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누까리에 낀 누꼽을 떼기도 전에 테레비에서 "맛있는 녀석들" 이란 프로를 하길래 봤습니다.
사실,
저는 먹방프로는 잘 안봅니다.
하지만,
국시나 해장국, 특히 소 내장탕이나 선지넣고 우거지 팍팍 넣은 해장국, 김치찌개, 만두, 청국장,
이런 프로가 나오면 아주 혼을 놓고 봅니다.
그리구, 지금은 깁준연이 빠져 조금 시들하지만 "맛있는 녀석들"은 매주 빼놓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문세윤이를 좋아하고 세윤이가 김치 러버라는 것도 저와 비슷한 식성이란 동질감 때문에...
각설하고,
맨 위에 오늘아침 테레비에서 보여준 시뻘건 궁물의 소내장탕과 선지 해장국을 보곤
이성을 잃고 후다닥 카메라를 들어 들입다 찍어 댔습니다.
요즘들어 소 왕갈비탕이 먹고 싶어지고 해장국이 먹고 싶어지고
암튼 뭐가 그렇게 먹고 싶어지는 것이 많은지 몰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회임을 하는 것도 아닌데...ㅡ,.ㅜ^
저희 집은 아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은 절대로 모르실텐데
3식구가 살고 있는 저희는
집에서 챙겨 먹는 것을 극도로 싫어(?) 하는 울마님 덕분에
주말이나 휴일은 주로 나가서 식사를 합니다.
(설겆이, 늦잠, 사전 군것질..등등)
따지고 보면 나가서 먹는 것이 집에서 먹는 것보다
비용적 측면에서 적게 들고(?)
잔반처리를 제가 독박을 쓰고 뱃속에 꾸겨 넣지 않아도 되고
설겆이의 부담감 등등
여러가지 잇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살림을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한끼 해먹자고 장을 보고 하다보면
차라리 나가서 먹는 것이 비용면으로 적게 들게 되더군요.
그렇다고 허구헌 날 나가서 먹으면 파산을 하게 되는 불상사가 초래되지만
암튼 그렇습니다.
서론이 무쟝 길어졌습니다만
본론은 그것이 아니고
제가 먹고싶은 소 내장탕이나 왕 갈비탕(울마님의 요구사항)은
울 딸래미의 일갈에 물거품이 되고
오늘 점심은 양주언저리 가는 곳에 있는 "낙지 한마리" 집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을 쳐도 되는 집은 어디든 사람들이 바글대더군요.
대기순서 2번째로 기둘리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낙비 3인분"을 시켰습니다.
전에 갔었을 때는 팔걸이가 되어있는 개별 의자였었는데
오늘은 찜질방에 걸터앉는 의자처럼
통나무를 잘라 길게 만든
과거 복덕방 앞이나 구멍가게에
뉀네들이 가랑이 벌리고 마주보고 앉아
장기나 바둑을 두던 그런 장의자로 바뀌었는데
폭은 엉디가 전부 걸터 앉아도 남을 정도로 넓었습니다.
잠시후,
보기만 해도 정수리에서 샘물이 솟아나는
드럽게 매운 낙지접시가 나오고
우리 세식구는 흡사 흡혈귀가 피를 빨듯
조디를 시뻘겋게 물들이며
낙지 비밤밥을 퍼 먹고 있었는데.......
바로 앞자리로 3명의 아줌니들이
자리를 잡으러 들어오는 것을 본 순간
옷맵시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자
대구빡은 밥그릇에
누깔은 그녀들의 뒷태와 옆태를 스킨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순간,
그녀들 일행 중 아사무사한 헤어스탈에 짙은 아이쉐도우,
화려한 금장식들로 치장한
한 여성동지와 아이컨텍이 되자
전, 바로 누까리를 내리 깔고 시뻘건 낙지뭉테기 밥을
조디에 쳐 넣었습니다.
제 옆엔 마님이, 맞은편 대각선엔 딸래미가 있어
조금의 방심한 태도를 보이면 곧바로 적발될 위치였기에
누까리만 강시처럼 뒤집었다 내렸다를 반복하면서
마슥흐로 가려진, 흡사 시바의 여왕 "지나 롤로 브리지다" 같은
그 아줌니의 뒷태만을 찰나의 순간마다 바라보았는데
나의 수려한 용모에 그 아줌니도 무언가 필을 받았는지
자리를 잡고 앉으면서 상의를 벗으며 야리야리한 허리를 틀어
다시한번 저의 모습을 힐끗 보더군요.
저는 그 매운 비빔밥이 누까리로 들어가는 지
콧귀녕으로 들어가는 지 정신 못 차리고
마구 퍼 넣고 있던 그 순간!
마슥흐를 벗은
그 시바의 여왕처럼 짙은 아이샤도우를 한
그 아줌니의
적나라한 얼굴 전체의 모습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 띠바, 그냥 밥이나 먹을 걸....ㅡ,.ㅜ^"
시방 집에 와서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마구 퍼넣은 매운 낙지비빔밥의 휴유찡으로
뱃속이 쓰린 것을 감내하면서 쓴
드럽게 재미읎는 글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