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부터 시작된 오디오질
그동안 처바른 돈을 모았으면 웬만한 아파트 한 채는 되지 않았을까.....
한 때 눈깔이 뒤집혀 카드 여러개를 긁고도 모자라
적금까지 깨뜨려 앰프와 스피커를 들이기도 하였는데
요즘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늙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달관 했기 때문이기도 한데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포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포기"라는 사전적 의미는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리거나
자신의 권리나 자격을 던져버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는 "포기"는
그동안 끝도 없이 솟아나던 호기심과 욕심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계기는 CDP와 튜너 때문입니다.
한동안 안정적으로 사용하던 Sony 555esd는 픽업 불안 때문에 진작 양도했고
별 문제가 없었던 DENON DCD 2560은 계속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복사 CD가 에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품 CD 중에서도 30년이 넘은 것들은 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별 생각없이 사용했었으나
DCD 2560에 대한 사용자 평가가 나쁘지 않아
수리를 해볼려는 생각으로 수리점을 찾았습니다.
DCD 2560에 사용된 픽업은 SONY KSS 151A로
와디아나 최고급 일제 CDP에 주로 사용되었고
역사상 최고의 픽업(필립스 CDM-1, SONY KSS 150A, SONY KSS 151A)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수리 불가"입니다.
그래서 구글과 유튜브를 몽땅 찾아보니
수리는 할 수 있는데 정품 PICK-UP 가격이 $600불이 넘었습니다.
여기에 부가세 10%, 관세 8%, 통관료, 운송비까지 계산하니
그냥 버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만물상인 ALI EXPRESS를 검색해 보니
복제 픽업이 250,000원~270,000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정품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구글링을 해보니
픽업의 핵심인 LENZ DIODE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중국에서는 이 다이오드로 CDP를 재생시키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예민하기 그지없는 CDP 픽업을 분해하고
그 다이오드를 교체할 수 있느냐? 이고
교체를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구글링......
또 다시 중국이지만 이 공장은 각종 PICK-UP들을 복제하는 곳이었습니다.
홈피를 검색해보니 10개까지는 $279,
50개까지는 $249, 100개를 주문할 경우 $239이었습니다(1 EA 당)
그러나 개인 사용자인 제가 10개를 구입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딸내미를 시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헤이~! 쏼라쏠라~! 내가 한국의 오디오 수리업자인데
니네 복제품이 우수한 것은 알지만 성능을 확인할 수 없으니 샘플 하나 보내 줄 수 있냐?"라고 했더니
짱깨 왈,
"오~! 한궈런? 근데 니네 한궈런들 그런 사람 많아 공짜로는 못주고
샘플용으로 1개는 싸게 줄께. 가격은 $180이야. 필요하면 연락줘 잉? 안뇽~!"
......니미럴~!!
사실 DENON DCD 2560을 오래 사용했기도 했지만
하이엔드에 근접한 중급기(2009년 발매가 $750)라
이 정도의 성능으로 신삥을 구입하려면 적어도 120만원~150만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버리자니 아깝고
쓰자니 90살 먹은 노인네같이 언제 가실지 몰라서
신설동 장홍락 사장님에게 SOS를 쳤습니다.
"사장님 혹시 데논 2560 수리 가능할까요?"
"수명은 1~2년 연장할 수 있는데 이후는 장담 못햐~!"
결국 저는 인켈 7R CDP 개조를 선택했습니다.
언젠가 댓글에서 언급하였지만
국내에서 생산된 CDP 중 SONY KSS 240A 픽업을 채택한 제품은
인켈 7C와 7R이 유일합니다.
그런데 SONY KSS 240A 픽업은
수백만원짜리 외제 CDP에 사용되었고
가장 오랫동안 생산되고 있으며
가장 많이 생산된 픽업으로 유명합니다.
그야말로 적수가 없는 스테디 셀러인셈입니다.
가격도 국내에서 구하면 5만원,
중국 알리에서 구하면 24,000원~25,000원이라
부담이 없고 픽업 때문에 애지중지하는 CDP를
고물로 버릴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픽업 교체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손재주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교체할 수 있습니다.
인켈 제품 개조의 1인자이신 장홍락 사장님은
제가 예상치 못한 서비스도 해주셨습니다.
바로 "리모콘"입니다.
원래부터 7C는 리모컨이 되지 않지만
7R은 리모컨으로 구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앰프, 튜너, CDP, 테입 덱을 세트로 연결하여
디지링크로 리모컨이 작동되기 때문에
CDP 단독으로는 리모컨을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장홍락 사장님은
CDP에 리모컨 센서를 달아 개조하고
학습 리모컨으로 기능을 복사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여기에서 학습 리모컨은 본인이 별도로 구매해야 하며
가격은 15,000원 내외 입니다.
그래서 총 투입비용은
중고 7R 구입비 80,000원,
개조비 150,000원,
학습 리모컨 15,000원 등 245,000원입니다.
(주의 : 리모컨을 사용해야 할 때는 필히 7R을 구입해야 하며
비슷한 7MK II 는 절대 구입하면 안됩니다. 이놈은 하급인 KSS 210A가 채택 됨)
결론적으로 외제 CDP와 국산 중급 CDP에 대한 선입견만 배제한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재도 외제 중상급기에 채용되고 있는 픽업이
SONY KSS 240A인데 7R도 동일한 픽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켈이 중급기인 7R CDP에 SONY KSS 240A를 과감하게 채택한 배경에는
일본 생산에서 인도네시아 생산으로 바뀌면서
픽업 가격이 저렴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하나의 숨겨진 보물은
아남 A40이나 AA40 셋트에 포함된 튜너입니다.
이것들 중고가는 4~5만원 가량이고
음악 좀 듣는 사람들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싸구려 튜너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 튜너에는 다른 튜너에서 존재하지 않는
OP앰프 프리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래 회로 개발자가 어떤 생각으로 프리기능을 포함시켰겠지만
이 부분을 조정하고 개조하면
놀랄만큼 해상도와 선명도가 개선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소리를 들어본 후 1개를 주문했고
총 비용은 10만원 입니다.
현재는 SABA와 TRIO를 사용하고 있는데
SABA는 지나칠 정도로 음 분리가 정확하고 소리가 경질이며
TRIO는 푸근하고 부드럽지만 해상도가 약합니다.
물론 모든 제품의 특성이 다르고
연식에 따른 성능 저하는 당연하지만
개조된 아남 튜너를 들어보니
또 다른 욕심(?)을 제어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요사이 삐까번쩍한 외제 오디오 보다는
보다 편안하고 부담없는 기기들로 눈길이 돌아가고 있는데
이것이 나이 때문인지 달관 때문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솔직히 경제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는 문제이구요.
코로나 때문에 곳곳에 멍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구질구질한 얘기 늘어놨는데
혹시 관심 있는 분 있으시면
장홍락 사장님 연락처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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