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라디오에 빠져서
SABA, TOSHIBA, RCA VICTOR 등
7개나 사 모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모두 처분하고
재고(?) 2대만 남았네요.
그중 하나는 Sony CF 580인데
1978년 누나가 일본 여행갔다 오면서
큰 맘 먹고 어머니한테 선물한 것입니다.
(사진은 찍기 귀찮아 빌려옴^^)
누나는 막내인 저를 엄청 아끼고 예뻐했는데
당시 20대 초반인 저를 위해 "시세이도" 화장품을
007 가방에 가득 넣어 선물하기도 했었습니다.
Sony CF 580은 당시 최첨단 카셋트 라디오로서
한국의 젊은 사람들에게는 마치 꿈과 같은 제품이었습니다.
선물은 부모님에게 했지만
주로 사용한 것은 저였습니다.
특히 조용한 저녁에 머리맡에 두고 듣는 FM 방송이란.....
맨날 쬐끄만 알리코 스피커가 장착된
MONO 음악만 듣다가
양쪽으로 흘러나오는 STEREO 방송을 듣는 기분이란
그야말로 신세계였고
요즘으로 치면 거의 하이엔드에 가까운 호사였다고 추억합니다.
1978년이면 지금부터 44년 전인데
당시는 일본이 최 전성기이던 시절이라 그런지
지금 생각해도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려 44년이나 세월이 흘렀음에도
수리한 거라고는 테이프 고무벨트 2번 교체가 전부이고
테입 재생이나 FM 방송은
현재도 매우 건강하고 짱~짱하게 재생해 줍니다.
당시의 가정용 라디오 제품에는
대부분 알리코 스피커를 사용했는데
이녀석도 알리코 유닛의 특성대로
매우 낭낭한 소리를 선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두번째는 1958년 생산된
RCA VICTOR TUBE RADIO 6-XF-9 입니다.
이 녀석을 구입한 지는 7~8년 되었는데
당시 구입가격은 150,000원 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집에 가져와 전원을 넣으니 어찌나 험이 많이 나는지 도저히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진공관 핀을 전부 닦아내고 소켓도 전부 청소했습니다.
그리고 크리너와 접점부활제를 뿌려줬더니 험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뭐 하긴 저보다 몇살이나 더 처먹은 놈이니
그러려니 하긴 했지만
그래도 청소 후 흘러나오는 소리는 그럭저럭 들을만은 했습니다.
이런 할아버지 라디오에 요즘같은 기기의 해상도를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마치 수십년 묵은 된장에서 우러나오는 맛같은
탁하면서도 구수한 소리는 나름대로 레트로 감성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요즘에는 FM을 듣는 매체가 워낙 다양하여
소리만 들으려고 치면 이런 고물딱지 라디오는 아무짝에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골통품을 찾고 애지중지 하는 것은
그 사물에 묻어있는 "세월의 때"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인위적으로 도저히 재현할 수 없는 자연스런 "마모"에서
순수한 "자연"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암튼 한동안 이런저런 RADIO에 관심을 뺏겨
마누라의 구박을 굳세게 견디면서 사 모아봤지만
박물관을 차리지도 않을 바엔 그것도 욕심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전부 팔아치우고 2개만 소유하고 있는 중입니다.
뭐 이것들 외에도
완전히 생명이 꺼져버린 GOLD STAR 라디오가 2개 더 있고
등산 갈 때 호사를 부리려고
손바닥만한 FM 라디오도 있으며
짱깨산 짝퉁 라디오도 한개 더 있긴 합니다.
그러나 세월로 보나
애착으로 보나
제가 자랑질(?)을 할 수 있는 라디오는
사실상 2개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사~알~짝 겁나는 것은
어디에선가 "나주라 신공"이 금방 튀어나올 것 같아
소름이 돋고 사지도 벌벌 떨릴려고 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