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좋아해서
1970년대 중학교 때 시골에서
똥개 한마리를 키웠습니다.
근데 '파보'인지 뭔지 개 전염병이 돌았습니다.
동네 개들이 매일 죽어나갔습니다.
아침마다 개집을 들여다보면
그넘은 피 칠갑을 하고서도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줬습니다.
피똥을 싸고 피를 토하면서도...
매일 난 설탕물을 타서
거기에 팬브랙스(사람용 항생제)를 섞어
숟가락으로 떠먹였습니다.
중학생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보름 정도 지나니
강아지도 안정이 되고 회복이 되더군요.
우리 동네 개중에서 이넘만 살아 남았습니다.
병으로 제때 털갈이를 못해
완전 누더기 같은 모습이었지만...
이후 그넘은 건강하게 자라서
나나 그넘은 둘도 없는 단짝이었습니다.
내가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항상 내 옆을 지켜주고 따라주었습니다.
그렇게 2년 정도를 지났는데,
어느 날 학교를 갔다오니 그넘이 없었습니다.
모친이 개장수에게 팔았다더군요.
세상에 팔 넘이 따로 있지... ㅜㅜ
다다음 날...
밥상에 개고기가 올라오더군요.
고기 좋아하던 모친은
특히 개고기를 좋아했습니다.
제 모친이 작년 코로나 유행 직전인
2020년 초에 돌아가셨는데,
무지개 다리 너머 그넘이 마중 나올까요?
그넘의 이름은 '꼼보'입니다.
지금 7년째 같이 있는 강아지는 '쿠키'입니다.
사정에 의해 버려질 넘을 입양해
알콩달콩 같이 살고 있지요.
'꼼보'에게 다 못해준 정을 '쿠키'에게 줍니다.
미안하다... 꼼보야.
제 작품 "집으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