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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하이엔드, 그리고 영어 조기교육.
HIFI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1-29 10:52:36
추천수 2
조회수   1,124

제목

명품, 하이엔드, 그리고 영어 조기교육.

글쓴이

성정훈 [가입일자 : ]
내용
여담입니다. 얼마 전에 여동생이 루이뷔똥인지 뭔지 된장 비슷한 누르스름한 가방 하나 들고 와서 제 마누라에게 자랑을 하더군요. 저녁을 들면서 두 사람 대화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그 가방이 삼백만 원 짜리랍니다. 입에 밥을 문 채로 즉시 안방으로 돌진해서 야단을 쳤습니다. 니가 지금 제정신이냐? 니 남편 한 달 월급으로 그 걸레같은 백을 사? 미쳐도 여사 미친게 아니로구나 너!!! 마치 독사 같이 쏘아 붙였습니다. 화를 내고는 곧 후회했죠. 그러나 동생은 마음이 상한 채로 돌아갔습니다. ㅜㅠ



밤에 불을 끄고 부부가 나란히 누워 명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누라님 왈 여자가 명품, 보석 같은 장신구, 예쁜 옷 같은 물건 좋아하는 건 마치 남자가 차 좋아하는 것과 같다. 그런 거 하고 다니면 왠지 자신감도 생기고 또 품질도 국산에 비해서 아주 좋다. 그러면서 은근히 자기도 하나 샀으면 하는 눈치여서 아예 못을 박았습니다. 천박한 여자들이나 돈으로 자기 존재감을 사려 하는 거야! 다음 날 아침밥 제가 차려 먹고 나왔습니다. ㅋ~



후배 한 녀석이 dsrl인가요? 카메라에 몰입을 하더군요. 정신과 돈 모두를 말이죠. 바디가 몇 백에다가 백 만원을 넘나드는 렌즈가 여러 개랍니다. 카메라는 역시 캐논이다, 니콘은 해상력은 좋은데 너무 차갑다, 등등 뭐 카메라 얘기만 나왔다 하면 기기에서부터 업계 현황까지 아주 장광설을 읊어댑니다. 가끔 출사 나간다고 카메라 들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 완전 전문가처럼 보여요. 한 동안 그렇게 카메라 마니아로 자처하던 그가 이번엔 건강을 생각한다며 자전거에 눈을 돌리더군요. 게리피셔인지 뭔지 엄청나게 비싼 자전거에 디지털 속도계와 번쩍번쩍하는 라이트를 달고 자출(자전거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저 녀석이? 후배가 살짝 걱정되기도 했지만 지가 벌어서 지가 쓴다는데 선배란답시고 잔소리 하기도 뭐하고 그래서 그냥 지켜보았지요. 지금 이 후배 뭐 하냐구요? 카메라도 시들시들, 겨울이라 자출도 자가용 출근으로 바뀌고, 요즘엔 소개팅해서 여자 한 분을 만나 청춘사업에 깨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ㅋ~



친구 아들이 이제 일곱 살입니다. 아주 귀여운 녀석이에요. 절 보고 큰아버지라 부른답니다.ㅋ 참 부러워요... 일곱 살이면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요즘 친구 부부가 바쁘답니다. 영훈초등학교인가 거기가 그렇게 좋다면서요? 거길 들여보내겠다고 생 야단입니다. 벌써 압구정동 영어유치원에 보내는데 학원비가 너무 비싸서 일부는 아버님이 대 주신다네요. 얼마냐고 슬쩍 물어봤더니 큰 애랑 작은 애 합쳐서 월 삼백이 넘는답니다. 영어만 아니고 독일어에 불어 라틴어까지 가르쳐 줄 테니 그 돈 나한테 주라고 농을 치긴 했지만 애가 중고등학생도 아니고 이제 일곱 살 어린 아이를 사교육 전쟁터로 내보내는 친구 처지를 바라보니 마냥 웃을 순 없더군요. 꿈 속에 피터팬이 날아다니고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녀야 할 일곱 살 인생이 나는 영어 잘 할 수 있다 잠꼬대를 하더라는군요. 이 무슨 비극입니까. 벌써부터 얼마나 압박을 받았으면 그런 잠꼬대를 하며 몸을 비척일까요.



일 마치고 돌아와 씻고 밥먹고 소파에 앉아 척 맨지오네의 feel so good 씨디를 틀어놓고 눈 감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의 피로를 감싸주는 듯한 그 포근함과 여유, 피곤함까지도 기분좋게 느껴지게 만들더군요. 당장 눈앞의 세상 걱정은 사라지고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야단쳐서 쫓아 보낸 여동생에게, 하이엔드의 고지에 오르기 위해 지친 후배에게, 사교육이라는 카오스에 내몰린 친구네 부부와 아이들을에게 이 기분좋음, 이 여유와 편안함,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겸사겸사 한 팀씩 불러서 배부르게 밥을 먹이고 거실에 나와 허브차 한잔과 함께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호로비츠의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척 맨지오네의 퓨전재즈, 아이들을 위한 클레멘타인까지^^ 이 사람들 안면 근육과 어깨 근육이 서서히 이완되면서 어떤 인간은 눈을 감고 사경을 헤메는 주책을 부리기도 했습니다만, 모두들 편안한 표정으로 음악을 같이 들었습니다. 몇 곡 듣고 나니 술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속 얘기를 나누게 되고 서로 오해는 풀리고 이해는 더 하게 되는 좋은 시간을 가졌지요.



그런데 이노무 후배 녀석 가기 전에 뭐라 그러는지 아세요? 형, 이거 얼마예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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