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대한민국 오디오 수리의 장인 쥬크박스 김도범 님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의 오디오 놀이 소개1에서 잠깐 말씀을 드린적이 있는데 좀더 자세히 적어보려고 합니다.

일산의 구석을 찾아가서 처음 김도범 님을 만난후 ADCOM 앰프가 계속해서 말썽을 부려 여러번 일산을 

찾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김도범 님의 과거 연혁에 대해 들을수가 있었습니다.

한때는 그래도 오디오 수리를 해서 사업을 잘할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는 강남에 점포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급속히 오디오 시장의 규모가 작아져서 사업이 점점 힘들어 졌다고 합니다.

오디오 시장의 규모가 작아졌다는 표현보다는 김도범 님께서 수리할수 있는 오디오 시장의 규모라고 말하는것이

좀더 정확할것 같습니다. 오디오 시스템이 좀더 콤팩트해지고 집적화되면서 부품 하나하나를 교체하기보다는

모듈형태로 교체를 해야하는 형태로 오디오 시스템이 변화되면서 수리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교체라고 말해야

할정도로 오디오 시장이 변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수리할수 있는 범위도 적어져서 수리만 해서는 도저히 견딜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점포도 임대료가 좀더 싼곳으로 싼곳으로 옮길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얘기를 들어 보니까 정말

여러곳으로 점포를 옮겼더군요. 결국 점포도 갖지 못하고 자가에서 수리를 할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제가 만난 일산집이 마지막으로 내몰린 곳이었습니다. 기억이 정확치는 않지만 아마도

4층짜리 다가구 주택의 2층에 점포겸 주거공간이 있었습니다. 부친이 사업이 안되어 병을 얻어 돌아가시는

바람에 부친의 부채까지 떠안았다고 합니다. 제가 김도범 님을 일산에서 처음 만났을때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고, 어머니가 몸이 불편한 상태였습니다. 그당시 김도범 님은 부인이 없었습니다. 결혼을 했는지 아예

결혼을 안했는지 차마 물어볼수가 없었습니다.



이시점에서 꼭 꺼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제가 김도범 님을 처음 만날때만 해도 국산이고 외제고 가리지 않고

앰프와 CD 플레이어를 수리받을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날이 지나면서 CD플레이어 수리는 안되고 앰프만

수리를 하더니 날이 더 지나니까 외제 앰프는 수리를 안하고 국산 앰프만 수리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이상해서 왜 그러는지를 물어 봤습니다. 그랬더니 김도범 님의 답변이 저를 매우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CD 플레이어나 외제 앰프의 경우 수리를 해주면 다른곳이 고장났다고 하면서 변상을 해달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기기가 오래되어 여기저기 고장나는것을 김도범 님이 수리를 잘못해서 고장이 났다고 한다는 것입니다.

외제 CD 플레이어나 앰프의 경우 부품을 살수도 없거니와 살수 있다고 해도 엄청나게 비싸서 수리비 몇푼

받아서 변상해주고 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아예 외제 앰프는 수리 거절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김도범 님의 오디오 기기 수리방식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수리하는 과정을 일일히 사진 찍어서 인터넷 쥬크박스

홈페이지에 올려줍니다. 저는 그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수리후 여기저기가 고장

났다는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국산앰프만 수리해 줄때에도 저의 ADCOM 앰프는 김도범 님께서 수리를 해 주었습니다. 저는 변상요구를 하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한번 앰프를 맡기면 한달이상 수리기간이

걸려서 그동안은 음악을 들을수가 없었습니다. 다른분들이 수리를 맡겨서 그것을 수리하느라 지체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제 ADCOM 앰프의 경우 너무 오래되어서 부품수급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이유는 그당시 김도범 님이 극심한 ** 를 앓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제가 처음 그분을 뵈었을때도

그분은 ** 가 거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계시기는 하지만 거동이 힘드신 상태여서 밥은 거의 못해먹고 

초코파이로 연명을 하다보니 ** 가 심해졌다고 합니다. 건강이 안좋아서 앰프를 수리할수 없는 상태가 되면

한동안 쉬었다가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ADCOM앰프를 폐기 처분하고 이천에 위치한 진공관세상 동호회에 가입을 하여 진공관 앰프

공동제작에 참여하게 되면서 저절로 김도범 님과는 이별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끔 김도범 님의 소식이 궁금해서 쥬크박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암울한 소식만이 올라와 있는것을

볼수가 있습니다. 제가 뵈었던 김도범 님의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지금은 혼자 생활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자인데 그분의 생활이 너무나 불우해서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혹시 이글을 읽는 분중에서 빈티지 앰프를 가지고 계신데 고장난 상태라면 김도범 님을 찾아 보십시요.

앰프에 관한한 정말로 모르는 것이 없는 분입니다. 김도범 님에 대한 글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더 할말은 많지만 더 쓰다가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범위까지 들어갈것 같아 마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