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 초창기의, 마치 영화관에서 교회 예배를 보는 듯한 영화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꽤 고품질로 만들어졌지요.
지금 봐도 어마무시한.
그리고 대략 2000년대부터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이 많이 나타납니다. 고위성직자는 부패하고 동네 신부는 영웅의 모험을 막는 트롤질 전문이며 민간인 학살의 원흉이며...
찐따 역할을 전담하게 되었지요.
그 사이에서 이 엑소더스가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모세를 이집트 귀족으로, 히브리인은 (아브라함과 무관한) 뿌리없는 하층민족으로 봅니다.
즉 당시 유행했다가 몰락하던 신흥 일신교의 마지막 지도자인 모세가 히브리 인들을 통솔해 이집트를 빠져나온 일종의 종교 운동이며 미디안에서 숭배하던 악마 "여호와"와 섞여 유대교가 만들어졌다는 가설입니다.
모세는?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다 극소수의 히브리인들에게 살해당하고 그 죽음이 감춰졌다는 것이죠.
모세는 재미있는 점이 많습니다
하층민인 히브리 인으로 태어났다가 신분상승을 해 이집트 최고귀족이 되고, 이후 다시 하층민들의 수장이 됩니다.
가장 전형적인 영웅설화, 왕의 외손자로 태어났으나 나중에 왕을 죽이고 왕좌를 차지한다는 에언 때문에 죽음을 가장해 버려지고, 훗날 자신에게 흐르는 피의 비밀을 알게 되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이것이 보편적인 영웅설화입니다.
사르곤 대왕도, 함무라비 대왕도, 퀴로스 대왕도, 오이디푸스도, 테세우스도...
아마도, 원래 하층민이던 영웅이 훗날 왕이 된 다음에 자신의 미천한 과거를 숨기고 왕위 계승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조작하는 패턴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요.
그런데 모세는 그걸 반대로 따라간 것입니다.
즉, 원래는 이집트 인 귀족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엑소더스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원래 신에게 선택받은 유일한 민족이었다가, 흉년으로 인해 이집트로 들어가 노예가 되었다가, 다시 약속의 땅을 주인이 되는 유대 민족, 민족 자체가 영웅설화의 패턴인 겁니다.
프로이트의 가설을 그대로 따라간 것은 아니지만 대신 모세에게 인간적인 고뇌, 의심을 쭉 부여함으로서 같은 효과를 내려고 한 것 같습니다.
보다보면 계속 의심이 들지요. 신은 인간에게, 히브리인에게 우호적인가? 애당초 모든 게 모세의 환각은 아닌가?
그런 지점까지 포함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적 영화 중 최근에 접한 게 넷플릭스에도 있는 "노아"인데 '엑소더스'의 리들리 스콧 감독의 페르소나 러셀 크로우가 주연이라 잠시 이것도 스콧 작품이라 착각했을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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