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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이 고등어가 유발한 또 다른 정치 체험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22-02-23 01:20:54
추천수 6
조회수   790

제목

떨이 고등어가 유발한 또 다른 정치 체험

글쓴이

이정석 [가입일자 : 2013-01-27]
내용
 어제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고등어 5마리 5,000원!"이라는 말에

대가리까지 싹둑싹둑 썰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얼마 전 장모님을 찾아뵈었을 때

지난 김장 때 묻어둔 무를 잔뜩 캐왔기 때문에

고등어 무 조림을 해먹기 위해서였죠.



아가씨 종아리 만치나 커다란

20여개의 무를 가져오고 보니

"너무 욕심을 부렸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그놈의 무는 무겁기도 하고

좀체로 양이 줄지 않았습니다.



마누라는 그놈으로 생채도 담고 동치미도 새로 담구고

무밥도 해먹고 깍두기도 잔뜩 담았습니다.

그런데도 그놈의 무는 절반도 더 남았습니다.

사실 식구래봐야 저와 마누라 두식구 밖에 없는데

처녀 종아리만한 무 1개로 만든 생채도 시어 터질 때까지 먹어야 합니다.



그런참에 고등어 "5마리에 5,000원~!" 소리를 듣고 보니

날이 갈수록 바람이 들어가는 무가 생각이 났고

"아~ 무를 뎅강뎅강 잘라 냄비에 깔고

고등어를 졸여 먹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던 것입니다.



고등어를 파는 아줌마는

"오늘 토론인가 뭐시긴가 한다고 당최 손님이 읎네요?"라고 하면서

"대가리도 가져가실라요?"라고 물었습니다.

"....대가리요?"

" 아, 안가져가믄 우리는 쓰레기로 버리는디

무나 시레기에 양념을 해서 푸~욱 졸리면

대가리에서 맛이 더 우러낭께 가져다 잡숴봐요"라고 하였습니다.



"음....대가리? 뭐 먹잘 것이나 있나요?"

"아이고 아자씨 생선 맛을 아직 모르시능가 본디

그 뭐시기냐 어두육미라는 말도 있잖유"

"츰에 쎈불로 확 끓이다가

국물이 자글자글 끓으면 중불로 지긋허게 졸이면 되유"

"아 글고 된장, 고추장 한숫가락은 꼭 넣어요 잉?"

"고춧가루는 안 넣고?"

"아 고춧가루는 기본이제 기본!"

"근디 오늘 한번 잡숫고 내일 한번 더 졸이면

대가리도 아작아작 씹어먹어도 되유"



장삿수완이 곰삭을대로 곰삭은

이 아줌마의 말투를 듣다보니

충청도여 전라도여? 라는 의문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랬어유~우"라고 하면

"충청돈가?" 했다가

또 어쩔 때는 전라도 말투인 "그랬당께 저랬당께"로 말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저는 솔찮이 아사무사하여

"아줌마 고향이 어디요?"라고 물었습니다.

"아이고 이 아지씨도 또 그렇게 물어보시네?"

"내가 여기서 35년째 장사하는디 맨날 손님들한테 그 소리 들어유"

"근디 내 말투가 그래서 그런지 충청도 손님도 많구 전라도 손님도 많어유"



아줌마는 고등어 다섯마리를 움푹 파인 나무 도마에 눞여놓고

인정도 사정도 없이 토막내버린 후

하얀 비니루 봉투에 넣고 휘~휘 둘러 묶은 다음

검정 비니루 봉다리에다 다시 넣어줬습니다.

"오늘 장사가 안돼 시마이 하면서 싸게 디렸으니 맛나게 잡숴유 잉?" 



내가 마지막 손님이었는지

수돗물에 손을 씻고 대충 물기를 닦는 아줌마에게

좀전의 의문이 풀리지않아  다시 물었습니다.

"아줌마 고향이 어디시냐니까~!"



아줌마는 앞치마를 벗어 휙 던지면서 깔깔 웃더니

"우리 손님들이 그거 맨날 물어보는디

나는 충청도도 고향이고 전라도도 고향이라고 할 수 있어유"

"할 수 있다니?"



"저는 원래 태안이 고향인디

쩌그... 밑에 전라도로 시집가서 몇년 살았시유"

"그래서 충청도 말도 나오고 전라도 말도 나오고....."

"근디 나는 그게 좋아유. 양쪽 손님 모두 자기 고향 출신이라고 믿어주니께 ㅎㅎ"



그런데 갑자기 아줌마는

"아자씨는 이번에 누구 찍기로 했어유"라고 물었습니다.

"왜요?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람 찍을 건데?"

"설마 이재명이는 아니쥬?"

......!



저는 갑자기 기분이 쎄~! 해졌습니다.

조금 전까지 충청도와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곰삭은 상술을 구사하던 60대 아줌마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지지후보를 물어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줌마는 누구를 찍으실건데?"라고 되물었습니다.

"나는 2번을 찍을 거구유 여기 오는 손님들 죄다 이재명이는 쌍놈이라고 해유"

"뭐 집안이 얼마나 개쌍놈집안이면 형수 XX를 찢는대유?



저는 대략 난감하여,

"아줌마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여러가지 사연이 있어요 사연이...."

"그리고 대통령을 뽑는데 능력을 봐야지 개인적인 문제를 따지자면

윤석열이는 문제가 없나요?"



"아자씨는 이재명이를 좋아하시능가 본디

그놈은 안돼요....저~얼~대 안돼유"

"세상에 자기 형수한데 XX를 찢어버린다는게 사람이유?

"여기 오는 손님들 대부분이 그렇게 말허구 내 생각도 똑같아유"

"......허~참....!"



아줌마는 주로 생선을 팔고

남편은 회를 담당하는데

이 냥반은 좀체 말수 가 없는 사람입니다.

벌써 수년째 이 생선가게를 이용하는데

볼 때마다 고개만 까딱 인사하고 너스레는 주로 아줌마 담당입니다. 

그런 남편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아 뭐하는거여, 빨리 정리하고 들어가야제"

저는 수년동안 처음으로 그 남편의 말소리를 들었는데

굵직한 저음에 대단히 상남자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아줌마가

"아이고 오늘 토론인가 뭐시긴가 한다는디 빨리 가야 조금 보것구먼"

"아자씨도 빨리 들어가셔. 글고 윤석열이 찍어유. 이재명이는 절대 안돼요 안돼"

"그런 쌍놈의 새끼를 으떻게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어유"



밖에서 담배 한대를 꼰아물은 남편은

그런 마누라가 영 보기 언짢았는지

"아 뭐혀 빨리 챙기고 나오라니까"

"글고 그놈의 정치 얘기는 왜 또 꺼내가지고 지랄이야 지랄이"

"아 니미 이재명이가 쌍놈이믄 윤석열이는 쌍놈 아녀?"

"그리고 그 김건흰가 뭔가 그 여편네가 무꾸리인디 

그런 여편네 남편이면 그놈도 똑같은 놈 아녀?



생전 말수가 없는 냥반인데

막상 말이 터지자 굵직한 바리톤 목소리에

강력한 내공이 실려있어서 

"와 저 양반 옛날 같으면 장군감이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우짰거나.....

장모님 대에서 캐온

아가씨 종아리 만큼이나 큰 무가

하찮은 제 욕심에 치어 베란다에서 천대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고

시간이 갈수록 겨울 바람에 숭숭 바람이 들어가고 있었던 고로.....



때마침 대선토론으로 장사가 션찮은 생선가게 떨이 고등어가

무리한 욕심으로 처매고 온 무에게 주어진 운명을 멋지게 장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자비한 칼날에 베어진 고등어 다섯마리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생선가게 아줌마를 통해

대선에 대한 60대의 생각을 체감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유쾌한 마음으로 떨이 고등어 5마리를 구입하긴 했으나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정치는 과연 무엇인가?"

"나는 무엇 때문에 진보 정치를 지향하는가?"

"나도 나이가 더 먹어가면 저렇게 생각이 고착되고 변하게 될까?"

라는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실 사람 중에 흠없는 사람 드믈고

내 생각이 있으면 다른 사람 생각도 있을 것인즉

왜 사람들은 흑백논리로 갈려 사생결단하듯 쟁투를 벌이는가!



가물하게 생각하던 대선도 이제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3월 9일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항상 양 진영이 치열한 각축을 벌였지만

특히 이번 대선은 그 예측이 매우 난감할 정도로 양측의 부침이 엇갈립니다.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대한민국의 대선후보까지 오른 이재명은

치열한 삶을 살아온 만큼 여러가지 생채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이재명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그의 성장환경을 살펴보면서 욱~!하는 그 무엇이 솟아오르기도 합니다.

인간 이재명 삶 자체만  평가할 때

그야말로 "개천에서 난 용"이자 "흙수저 신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윤석열에게서 그런 감동은 찾지 못합니다.

이것은 꼭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 말에 "언죽번죽"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을 한자로 표현하면 "철면피"라고 합니다.



제가 윤석열을 철면피라고 치부하는 이유는

자신의 과오와 전력에 대해서 단 하나도 인정하거나 시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소권을 가진 권력자로서의 전력에 대한

갖가지 의혹도 의혹이지만

처가를 비롯한 자기 주변의 문제는

절대 인정하지도 않고 사과도 하지 않습니다.



만일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최고 통수권자가 되면

어떤 부작용이 빚어질 지....

진영 논리를 떠나 국가와 사회의 퇴보가 충분히 예견될 수밖에 없어

매우 우려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또다시 우울하고 찝찝한 5년을 살아아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달리기도 하고 아령도 들고

집에 돌아와서 마누라가 맛나게 요리한 고등어 조림을 먹었습니다.

이것저것 업무를 처리한 후

"밤에 또 커피야?"라는 마누라의 핀잔을 섞어 마시면서

93. 1을 틀어놓고 주절주절 이 글을 씁니다.



좋은 밤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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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영 2022-02-23 09:24:34
답글

고등어 조림....캬~~~~

김승수 2022-02-23 10:14:02

    고등어 조림의 핵은 자박하게 조려져 밑바닥에 누워있는 무우^^

이정석 2022-02-23 10:56:12

    며칠 전엔 1마리에 5천원을 줬는데
그날은 5마리에 5천원.....

뭐 조금 작기는 했지만
떨이로 횡재하긴 했습니다^^

이종호 2022-02-23 12:22:13

    텨나온 눈티 밤티 헤진 마슥흐 양주언저리 녕감님이 그래도 조디만은 학씰히 살아있군유ㅡ.,ㅜ^
무조건 조림의 핵심은 바닥에 깔려 허부적 댄 무가 쵝오의 맛입니다.

염일진 2022-02-23 10:10:18
답글

서민들의 정치식견은
그렇습니다.

제 지인도 석열이 인상이 인자하게
보여서 찍을거랍니다~

이정석 2022-02-23 10:59:35

    인자하다고요?
그거는 정말 아닌데예....

인자하게 보인 것은 문통 뿐이었고
윤가나 이재명은 조금 사나운 인상입니다.

어쨌거나 이유불문 윤석열 지지에
어떻게 해 볼수도 없었지만
60대 이상의 뇐네들의 정치의식은
대부분 한결 같아 보였습니다.

장순영 2022-02-23 11:26:43

    어익후....인자요? 그 눈매가요??

이종호 2022-02-23 12:25:58

    어쩜 글을 그렇게 맛깔나게 군더더기 없이 잘 쓰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등어와 아짐씨'
단편소설 한편을 읽은 것 같습니다.

글구 그 아저씨... 속터져 죽을 거 같은 심정일 겁니다.
충청도와 전라도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 아짐씨는 철새 구쾌의원을 연상시키고...ㅡ.,ㅜ^

이정석 2022-02-23 18:40:31

    저는 종호님의 익살과 조크
그리고 재기 넘치는 표현력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그건 제가 갖지 못한 종호님만의 능력인데
많은 분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암튼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종호 2022-02-23 18:50:31

    지는 정석님의 찐 팬임돠!

이정석 2022-02-23 19:34:37

    아이고....ㅠㅠ ^^

김승수 2022-02-23 21:22:05

    좌고우면 읎시 무차별적 뿌리는 밑밥 덥썩 무시면 탈탈 털립뉘다 ^^;;

이종호 2022-02-24 10:24:12

    텨나온 눈티 밤티 헤진 마슥흐 양주언저리 녕감님 ㅡ.,ㅜ^
자꾸 남의 영업 쫓아댕기며 방해하구 그럴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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