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여년 전...
그땐 장모님 기일을 껴서 일정을 잡고 남쪽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장소는 목포 - 여수 - 순천 - 보성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2박 3일 일정으로
처갓댁인 김제로 내려가 1박하고 다음날 목포 유달산으로 향했습니다.
어찌 저찌 엊그제 서산에서의 이야기와 거의 비등하게 거의 굶주림으로
고행의 길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목포 유달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목포시내는 참 아름답더군요.
목포대교(?)도 생기기 전이 었죠. 산정상에서 눈식사를 충분히 하고 내려와
인근 시내중심가 언저리에서 낙지 비빔밥을 먹었는데
생각하지 않고 갔던 곳이 의외의 맛집이어 횡재를 하고 맛나게 먹었습니다.
한전 건물 옆을 끼고 몇 블럭 지나 가건물 비슷한 집이었는데
가끔 저희 마님과 저도 그 집의 낙지비빔밥과 낙지호롱을 이야기 하곤 합니다.
낙지호롱은 워낙 스케일이 커서 먹기를 포기하고 그걸 그냥 다시 잘게 썰어달라고 해서
조각모듬으로 먹었다는 슬픈 전설도 함께 회상하면서.....
암튼,
이야기의 본론은 그게 아니고 보성 녹차밭까지 잘 갔다가 오는 길에
마님께서 갑자기 거제도 포로수용소 옆 멍게비빔밥집을 가자고 해서
어차피 계획없이 가는 여행이 우리의 컨셉이라 그리로 갔습니다.
그곳으로 간 사연인 즉,
십수년 전 거제도에서 배타고 무신 정원인가 뭔가 하는 곳에 가려다
배편과 일정이 안맞아 그냥 올라오던 길에 수용소 옆 멍게비빔밥 집서
정말 맛있게 멍게 비빔밥을 먹고 올라왔던 기억이 있었기에
갑자기 궤도를 수정해서 그리로 간 것입니다.
시간이 늦어 거의 파장 무렵에 들어갔는데
현지인들 인지 아님, 외지인 인지 구분이 안가는
출처불명의 남녀 두쌍이 앉아서 술잔을 벌이고 있던 차라
다행히(?) 술이 아닌 식사만 하는 거로 윤허를 해서
멍게 비빔밥을 시켰는데....ㅡ,.ㅜ^
과거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니고 곁다리로 나온 도다리 쑥국도 그렇고
생선도 비린내가 진동을 해서 싹싹 그릇까지 긁어 먹었던
과거의 추억과는 너무나도 먼 현실에 좌절하고
절반도 못먹고 나와서
인근에 즐비한 여인숙에 숙소를 정하고 1박을 했습니다.
담날, 집으로 오는 길에 아침겸 점심을 먹기 위해 사천쪽으로 가던 중
"하주옥"
이란 냉면집이 눈에 들어오길래 마님께 읍소를 하고 그 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주차장으로 들어섰는데
길옆에서 본 건물보단 주차장의 규모가 커서 조금 놀랐습니다.
마침 오전이라 저희와 두서너 테이블만 손님들이...
메뉴를 보니 소고기 국밥(선지가 들어간..), 비빔밥, 육전, 냉면...
저는 마님 눈치를 보고
"자갸! 난 냉면 먹을건데 자긴 뭐 먹을까? 비빔밥이 좋겠지?"
"응! 난 비빔밥을 먹을 테니까 당신은 소고기 국밥먹어,
아침부터 무슨 냉면이야? 어제도 부실하게 먹었는데.."
"아...ㅡ,.ㅜ^"
외마디 신음과 함께 전 아무소리도 못하고 소고기 국밥에
마님은 비빔밥을 시켰습니다.
근데, 곁다리로 나오는 반찬과 전채들이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자갸^^ 여기 증말 들어오길 잘했다 그치? 반찬들이 훌륭하네,
어제 그집에 비하면 이건 진수성찬이다.."
조금 전 냉면을 먹으려다 실패해 좌절하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밑반찬에 혼을 팔고 젓갈질에 전념인
나를 발견했습니다만,
"아 띠바....ㅡ,.ㅜ!"
소고기 국밥하고 같이 나온 비빔밥에 곁들여 나오는 국이 내가 시킨
국밥과 내용면이나 질이나 단지 용량만 작을 뿐 똑같은 검돠.
근데 양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선지와 괴기가 으찌나 많던지....
"이럴줄 알았음 난 냉면을 그냥 시켜서 마님꺼 뺏어 먹음 되는데..."
이 생각을 속으로 되뇌이며 국밥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때마침 손님들이 밀려들기 시작하면서
한결같이 외치는 것이
"난 냉면, 나도 냉면, 여기 냉면 네그릇 이요!"
"우이쒸, 담에 올땐 꼭 냉면을 먹어야쥐"
그렇게 다짐을 하고 또 되뇌이면서 작심을 하고
흐른 세월이 수 년....
마침내 하주옥에서 냉면을 먹을 기회가...
작년 여름 집사람의 휴가 일정에 맞춰 거제도에 있는 무슨
드럽게 큰 한화 리조트 벨머시긴가 에서 2박을 하고 인근을 까질러 놀러 댕기다
집으로 오는 길에 작심을 하고 그 눈물의 냉면을 먹으러
사천 비행장 언저리로 차를 몰아 갔는데
이번에도
"당신은 소고기 국밥, 난 비빔밥 OK?.
그 전에 왔을 때, 소고기 국밥 정말 맛있게 먹었잖아, 그치?"
2상 놀러갔다 생각지 않던 유명 맛집을 알게 되었는데 그 먼 곳까지 가서
정작 메인메뉴를 두번씩이나 못먹고 왔다 고 한줄이면 될 이야기를
드럽게 장황하게 쓴 재미읎는 글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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