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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와 순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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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10:53: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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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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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와 순두부....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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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가입일자 : 2004-06-02]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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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한제국 건국이래 처음으로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어제 모처럼 와싸다 회원님께서 하사하신 원두이래
머리에 털나고 처음 원두를 사다 맷돌에 갈아서 마신 휴유증으로
그렇지 않아도 늙어가면서 잠도 없어지는 판국에
꼭두새벽에 잠이 깨어 이리뒤척 저리 뒤척이며
몽상과 상념에 잠겨 엣지가 다 헐어빠진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다
문득 수십년 전 한창 분기탱천하던 스무나무살 시절
크리스마스 이브가 생각나 이렇게 두서없이 놋북앞에 앉았습니다.
각설하고,
저의 일거수 일투족을 꿰고 계신 회원님들은 죄다 알고 계실
첫사랑과 본의아닌 쌩이별을 하고 곧바로 입대...
제대한 뒤 다시 회사에 복직한 뒤 암을한 솔로의 시절을 보내던
첫 크리스마스이자 월급날....
직원들과의 광화문 돼지갈빗집과 당구장을 마다하고
혼자 쓸쓸히 무교동과 을지로를 지나
그녀와 같이 자주 가던 명동성당 맞은편 백병원 언저리 "불루로빈"이란 경양식집으로 향했는데
사실, 혹시나 그녀가 나를 잊지 않았다면 옛기억을 더듬어 그곳에 오지 않을까? 하는 망상에 젖어
그곳을 찿은 것은 아니었을까?
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런 지 자리마다 연인들로 꽉꽉 들어찬 바람에
쫓기듯 그곳을 나와 목적지를 잃은 나는 딱히 어디라고 갈 곳이 없어
무작정 수많은 연인들과 인파가 바글대는 명동성당쪽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명동성당 입구쪽 도로변 한켠에 순두부를 파는 노점상(?)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더군요.
뚜껑을 열 때마다 따뜻한 수증기 같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 것이 맞겠네요.
말이 좋아 노점상이지 군용담요로 돌돌말은 조그만 항아리 하나에 양념장통과 그릇 서너개가 전부인 손수레.
그 손수레 앞에 한쌍의 연인이 이마를 마주대며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두부 그릇에
연신 숫가락을 들이미는 것을 보니 잊고 있었던 허기가 갑자기 몰려오더군요.
그때만 해도 숫기가 없었던 저는 다정한 연인들이 있는 그 곳으로 가서
혼자 그 순두부를 먹을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아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
쪽팔링을 허기짐에 물려주고 과감히 "순두부 한그릇 주세요" 하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두부 한그릇을 시켜 간장양념 듬뿍 얹어 먹었습니다...
추위에 떨며 길바닥에서 혼자 처량하게 먹던 순두부.......
맛은 정말 없었습니다..ㅡ,.ㅜ^
벌써 40년이 넘은 세월이 흘렀는데 불현듯 카페인과다 섭취와 늙어감으로 인한 휴유증으로
꼭두새벽, 그것도 아기예수님 귀빠진 전날에 생각이나 추억에 잠겨 끄적여 봤습니다.
첫사랑 그 할망구도 지금 어디서 나처럼 늙어가고 있겠지?....ㅠ,.ㅜ
2상 드럽게 재미읎는 글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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