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이 인용한 부분 중 일본인을 예로 대하지 말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일본인에게는 예(禮)를 차리지 말라. 아첨하는 약자로 오해 받기 쉽고 그러면 밟아버리려 든다. 일본인에게는 곰배상(상다리가 휘어지게 음식을 잘 차린 상)을 차리지 말라. 그들에게는 곰배상이 없고 상대의 성의를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힘을 상차림에서 저울질한다”는 부분이다.
이는 일본 역사학자 다나카 아키라와가 1990년 국내 한 언론에 ‘한국인의 통속민주주의에 실망합니다’라고 기고하자, 박 작가가 같은 매체에 ‘일본인은 한국인에게 충고할 자격이 없다’는 제목으로 쓴 반박문의 일부다. 박 작가는 “옛날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지만 일본은 양심이 많아져야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며 세계 평화에도 이바지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도 했다.
박 작가는 책에서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협력자론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꼬집었다.
“일본을 이웃으로 둔 것은 우리 민족의 불운이었다. 일본이 이웃에 폐를 끼치는 한
우리는 민족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피해를 주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민족을 떠나
인간으로서 인류로서 손을 잡을 것이며 민족주의도 필요 없게 된다.”
그는 일본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에게도 일침을 날렸다.
“지금은 총독도 없고 말단 주재소의 순사도 없다. 우리를 겨누는 총칼도 없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입을 다물어야 하는가. 어째서 일본을 성토하면 안 되는가.”
일제 강점기를 살아냈고, 그 엄혹한 시기를 대하소설 ‘토지’ 등으로 풀어낸 대작가가
“일본과 전쟁이라도 하려는 것이냐”는 일부 보수층에게 수십 년 전에 이미 통렬한
비판을 남긴 셈이다.
‘일본산고’가 재조명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박 작가의 통찰력이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누리꾼들은 “몇 년 전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아냥거렸었는데,
이제 와서 보면 대단한 통찰력이다”(김**),
“덕분에 읽을 책이 하나 더 생겼다”(그***),
“일본에 대한 지식과 그 감정이 잘 담겼다. 읽을 만한 책이었다”(one***),
“정말 명문이다”(찌**)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