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한체격 합니다.
게다가 머리까지 짧게 깍고다니니 할머니들이나
대충 쳐다보는 사람은 남자로 오인할때가 간혹 있습니다.
언젠가 직장에서 가족사진을 보고있는데,
옆에서 힐끔 보던 동료분이 집사람을 가르키며,
"이 분은 형님이야?"
집사람과 시장에 같이 간적이 있는데,
잡곡을 팔고있던 할머니가 집사람에게,
"아저씨 완두콩 좀 사가세요."
여자로 봐주는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
가구점에 책상 하나를 보러갔는데,
제 얼굴만 알고 집사람 얼굴을 처음 본 가구점사장님 왈,
"오늘은 누님과 같이 오셨네~"
한번은 장을 보러갔던 집사람이 이거저거 사다보니 무거워서 못들고 온다며,
가질러오라고 전화를 하기에,
오토바이를 타고 실러갔는데,
야채노점상 할머니가 저를 보더니,
"아이구 오늘은 아드님이 짐을 실러 왔네 참 착하기도하지."
헐~ 아무리 오토바이에 헬멧을 쓰고 있더래도 아들로 보다니..ㅋ
집사람이 저보다 세 살 아래인데,
한체격 하다보니 이렇게 오인받을때가 있습니다.
처음엔 기분나빠하더니 이런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이젠 피시식 웃고 넘어갑니다.
물론 집사람이 처음부터 이렇게 한체격 했던건 아닙니다.
아래 그림은 제가 33 년 전에 그려준건데,
날씬했던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홀쭉(?)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데는 다 저한테 원인이 있습니다.
시집오면 손에 물안묻히게 해준다며 꼬셔서 데려다놓고,
38 년 동안 지지리궁상으로 살게 했습니다.
마음만은 항상 손에 물안묻히며 살게 해주고 싶었기에,
거짓말을 했던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론 거짓말이 되어버렸네요.
못난놈하고 살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어요.
스트레스받으면 먹는거로 푸는 사람이 있다는데,
집사람이 바로 그런 경우인것 같습니다.
음식을 먹는 집사람을 보면 참 맛나게 먹습니다.
같이 먹고있는 사람마저 식욕이 돌게 합니다.
고생만 시킨게 안스러워 보이기도하고 맛나게 먹는 모습이 이뻐보여서,
음식먹는거에 대해서 뭐라 한적이 없습니다.
다행이도 38 년을 같이 살며 아직 몸이 아파 병원에 간적이 없습니다.
같이 사는동안 화를 내는걸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항상 웃는 얼굴입니다.
힘들게 일하고 집에 들어가 집사람의 웃는 얼굴을 보면,
피로가 눈녹듯 녹아내립니다.
그것이 38 년을 함께한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비록 겉모습은 볼품없는 행색일지라도
그 내면은 천사처럼 가벼운 날개짓을 하며 하늘을 날고 있다는걸 알기에,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