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다이나코 열병에 시달렸습니다.
스테레오70 부터 마크 2 마크3 마크4 까지.
왜냐하면 줄곧 티알 앰프만 듣다가 이 썩다리 하나가 제 방에서 내는 소리가 엄청나게 그윽하게 들려버렸거든요.
그런데 빈티지를 방에 놔두니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전원을 넣으면 고약한 냄새가 스멀스멀 나기 시작해 나중에는 방안의 냄새를 바꿔 버리는 겁니다.
두번째는 이 노령앰프가 정말 고약하게들 늙어서 녹과 때를 닦아도 여전히 흉물스럽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콘덴서가 새거나 기능 고장이 있어서 위험성(화학적 생물학적 재산적)이 높아져 있다는 겁니다.
족히 20대 넘는 녀석들을 사봤는데 다이나코는 하나같이 모두 정상인게 없더군요.
그래서 결국은 이들을 죄다 분해해서 색칠하고 재조립하고 부품 개선(?)하는데 시간을 보내다가 간직할 몇개만 놔두고 손해보고 처분했지요.
그런데 요즘 또 꽂혀버린 빈티지 기계가 있습니다.
바로 스코트 299 인데요. 앞 판넬이 너무 예뻐서 반하고 EL84류의 소리에 또 반했습니다. 톤콘트롤도 매력적이라 느꼈고 포노단은 마치 예전에 제가 할아버지 방에서 듣던 느낌의 소리가 나서 ....
299 299b 등 서너개 모았습니다.
그런데 이녀석들도 마찬가지로 환갑이 넘으신 분들이라 죄다 문제가 있네요.
더더욱 놀란건 내부에 사용된 콘덴서들이 정말 무섭게 생겼다는.
겉으로 아주 깨끗한 녀석도 우선 전원부 콘덴서가 말라있구요. 커플링콘덴서는 왁스로 된 것인데 리키지가 있어보입니다.
제가 빈티지를 아주 좋아하면서도 아주 공포스러워 하는게 있습니다.
정체는 바로 고대(?)부품들의 유해성입니다.
우선 커플링에 기름을 사용한 콘덴서는 PCBs라는 맹독성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흔히 이 물질은 액체 오일 콘덴서에만 있다고 오해하시기도 하는데요, 이 물질은 액체 고체 기체 등 다양한 형태와 분자구조로 존재하는 물질입니다. 저는 아직 미취학인 딸이 있거든요. 그런데 집에서 오염물질을 내뿜는 오디오를 사용할 수 없어서 과감한 결정을 했습니다. 고대콘덴서 전량 교체 !
이 PCBs는 PCB와는 다른 것입니다. 간암 신경계 이상 및 내분비 생식계 이상등 열거할 수 없는 많은 급만성 중독증상이 있고 생태계로 배출되면 아주 오랫동안 전 지구를 떠돌고 다닙니다. 1500도 이상의 고열로 전문 처리업체를 거쳐 소각처리해야 하며 잘 못 소각하면 더욱 유독한 물질을 배출합니다. 다이옥신 유사물질. 이 물질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에 생산과 사용이 금지 되었지만 아직 변전설비 등에 대량 잔류해 있는 것으로 압니다. 또 한곳의 잔류해 있는 곳을 꼽자면 바로 빈티지 오디오 시장입니다. 특히 네모나게 생긴 국방색 오일 콘덴서를 많이 사고 팔기도 하더군요. 이런걸 사지도 팔지도 않아야 하는데 ....
이 물질은 고대 오디오의 전원부 및 커플링에 액체 고체 등의 형태로 사용되고 왁스처리나 고무 등의 제조에도 쓰였습니다.
저는 빈티지 오디오에서 우선 이 고대커플링들을 현대의 것으로 교체해 버립니다. 교체할 수 있는 낡은 배선도 바꾸고요.
혹 소리성향이 변한다고들 하시는데 환갑이 넘는 동안 60년동안 바뀐 소리의 성향보다 정확한 용량의 새 커플링의 소리가 더 원음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원콘덴서는 되도록 예전의 것을 무시하고 새로 달아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일단 사용시 마음이 아주 상쾌합니다. 문제를 일으킬 소지도 줄어들고요.
그런데 오디오는 사용하다보면 정이 떨어질 때가 있더군요.
이제 문제가 시작됩니다.
팔려고 내놓으면 안팔립니다.
정말 억울하죠. 아니면 아주 싸게 내놔야 합니다.
사실 미국같은 경우에는 내부 부품을 교체한 것들이 훨씬 더 비싸게 팔리는데요.
우리도 리캡을 거친 빈티지들이 대접을 좀 받는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형님 여러분들은 혹시 어떤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예전의 형태로 잘 보존된 빈티지 오디오는 무섭습니다.
빈티지 오디오가 인간과 환경에 해를 주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생명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풍토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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