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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단상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9-12-24 15:58:53
추천수 4
조회수   952

제목

광화문 단상

글쓴이

이정석 [가입일자 : 2013-01-27]
내용
거의 습관같이 1년 4번쯤 가는 교보문고에 갔습니다.

한 번 갈 때마다 20만원~30만원 정도의 책을 사지요.

수십년을 다녔는데도 여전히 교보문고는 복잡합니다.

그리고 책들이 점점 얇아지고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해도

여전히 종이에 쓰인 글씨를 읽어야 하는 정서를 버리지 못한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책을 고르고 또 구석에 앉아 책을 읽습니다.

또한 곳곳에 놓인 길다란 탁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예 독서(?)를 하고 있고

어떤 이는 노트북과 필기구를 가지고 사실상 복사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저 역시 3시간 여 책을 둘러 보다가

미리 검색해 둔 3권의 책을 고르고

내가 좋아하는 "김훈"의 "연필로 쓰기" 1권,

한약에 얽히 에피소드 1권

기타 전공관련 1권 등 총 8권을 골랐습니다.

결제코너에 카드를 내미니 여지없이 23만원이 찍혔습니다.

사실 1년에 100만원 정도 책을 산지는 오래 전 부터인데

그것도 따져보니 수천만원이 훌떡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공짜 주차 2시간을 넘기니 8,000원의 주차비가 나왔습니다.

뭐, 그거야 책 구경한 값 치면 별 것도 아니련만

그래도 괜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거의 봄날과 같은 날씨.

이렇게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면

내년 농사는 각종 해충이 창궐할 것입니다.

그래서 농약관련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교보문고를 나와 광화문에서 유턴을 하려고 북악산을 보니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이 뿌옇게 보입니다.

마치 요즘 청와대의 분위기가 그렇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광화문......!

그야말로 쌓인 역사가 하늘만큼 땅만큼이나 많은 곳이지요.

조선시대 왕궁으로 통하는 길이었고

일제시대에는 조선 총독부가 있었으며

6.25전쟁과 4.19 혁명,

그리고 검은 한복을 입은 김대중이

노란 무개차를 타고 군중을 휘몰고 다니던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6.29를 이끌어 낸 민중항쟁,

이한열 열사의 노제,

또 민주혁명을 이끌어 낸 촛불항쟁,

하지만 지금은 태극기 부대들이 점령해 버린 곳....



개인적으로는 6년간 하숙생 생활을 하던 동네라서

시간이 나면 광화문, 청운동, 북촌, 인사동을 싸돌아 다녔습니다.

그때만 해도 청운동, 북촌은 그야말로 똥값 중의 똥값이었답니다.

케케묵고 빈대가 들끓는 한옥은

영감 할마이나 지키고 있는 구닥다리 구옥이었고

세입자나 하숙생들까지 감시를 하는 청운동은

서울 변두리 집값보다도 더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그래서 청운동 공원에 놀러가거나 인근을 지나가면

꼭 세파트 강아지들같이 눈깔에 힘을 준 짭새들이 수없이 깔려있어서

괜히 걸음걸이가 어색해지고 심장이 쪼그라들기도 했었습니다.



요즘 그 동네가 금값 중의 금값인데

사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한테 무지무지하게 감사해야할 겁니다.

일종의 철옹성같은 독재자의 높은 담벼락을

그들이 모두 허물어 시민들에게 돌려줬고

심지어 청와대 뒷산까지 등산로로 개방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존된 한옥과 구옥의 가치가 빛을 발하고

또 개발이 제한된 덕분에 유지, 보존된 공원이나 수목들이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한폭의 그림같이 유지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철각과도 같은 튼튼한 다리가 있었기도 했지만

솔직히 돈도 읎구 자가용도 당연히 언감생심이었던 고로

시간이 나면 터덜터덜 걸어다니면서

청진동에서 해장국 한그릇 후루룩 말아먹고

인사동, 통인동, 청운동은 물론, 세검정까지 걸어다녔습니다.



당시 고상한 폼을 잡으려면

종각 건너편 "르네상스"에서 고전음악 감상을 하고

인사동 화랑도 훑고,

종로서적이나 양우당에서 책도 사고

종로 복떡방에서 단팥죽을 먹고,

인근 "썬 웨이"나 "다크호스"에서 커피한잔 빨거나

돈까스, 함박스텍을 나이프로 썰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재수 좋은 날은

돈많은 선배를 만나 위장을 헤집어 놓는 무교동 낙지(음청나게 매웠음)에

소주도 얻어먹기도 하고

이것보다 더 로또가 터진 날은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아"로 유명한 월드컵의 이주일을 보고

더 재수가 좋은 날은

명동의 학사주점을 거쳐 관광열차까지 섭렵했더랬습니다.



당시 명동의 유명했던 곳들은,

챔피언 다방, 꽃다방, 청솔, 세시봉, 퉁드레와 등이었는데

그 중에서 제일백화점 앞쪽에 있었던 "퉁드레와"는

실내가 거의 암흑(?)수준이어서

들어가서 한참 있어야 인간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속이 시꺼먼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화장실을 갈 때도 손으로 더듬더듬 의자를 짚고 갈 정도이니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무신 지랄들을 해도 신경을 쓰지 않았고

또 솔직히 그렇게 음침하고 음탕한 분위기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창문도 없고 암흑과도 같은 실내에서

왜 그리 담배를 빨아 대는지....

아마도 오소리 할애비라도 5분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렇게 퇴폐적인 공간에 아가씨를 처음 데려가면

대부분 깜짝~! 놀라거나 뒷걸음을 칩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손을 잡고 이끌면 또 그냥 따라 들어 옵니다^^

그것이 여자의 심리인지 어쩐지는 알 수는 없지만서도......



어둠이 사람을 용감(?)하고 과감하게 만들어 버리는 효과가 있는지 어쩐지는 몰라도

밝은 곳에서는 쭈볏쭈볏 하던 여자애들도

사람 얼굴도 보일락말락한 곳에서 분위기에 취하면

금새 손도 내어주고 입술도 제공(?)하는 일탈의 분위기로 들어와 버립니다.

ㅎㅎㅎㅎㅎ!

참 좋은 시절이었죠~^^



그냥 이선희의

아~! 옛날이여~어~!

를 외쳐봤자 말짱 소용없는 일이 되얏지만

그래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거시기 거시기한 즐거움에 슬며시 웃음이 터져나오긴 합니다^^ 



교보문고를 나와 광화문 앞을 유턴하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그야말로 옛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갑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짜 오페라를 보던 일,

종합청사 뒷쪽 마포갈비에서 주말마다 소주를 빨던 일,

현대건설 본사(예전에는 세종문화회관 근처에 있었음) 경비와 싸우다가

007 가방을 경비실 유리창에 내던져 파출소에 끌려갔던 일,

게다가,

어떤 여자한테 찍혀 수십년째 엄처시하에서 절절매고 있으니......



오늘도 여전히 광화문은 "民意"가  "분출"하고 있었습니다.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또 다른 요구로 시위를 하고 있었고

"문재인은 반성하고 김현미를 파면하라"라고 합니다.

("우기면 된다"라는 한국적 가치관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아~

시바......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까지 건져주라고 떼를 쓰는 건지....

역시 한국은 씨족사회라 "人情"에 호소하는 건지.....

憲法보다 무섭고 상위법인 "떼법"을 적용하는 것인지....

......#@&*%......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좌우지단간,

광화문은 시대적 역사가 쌓인만큼이나

내 개인의 역사도 축적된 곳입니다.

광화문 앞을 돌아 세종로 사거리를 지나고

광화문 우체국 벽옆에 쪼그리고 붙어있는 "똥아일보"와

돌멩이, 벽돌을 수십장 퍼붓던 "좃선"을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국제극장, 원자력병원, 시민회관도 있었고

원자력병원 바로 옆에는 "중앙정보부 분실"도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역사의 어느 페이지에나 앉아있을 것 같네요.



남대문, 서울역을 지나 용산을 거쳐

서울대 구내식당에서 점심밥 한그릇 처먹고

딸내미가 베트남에서 사다 준 헤이즐넷 커피 한 잔 내려놓고

이 글을 투덕투덕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밤낮을 가지지 못할 정도로 바빠서

소소한 글 한줄 올리지 못했습니다.



올 한해도 다사다난 했지만

모두들 건강하시고 건승들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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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환 2019-12-24 16:19:59
답글

대단하십니다. 제 인생도 뒤 돌아보는 '광화문 오디세이~~~' 절대 공감!
무조건 추천!

근데 피맛골이 빠졌네요~~ㅋ

이정석 2019-12-24 16:47:45

    ㅎ 뭐 빠진거 엄청 많지요.
종로 2가 설렁탕집 원산정,
청계천 2가 조선옥,
종묘 앞 갈비백반
종로3가 국일관 등등등

낙원동 허리우드 극장, 볼링장, 떡집
글고 종로2가 금강구두 뒷편 아줌나 니나노집...ㅎ
우리 선배들이 한달에 한 번 꼭 가던 곳입니다.
남자고 여자고 전부 옷을 벗고
자연인으로 술을 마셨으니까요^^

orion80 2019-12-24 16:28:33
답글

정수라의 아~옛날이여가 아니고 이선희입니다ㅡㅡ

이정석 2019-12-24 16:35:21

    오~
그렇네요^^
당장 수정하겠습니다.

오희성 2019-12-24 16:33:54
답글

그시절 광화문을 전혀 모르지만 거기 있었던것만 같은..
김승옥 작가의 글 같은...
정말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정석 2019-12-24 16:59:32

    모처럼 광화문에 나갔더니
옛날 일이 주루룩 생각나더군요.
나이가 든 만큼 쌓인 추억도 많은 것 같습니다.

조만간 친구들과 함께
명동, 종로, 남대문 시장을 한 번 섭렵하려고 합니다.
그냥 추억밟기지요.

대학로에 가서 맥주도 한 잔 하고....
암튼 추억은 아름답고
되새기면 또 새로운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송수종 2019-12-24 16:57:12
답글

책값이 엄청 나네요. 역시나 책을 가까이 하신분들은 머가 달라도 다릅니다. 정석님 글을보면 오롯이 책을 가까이하는모습이 보이거등요.
저는 가끔 교보문고에 들르는데요, 책 살려는게 아니라 이어폰 같은거 구경할려고, 광장에 가보면 꼴통 틀딱들 꼴보기 싫어서
그쪽은 처다도 안 봅니다.

이정석 2019-12-24 17:05:29

    아니....요.
책값은 결코 비싼 것이 아닙니다.

시대가 책값이 비싸다고 여기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미디어가 워낙 발달하다 보니
예전에 100% 책에서 정보를 취득하던 것이
지금은 인터넷이 대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책이 하나 만들어지려면
마치 장인이 나무를 깎고 다듬듯이
엄청난 시간과 사고를 투입해야 합니다.

그 과정을 생각해 보면
책값은 가장 저렴하다고 보셔도 됩니다.

임동환 2019-12-25 00:19:31
답글

정석 얼쉰 글 중에, 니나노~~

의미 아시는 회원님 계시면, 상세설명

요청 드립니다!!!

광화문 오디세이!~~~

감탄 또 감탄! 부암동 여관집 장손 후배가 생각납니다!

고삐리 후배, 군대..후배...

박정희 씹쎄시절이니. ...


아 !!! 거기 걸어 다니지 못했고요~ 밤 10 시 이후면 엘에무지(LMG) - 따발총 딱 !!! 거치했던 시절임돠~!
참으로 거시기 합니다!!!

임동환 2019-12-25 00:31:34
답글

아 참 ! 전 박 정희, 그네~~ 야들 졸라 ~~

싫어함니다. 아랍식으로 그냥 따발총으로 쥭여야~~~

물론 명박이도~

피 보자 않은 혁명은 동서양 역사에 존재하지 않음!!!

orion80 2019-12-25 09:17:25
답글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왜 김현미를 파면하람서 데모를 하는 건가요?

자기들 일자리 날라가는 거 때문에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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