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직장을 퇴직한지도 10년이 넘었으니까 오디오 생활을 한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직장일로 인해 미국 콜로라도에서 2년간 체류하는 동안에 같이 간 제처가 심심할것 같아 ADCOM이라는
회사의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그리고 일본 야마하의 CD 플레이어, B&W의 Matrix2 스피커로 오디오 시스템을
꾸며 주었는데 국내로 돌아와서는 직장일이 바빠서 오디오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퇴직을 하게되니 할일이 없어 창고에 처박혀 있던 오디오 시스템을 꺼내어 조립을 해보니 소리가
나기는 하는데 한쪽 스피커에서만 소리가 나고 다른쪽 스피커에서는 소리가 나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것 저것 테스트 해보니 ADCOM 파워앰프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수리119라는 곳에서 앰프를 수리할수 있다하여 수원 구석까지 찾아가서 앰프를 맡겼는데 한달이 넘도록
소식이 없습니다. 그래서 차를 타고 수리센터를 가보니 전혀 손도 안대고 그냥 방치되어 있는겁니다.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그냥 앰프를 들고 나와 버렸습니다.
다시 인터넷을 뒤졌더니 쥬크박스라는 곳이 수리에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쥬크박스를 찾아 일산의 구석까지
차를 몰고 갔습니다. 찾아간곳은 일산의 한적한 연립주택이었는데 그것도 1층이 아니고 2층에 쥬크박스가 있었
습니다. 간판도 없고 밖에서 보면 그냥 거주주택입니다. 벨을 눌렀더니 수염도 깎지 않고 머리도 산발인 한 남자분이
문을 열고 나옵니다. 제가 제대로 온것인지 의심이 됐습니다. 앰프를 고치러 왔는데 수리해 주실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변을 하는것입니다. 아무래도 믿음이 가질 않았습니다. 차라리 앰프 회로도를 구해서 내가 수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제 뇌리를 스쳐갔습니다. 그런데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수리하려는 앰프가 어떤것이냐고 하는것
입니다. 지금은 앰프의 명칭이 생각나지 않지만 그당시는 앰프의 명칭을 댈수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제가 말한
ADCOM 앰프의 탄생 스토리부터 회로의 장단점, 회로도의 구성을 도면을 펼쳐놓고 설명하는것 처럼 설명을 해주는
겁니다.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제 지식의 범위내에서 이것저것을 물어 보았는데 모르는게 없습니다.
수천개의 회로도를 모조리 외우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앰프를 얼른 맡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면서도 참으로 놀라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런사람이 있을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2주가 흘렀습니다. 쥬크박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수리가 끝났다는 것입니다. 다시 일산을 찾아갔습니다.
문이 열리는데 하얀 저고리와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 한분이 앉아계셨습니다.
제게 웃음을 보이시면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걸을수가 없어서...." 그래서 인사도 제대로 할수 없다는 말씀
이었습니다. 쥬크박스 사장님께서 앰프를 스피커에 물려 양쪽에서 소리가 나는것을 직접 들려 주십니다.
수리비용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제게 명세서를 보여주는데 어떤 부품을 교체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인건비 2만원에 부품가격 5천원 합계 2만5천원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정직한 너무나 정직한 분이었습니다. 3만원을 드리고 앰프를 들고 나오는데 할머니께서 잘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도 공손하게 인사를 드리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그렇게 기분히 좋을수가 없었습니다.
제 기억을 더듬으면 쥬크박스 사장님의 성함은 김도범 님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글을 연재형식으로 쓰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번에는 김도범 사장님에 대하여 적어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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