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회사 업무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서울 을지로 3가 지하철역
지하도를 걸어다니는데요. 미스터리한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진짜 신기한 곳
인데요. 음반 가게입니다.
요즘 음반 가게 찾아보기 힘들어서 지하도에 음반 가게가 있다는 것부터가 확실히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죠. 음반 가게 옆에는 옷가게가 있습니다.
이 음반 가게 앞을 지나가노라면 한 동안(거의 4~5년 동안) 나나무스쿠리의 "사랑의 기쁨"
이 흘러나오다가 언젠가부터 이 노래를 안 틀더라고요. 같은 노래만 수년 동안 틀었다
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지요. 아마 주변 상인들이 "같은 노래 듣기 지겨우니 그만 틀라"고
얘기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음반 가게 안에는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주인 아저씨가 항상 앉아 있습니다.
정말 미스터리한 것은, 제가 저 음반 가게 앞을 10년 넘게, 거의 13년을 지나다니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음반을 사는 손님을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정말 어쩌다 한 번
손님이 가게 안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손님이 아니라 주인 아저씨를 만나러 온 지인일
수도 있겠지요.
오늘도 저 음반 가게 앞을 지나가면서 안을 들여다 보았는데 주인 아저씨만 혼자 앉아 있을
뿐 손님은 없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음반 가게를 운영해서 수익을 낸다는 생각 없이 자신만의 낭만을 즐기거나
집에 있는 것보다는 가게에 나와서 혼자 앉아 있는 것이 더 행복해서 가게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만치 않은 월세를 내면서는 지금처럼 운영할 리는 없고, 아저씨가
가게 소유주일 것으로 추측이 되네요.
참으로 미스터리한 곳입니다. 이 음반 가게의 사연을 아시는 분이 혹 계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