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와의 만남
81학번으로 대학을 갔지만
사정상 휴학을 하고 시골로 옵니다.
빈 외양간을 개조해 만든 방에서
몇년 동안 백수 생활을 했지요.
K는 출소 후 방통대 공부한다며
내게 기본 교재들을 빌려가곤 했습니다만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내방 뒤 후미진 곳에 길냥이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나는 당연 녀석에게 관심을 가졌고
먹을 것들을 챙겨주며 안면을 익혔습니다.
새끼냥들이 젖 떼고 돌아다닐 때
제일 눈여겨봤던 한마리를 내방에 들였습니다.
새끼냥이 하악질을 할 때
어미냥이 새끼의 콧잔등을 핥아주니
이내 새끼가 평온해 지더군요.
나도 새끼냥 콧잔등을 핥아주었습니다.
그 새끼냥 이름이 '번개'입니다.
흰 바탕에 노란 점박이가 있는
무지 예쁜 숫놈이었습니다.
번개는 밤마다 외출했다가
새벽에 내 이불 속을 파고들어왔지요.
때로 쥐 한마리 잡아와서 이불 위에 던져놓을 땐
환장할 노릇입니다.
난방이 안되는 방인지라
머리맡 자리끼에 살얼음이 깔리는
추운 겨울을 둘이서 끌어안고 지냈습니다.
제 작품-천성산(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