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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고양이편 3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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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4 20:25: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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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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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고양이편 3 (에필로그)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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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훈 [가입일자 : 2001-01-12]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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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와의 이별
다시 입시를 보고 늦깍기로 대학에 가지만
학교 안팎이 소란할 때 였습니다.
1987년 6월은 화염병과 최류탄으로 뜨거웠습니다.
나는 동성로 국세청 뒷골목에서
백골단에 잡히게 됩니다.
맞아죽는다는게 이런거구나 첨 느꼈습니다.
남자들은 밟히고 맞으면 되지만,
여자들은 옷속으로 들어오는
전경들의 손도 감내해야 했습니다.
중부서에서 하루를 보내고
북부서로 이송된 뒤
이틀만에 풀려납니다.
후배와 함께 밤새 술을 퍼마시고
다음 날 시골 집에 가니
번개가 보이지 않습니다.
옆집 아줌마가 일러주길
K가 고양이를 약에 쓸려고 잡았다는군요.
달려가 보니 이미 가죽 벗긴 고기와 간을
대야에 담아뒀더군요.
털을 보니 번개가 틀림없었습니다.
사람도 죽인 K에게 고양이가 문제겠습니까.
절규를 하며 그넘을 들고와 마당에 묻었습니다.
내가 조금만 덜 먹였어도
그래서 니가 조금만 더 가벼워서
조금만 더 날렵하게 뛸 수 있었다면...
나랑 같이 번개를 묻어주던 후배는
"형 대신 죽었나봐요."
그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시 휴학을 하고
전남 고흥으로 도피를 가게됩니다.
금탑사란 작은 절에 머무르는 동안
대선이 있었으나
노태우의 당선과 더불어
내 청춘과 대한민국의 민주는 또 스러졌습니다.
K가 그 업보를 꼭 감당하기를 빌어왔는데
얼마 전 다시 그 시골 동네를 30여년 만에 갔습니다.
꼼보랑 번개랑 살던 우리집은 그대로였고
K의 집은 엄청 쇄락해 보였습니다.
K를 만나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했습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았던 그도 노인이 되었겠고
아마 죽었을지도...
이제 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제 작품-섬진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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