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 망하거나
정권을 상실하면
수많은 이유들이 뒤따릅니다.
반대로,
사업이 승승장구 할 때나
정권을 쟁취하면
수많은 공신과 무용담이 생깁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대선 패배의 요인을
"인사 실패"라고 하기도 하고
또는 민주당의 무능력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세상사에서 정치뿐만이 아닌 모든 분야에서
"인사는 만사"라고 합니다.
따라서 국가경영을 수임한 임명권자는
당연히 최고의 인재를 선택하여
자신과 진영의 어젠다를 실현시키려고 합니다.
인사들의 임용은 권력자가 직접 선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단계적 과정에서 걸러지고
평가를 거듭한 후 최종 선택하게 됩니다.
그렇게 등용된 인사들 중
성공적인 것도 있고 실패한 사례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검증시스템이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상대성, 상성 문제일 수도 있고
내,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요인일 수도 있고
또는 개인의 역량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 속에서
"마속"의 목을 한칼로 잘라버린
제갈량의 냉철함이 없었을 뿐입니다.
좋게 보면 문통이 너무나 선비이기 때문이고
비판적으로 보면 너무 물러 터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모든 것,
즉, 역사는 결과론일 뿐이라는 것이며
민주당의 패배 역시 결과일 뿐입니다.
흔한 말로 "죽은자식 불알 만지는 격"과 다름 없고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뭐가 다를 것이며
저 멀리 떠나가버린 버스를 세워달라고 아무리 손을 흔들어봤자
그 버스가 빠꾸로 되돌아 올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정치는 매우 가변성이 큰 속성이 있어서
국가정책은 수많은 내, 외부 변수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나뉘어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민심은 쓰나미처럼 밀어닥치기도 하고
순식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이번 대선 패배 결과를 받아든 지지자들은
각기 자신의 관점에서 패배의 요인을 토설합니다.
그 중 인사 문제를 거론하는 경우도 있는데
윤석열을 검찰총장까지 밀어 올린 것은
아니러니하게도 국민들,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윤석열은 박근혜 정권 당시
정권 실세에 대들었다가 지방을 전전하는
"남산 딸깍발이" 신세였습니다.
그러나 임꺽정의 철퇴처럼 우직하고 사정없는
그의 수사능력을 높이 평가하여
국정농단 사건에 수사팀장으로 복귀시켰고
기대한 바와 같이 무시무시한 칼날을 아낌없이 휘둘렀습니다.
그때 대부분의 국민들을 포함한
민주당 지지자들은 시원하고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한마디로 "정의의 투사"쯤으로 환호하고 열광했던 것입니다.
즉 오늘날의 윤석열을 탄생시킨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상기해야 한다는 점 입니다.
당시를 되돌아 보면
여론과 정권의 평가는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의 최고 적임자로
윤석열을 주목했고 결국 검찰총장으로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증에서
일부 인사들은 반대하였고
일부 인사들은 찬성하였는데
그 주요 인사 중 한사람이 양정철이라고 합니다.
소위 3철 중 한명인 양정철은
대선 및 총선에서 최고의 책사로 평가받았을 뿐만 아니라
문통의 충직한 동료로서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난 신뢰와 환호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윤석열을 강력 추천했다는 이유 하나로
역적 중의 역적으로 몰리고 있는 신세로 전락되고 말았습니다.
설마 윤석열이 임명권자를 배신하고
대통령까지 따먹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겠지요.
대한민국 검찰 역사에서 단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사람 속 한자는 알 수 없다"
라는 속담이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결과"에 따른 평가에서 역적이 되었지만
현재의 결과까지 예측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번 정권 상실의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조국사태"와 "부동산 문제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부분은
조국사태 발생의 본질은 윤석열이 아니라
골수 친노와 친문들의 이기적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시 차기 유력 대권 주자 중
첫번째가 이낙연이었고
두번째는 김경수였습니다.
그런데 김경수는 드루킹 사태로 앞날을 확신할 수 없었고
이낙연은 호남 출신이라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그 대상자가 바로 조국이었던 것입니다.
이재명이 잠재적 잠룡으로 부상하고 있었지만
혜경궁 사태로 감정의 골이 깊은 친문 진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재명은 저지하고 싶었고
이낙연은 호남출신이라는 전제가 있어 가능한 한 선택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조국을 강력하게 밀어부쳤고
"법무부 장관"이라는 이력을 만들어
차기 대통령 후보로 옹립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특정세력의 과도한 국정 개입은
참담한 실패로 귀결되었는데
조국이라는 걸출한 인재만 상실하는 결과를 얻었을 뿐입니다.
정치의 속성에서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실패한다"라고 합니다.
이번 대선 역시 그러한 속성이 제대로 적용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잠재적으로 친문진영을 위협할 수 있는 안희정은
성폭력 사건으로 제거당하고(민주당 내부에서 제보되었다고 함)
김경수는 강력한 문통 지지자였던 드루킹의 이기적 욕심이
원인이 되어 낙마해 버렸습니다.
또한 능력이나 도덕성에서 한치의 오점도 없었던
박원순 시장의 문제입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너무나도 아쉽고 절통하기 그지없습니다.
만일 박원순 시장이 대권주자로 나섰다면
0.73%가 주는 절망을 겪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결국 진보진영의 유력 인사들이
이런저런 과실과 음모(?)로 모두 유실되어 버리고
남은 재목은 이낙연과 이재명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혜경궁 김씨"로 촉발된 세력간의 충돌은
결국 "친문 대 친문 대 친이"로 사분오열 되어버렸으니
선거를 이길래야 이길 방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민주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이라는 건곤일척의 싸움에서 패배했습니다.
그리고 이재명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도 최선을 다해 싸웠습니다.
결국 깻잎 한장 차이도 안될 정도로 석패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은 또 다른 성취를 이뤘습니다.
전투에 임하는 진정성있는 자세,
패배 후의 담백하고 솔직한 인정,
지지자들에게 대한 가식없는 감사에서
인간 이재명의 사나이 다운 진면목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진보진영의 대표주자로 인정받았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제가 감히 회원 여러분들에게 부탁드리는 것은
소위 "탓"을 자제해 주시라는 것입니다.
성공에는 항상 미담과 긍정이 뒤따르지만
실패일 경우 대부분 "핑계"에 함몰되어
남의 "탓"을 수도 없이 끄집어 냅니다.
이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이미 소는 도망가 버렸고
버스는 진작 산모퉁이를 돌아가 버렸는데요.
허탈한 가슴에 구멍이 뻐~엉 뚫리고
따뜻한 봄바람마저도 시리게 느껴지는 심사는
저를 포함한 모든 분들이 공통적일 것입니다.
오늘도 여전히 허망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또 다른 희망을 찾기 위해 스스로를 달래보면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