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연말 웬 듣도보도 못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된 이후
2년이 넘어가도록 전 세계는 그 종말이 언제인지 알수도 없을만큼 아수라장에 빠져 있습니다.
그저 버릇처럼 마스크는 항상 챙겨야 하고
혹시라도 잊어버리기라도 할 양이면 부랴부랴 집으로 되돌아가거나
그 짧은 시간동안의 맨얼굴에도 사람들의 눈총을 온 몸으로 받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휴대용 가방이나 차량에는
항상 여분의 마스크를 준비해야 하고
그것도 또 못미더워 두번 세번 다시 확인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또한 생활반경 곳곳에 마스크를 처박아두게 되고
혹시라는 불안감에 또다시 마스크를 주문해서 이곳저곳에 쌓아두기를 반복합니다.
그렇다고 꼭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 꼴뵈기 싫은 인간을 마주칠 때나
굳이 아는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지나칠 때는
그 마스크가 매우 효과적인 안면 차단 효과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특히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쓰고나면
웬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모른척 지나칠 수 있어
나름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는 잇점도 있습니다.
사실 누구나 눈꾸녁만 내놓고 다니는 세상이 되다보니
마치 "가면 무도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낯빤대기 전체를 훑어볼 수 없으니
이쁜지 못생겼는지,
몇살이나 처먹었는지,
화가 났는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당최 분간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야튼 간에,
이렇게 끝을 가늠할 수 없는 팬데믹 현상에서
엎친데 겹친격인지 뭔지 몰라도
갑자기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몸땡이 어디에선가 불편한 기색이 느껴지고
갈수록 신체 기능이 찌그렁부그렁해서
동네 병원엘 갔더니
큰 병원으로 가보시라고 하더군요.
사실 뭐 큰 걱정도 하지도 않고(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덜렁덜렁 서울대학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했습니다.
그놈의 검사는 왜 그리도 많은지.....
소변검사, 혈액검사, 엑스레이 검사, CT, MRI, 뼈스캔 등등등
의사가 시키는대로 모든 검사를 했습니다.
결과는 OO암 3기라고 하더군요.
......그냥 덤덤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마누라에게 검사 결과를 알려줬더니
마치 하늘이 무너진양 찌걱찌걱 울고불고 하더군요.
근데 저는 정말로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까짓거 치료하면 될 터이고
혹시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그리 억울하지도 않을만큼 세상을 살았으니까요.
약 1년 6개월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임파선으로 뻗어나간 암세포가 소멸되었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것 역시 그냥 덤덤했습니다.
뭐 지까짓께 나를 감히?라는 만용아닌 만용을 뽐내면서 말입니다.
사실 저는 암치료를 받으면서
단 한번도 불안에 떨지도 않았고
"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충만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한번도 제가 "암환자"라는 의식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약물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다수의 부작용 때문에 불편을 겪긴 했었지만
그것 마저도 감기약 먹고 졸린 현상 쯤으로 치부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에 암치료까지 받아야 하니
움직일 수 있는 활동반경이 줄어들고
구멍가게 같은 사업마저 돌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참 무료했습니다.
음악을 들어도,
책을 읽어도,
산에 올라가 봐도,
시간은 참 많이 남아돌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운동이었습니다.
동네 헬스클럽에 가서 무조건 1년 티켓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런닝머신을 선택하고
무조건 40분 동안 빠르게 걷고 달렸습니다.
그 다음에는 각종 기구를 이용한 근력운동을 하면
대략 2시간 30분~3시간이 흘러갑니다.
운동 후 샤워를 하고 나오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몸이 가볍게 느껴지고 걷는 발걸음도 웬지 모르게 당당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기를 벌써 10개월째,
어느덧 울근불근 근육도 제법 생겨났고
골격근량도 85%를 넘어갑니다.
처진 가슴도 올라붙고
내려처진 똥배도 거진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 대한도 지나고
구정을 지나면 입춘이 도래합니다.
또 깨구락지 튀어나오는 경칩을 지나치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기운이 산천초목을 깨울 것이고
그 다음에 꽃도 피고
열매를 맺는 계절이 돌아올 것입니다.
또 그 다음엔 여지없이 동장군이 세상을 호령할 것이며
사람들은 당연하듯 또다시 따뜻한 봄날을 기둘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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