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왕하면 연상이 되는 것들은
"원탁의 기사", "기사도", "중세와는 다른 신비주의", "엑스칼리버", "기네비아와 란슬롯의?", "용과 싸워 이긴 트리스탄의 슬픈 사랑이야기", "흰손의 이즈", "성배"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서구의 이야기중 기독교가 가미되지 않은 몇 안되는 전설들" 정도인듯 합니다. 현재의 영국인들은 아더왕의 전설 이후에 들어온 앵글로 색슨족과 노르만족이 주류가 되었고 그 이전에 남았던 토착민들은 소수이거나 그 자리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킹 아더라는 제명으로 영화가 소개되었을 때 두 가지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나는 모처럼
검과 마법, 기사도와 영광이 숨쉬는 멋진 영화가 나올까라는 것과 84년작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존 부어맨 감독의
"엑스칼리버"의 아성을 과연 무너뜨릴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었습니다. 90년대 언젠가 나왔던 숀 코넬리, 리처드 기어, 쥴리아 오몬드의 "The first Night"(국내 제명이 기억이..--;;)의 경악!!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면서요.. ^^;
영화는 우리가 아는 설화적인 아더왕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법 역사적인 고증?과 모더니즘에 입각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내려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설화 중 신비감을 난무하였던
"엑스칼리버"는 딱 대사 한마디로 끝이 났으며 기네비아 왕비와 수많은 염문을 뿌렸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란슬롯은 극 중 전사를 하고 가장 낭만적인 이야기를 그렸던 트리스탄 역시도 설화처럼 곱상한 미남도 아니며 창을 잘 다루는 것도 아니었으며 "이즈"라는 캐릭터는 나오지도 않았다는 점입니다. 마치 단군신화가 실제로는 수많은 씨족의 실력경쟁 중에서 가장 우수했던 씨족의 설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처럼 이미 소수민족, 혹은 존재하지 않은 그 당시의 민족이 고대 로마에서 넘어왔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는 시작이 되며 어쩌면 그 시대에 가장 우수했던 씨족과 잔존했던 로마의 세력이 융합함으로서 그 씨족의 세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아더왕의 전설"을 만들어냈다는 지극히
"모더니즘적"인 의외의 결말로 끝이 나는데요.
사람 나름대로 감상평이 있겠지만 극중 초반 전개는 상당히 지루한 느낌으로 전개가 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장 좋은 평을 주게 될 후반부의 격렬한 전투씬조차도 이미 '글래디에이터'나 '반지의 제왕', '트로이' 등에서 보여주었던 대규모 씬을 익히 경험했기에 신선하고 큰 감흥으로 다가오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모더니즘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면서 아쉬움이 남았던 수많은 부분이라면 존 부어맨 감독의
"신비주의"에 입각한 "엑스칼리버"의 수많은 장면들의 단상에 비한다면 너무 볼것이 없었던 영화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다지 좋은 특수효과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호수 속에서 엑스칼리버를 뽑아든 요정의 장면이나,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를 배경으로 새벽녁에 아더왕이 원탁의 기사를 이끌로 최후의 적인 모리가나를 치러 가는 장면같은 극적인 장면과 신비주의가 아무래도 현실적인 이야기보다는 조금 더 그 설화를 치장해준다는 생각이 강해서일까요? ^^
역사적인 고증도 다소간 빈약했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려운데... 오히려 국내에서 공전의 힛트를 쳤던 이우혁씨의 퇴마록에서 오히려 그 영국의 역사에 대한 고증이 더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퇴마록에서 비비아의 영을 불러내는 장면에서 박신부의 오오라를 보면서 흠짓 하며 말했던 대사는 "우리가 가진 신화적인 힘들이 이 새로운 기독교의 힘에 밀려났다"는 이야기는 이 당시 아더왕이 살던 시대에는 기독교적인 냄새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을 보면서 판타지 소설의 작가임에도 대단히 고증이 좋았다는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적어도 아더왕의 전설에서 수도원이나 그밖의 존재가 있지만 기독교적인 문화가 짙게 드리운 것을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AD 5C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당시의 역사로는 제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동, 서 로마로 갈라지고 서로마가 멸망한 시점으로 기억을 합니다. 그 당시 영국의 로마화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바로 이 앵글로 색슨족들이긴 하지만 로마의 잔존세력인 아더왕과 토착민의 융합이라는 역사적 고증은 좀 어거지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역사적 고증이 제가 가진 빈약한 세계사적 지식보다 훨씬 고증을 잘했으리라 믿어 의심치는 않지만...--;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의문이 들었던 점들은 그 부분이었습니다.
정말이지 한 4~5년만에 영화관을 간 것 같습니다. 일단 덩치가 너무 큼직해져서 큰 몸집을 영화관의 작은 의자에 끼워넣는게 싫었을 뿐만 아니라 한창 홈시어터에 맛을 들여서 열악한 전주시내의 극장환경이 아니라 내 손으로 만들어진 룸과 시설에서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보고 감명받고 남에게 간섭 받을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에 거의 영화관은 저에게 낯선 이름이었다가 정말 우연하게 오랜만에 영화관을 갔었는데요. 홈시어터이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을 했는가와 잘못된 튜닝이란 무엇인가의 적절!한 예를 본것 같아서 씁쓸했습니다. ^^; 나름대로 최근에 생겼다는 극장이며 제법 음원분리가 잘된다고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튜닝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맞지 않는 포커싱과 그다지 풍만스럽지 못한 저역, 리어센터는 거의 반응이 없으며, 리어의 볼륨이 지나치게 커서 균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생각....^^;; (그냥 편히 가서 즐기면 될거 좀 병이 지나치긴 합니다.. 씨익~) 그간 홈시어터의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나를 가늠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한 한시간 넘게 잠자리에 뒤적이는데도 잠이 안와서...^^; 글을 쓰다보면 잠이 올까 싶어 한자 남겨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