고 뻥쳤으니 



오래오래 가게를 유지 해서 막걸리도 많이 팔게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야 겠습니다



 



오늘처럼 느긋한날 ,



욕심 부리지 말고 , 형편 닿는대로  살며,  



스트레스 없이 자판을 두둘기며 



가늘고 길게 살기를 바래 봅니다  



 



와싸다에 가입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저한테  "안분지족 "의 삶이라고 말씀해주신  회원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 합니다  



 



내일은 또 즐거운 하루가 될겁니다 



 



쓸데없는 이바구 끝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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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2024-07-05 22:47:49
답글

매번 세상사는 이야기 잘보고있습니다.

임호삼 2024-07-05 23:52:00

    역시 눈에 익은 성함 이군요
반갑습니다^^

권광덕 2024-07-06 06:20:11
답글

꽃이 피는데 물주는 이가 없는 상황이겠네요.
궁색한 젊음의 안타끼움도 막바지에 이르러
발산할 틈이 주어 졌으나.....

임호삼 2024-07-06 06:57:31

    주변에 과수댁 을 보면
남편이 가고 나면 오히려
얼굴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더군요

장순영 2024-07-06 10:50:31
답글

우리 모두가 죽음을 향해 가고 있짆아요…;;;;

임호삼 2024-07-06 11:42:19

    너무 심오 합니다요 ^^

김덕수 2024-07-06 11:00:18
답글

남편한테 기죽고살던여자입장에서는 슬프기도하지만 족쇠풀린느낌도있을겁니다 내마누라도 그럴거라생각합니다 ㅎㅎ

임호삼 2024-07-06 11:41:43

    그래서 저는 제가 더 오래
살려고요 ㅎㅎ

정태원 2024-07-06 15:07:24
답글

잘 읽었습니다
본문과는 관련 없는 거라 좀 죄송한데요
요즘 기상청 날씨예보로 말들이 많은데요
호삼님처럼 외근에 막걸리라는 품목으로 날씨랑 깊은 관련이 있는
필드에 계신 분의 요즘 기상청의 기량?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욕하는 사람은 심하게 욕하고 장마라서 그렇다느니 우리나라 지형이 잘 맞추기 어렵다느니
기상청 적중률이 세계적 수준이라느니 말들이 갈리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본문과 다른 내용이라 죄송합니다

임호삼 2024-07-06 16:07:16
답글

막걸리는 날씨에 만감 합니다
비가오면 30 -40퍼센트 매출이 증가합니다
그래서 날씨에 민감한데
대부분 안맞는 편입니다
안맞는거 감안해서 장사 하는데
너무 안맞으면 짜증 납니다
막걸리가 왕창 남거나,왕창 모자라서 환장할 때도
많습니다
막걸리는 매일매일 나온제품으로 공급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일반 공산품 처럼 창고에 가득 쌓아 놓고
편하게 장사 할수가 없습니다
기상청 애들이야
자기들 소풍가는 날에도 비가 오는데 말해야 뭘 하겠습니까 ?
수백억 짜리 슈퍼 컴퓨터 사줘도 허당 입니디


정태원 2024-07-06 16:26:51

    말씀 감사합니다
저랑 생각이 같으시네요
제가 본 바로는 사무직 있는 사람들은 기상청에 큰 불만이 없고
심지어 요즘 잘 맞추지 않나 이럽니다
외근이나 날씨랑 관련이 있는 직종 또는 등산 낚시 총무 등등은
구라청을 넘어 개라청이라고 부르더군요
일단 예보가 하루에도 열댓 번 바뀜

허환 2024-07-06 16:16:00
답글

글 참 좋습니다.

임호삼 2024-07-07 05:01:28

    그낭 잡스런 글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조영석 2024-07-06 23:53:41
답글

그이외에도 제가 도와줄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 합니다 만
차차로 도울 겁니다

이 일이 뭘까 너무 궁금합니다.

임호삼 2024-07-07 05:05:23

    어제도 옆에 앉아서
한바탕 웃겨 줬는데
아침 마다 피차 활력소가
되는것 같습니다
매력 있습니다
갈수록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산사람은 살아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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