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분기탱천하고 모든 것에 의욕이 넘쳤던 그 시절...
다시 되돌아 갈 수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 시절...
마님 눈치를 보며(그때도 조금 그랬지만..)
소파가 질긴 지 내가 질긴 지 엉디에 종기 생길 듯
하릴 없이 거실 정면 벽 아니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프로를 마님의 기세에 눌려
찍소리도 못하고 테레비를 보는 것도 한 두시간이지....
어쩌다 덩그러니 서 있는 벙어리 숩삑을 보고 있자니
흡사 내 신세와 같은 동병상린을 느낍니다.
전에는 거실 정면을 흡사 전파상 중고 오됴 늘어놓듯
쌓아놓고 이것도 들어보고 저것도 들어보고 했었지만
이젠 죄다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유배아님 귀양살이 가고
그나마 뻐팅기고 있던 것들도 골방으로 쫓겨 들어가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 을매 전 껍닥을 벗겨 보여드린
레퍼런스 3과 수박 숩삑 달랑 두 조...ㅡ,.ㅜ^
엊그제 건너 방서
쫓겨들어 간 숩삑과 암뿌를 살려보겠다고
컴터와 몸부림 치다 누까리 찢어 먹을 뻔 한 사건이
그나마 꺼져가던 오됴에 대한 불씨가 남아있다는 걸 알게 해준
유일한 행위예술(?) 이었네요.
오늘도 불투로 으막을 들으면서 든 생각 하나,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꼼지락 거리는 것보다
그냥 편하게 손꾸락으로 모든 걸 해결하게 되면서
몸뗑이가 무뎌지고 온 몸의 감각기관들이 서서히 퇴화하게 되어
음악에 대한 열정도 식어가고 둔감해 지는 것 아닌가?.
턴 테이블에 빈대떡을 올리는 것도 점점 횟수가 줄어들고
CDP에 전원 넣어본 것도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
이젠 습관적으로 전원켜면 불투부터 연결해서
손폰에 듬뿍 담아놓은(그렇게 담아도 다 들어보지도 못함)
으막만 무한 루프....
과거엔 숩삑의 소리가 어떻고 우퍼가, 미드가, 트윗이....
음악을 듣는 것인지 아님 기기 성향파악에 목숨을 거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열심이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찬물에 곧휴 쭐어들 듯 하고
살아있다는 표식인지 아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건지
집안에 아무런 소리도 없이 적막하면 두려워 틀어 놓는건지
아침에 눈뜨면 화장실 가고 밀어내고 양치질하고 밥 먹듯
거실에 나오면 의무적으로 틀어놓는 손폰 속의 음악들...
문득, 장식장 위에 처박아 둔 이것을 보면서
"아! 이걸 들어보려고 이너넷을 뒤지고 야후 쟈뽕을 뒤지고
여러 사람들 고생시켜 만들었던 시절이 있었지....."
거실서 한참 자태를 뽐내며 길길이 악을 쓰던 넘이
이젠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으니
마님이 무서운건가? 아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은건가?
언제나 이걸 다시 거실서 들어 볼 수 있을까?....
2상 한때 내 귀를 즐겁게 해주었지만 이젠 먼지만 쓰고서
언젠간 다시 악을 쓸 날이 오길 학수고대 하고 있는 슈퍼트윗이
지금의 내 꼬라지와 같은 생각이 들어 쓴
우울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려 애쓰는 한 잉간의
드럽게 재미없고 길기만 한 글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