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이었던가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
반전이 압도적으로 좋은 영화 중 존 쿠삭이 주연한 영화가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스릴러라든지 미스테리물, 첩보물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건너뛰었다 연초에 새로이 익힌
어둠의 테크닉과 대형화면의 조화로 출근하면서 한 두세편 정도의 영화를 걸어놓고 나오다가 우연하게 잡은 영화가 이 영화였습니다. 저만 혼동한게 아니라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이 영화와
아이덴티티를 혼동하는데 요즘 이 영화가 다시 빛을 발하는 이유는 개봉작인
본 슈프리머시를 포함 3부작의 명작이라는 이야기 때문에 다시 빛을 발하는 모양인데요.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아카데미상을 받기 이전까지는 소수의 매니아층에게 상당히 좋은 평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단순한 와이어 액션이 아니라 무술을 연마했던 사람들 입장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리무바이가 싸울때 몸의 평형을 맞추기 위해서 한쪽 손을 허리에 두고 싸우는 장면이나 중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거의 없는 이안감독이 대나무 밭 한가운데서 차 한잔을 마시는 동양적인 정취라든지 내공의 차이를 여실히 드러내는 소룡과 수련의 대결씬 등...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상당히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는 일화등...)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이 그러한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영화 자체는 그다지 특수효과 뛰어난 편도 아니고 화려함도 적긴 하지만 이를테면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권총의 분해씬이라든지 저격자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서 철새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장면이라든지 연막을 피운다는 장면등은 화려하진 않지만 상당히 현실감 있는 첩보물이란 생각을 강하게 갖게 만들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는 그다지
친절한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것이 이러한 밀러터리적 상식이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 007류의 어떤 부가적인 설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눈요깃감으로 나오는 즐거움도 없으며 물론 강렬한 액션이 내포되어 있지만 오버액션이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는 생각(잠시 영화 "파고"를 생각했습니다.)을 가지고 있기에 의외로 영화 기획 단계에서는 극소수의 유저를 타켓으로 한
"컬트무비"에 가깝지 않을까 추측은 해보았습니다. 이것과 연관이 된다고 하는데 후속작인 "본 컨슈피러시"는 어떤 내용일까 잠시 상상해 보고요.
그다지 큰 스케일의 영화가 아니라서 비쥬얼적인 즐거움이 크지는 않지만 혹시나 프랑스를 거닐어봤던 사람들에게는 영화의 본 무대가 되는 파리 시가지 곳곳이 자연스럽게 묘사된다는 점도 나름대로 상당한 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퐁뇌프라든지 시떼섬이라든지 눈에 익은 거리들이 스쳐가는 것도 나름대로 나쁘진 않더군요. 그다지 많은 비용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이 감독의 역량은 이런것까지 세세히 신경 쓸 만큼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마지막에 여 주인공인 마리를 만나는 곳은 추측이지만 그리스의 조촐한 항구도시가 아니었을까요? ^^) 음질적인 부분의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DTS-ES의 음원을 풀로 활용을 해보았는데 중간중간 총격씬에 충실하게 후방채널의 지원이라든지 의미없을 황야에서의 잠시잠시 스쳐가는 바람소리나 새소리,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효과음 등 최근의 AV적인 완성도로서는 불만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화려한 액션과 눈요깃감을 원한다면 이 영화는 별롭니다. 상당히 현실적인 안목에서 이루어졌다는 점과 최후의 최후에는 정보를 말살하기 위해 그 기관을 아예 없어버리는 냉혹함까지 고루 느끼고 싶다면....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