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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 여 년 간 오디오에 푹 빠져보니..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9-11-09 10:27:59
추천수 7
조회수   1,680

제목

한 10 여 년 간 오디오에 푹 빠져보니..

글쓴이

조창연 [가입일자 : 2014-08-08]
내용





과정이 행복했다 생각됩니다.

영하의 날씨에 스피커 받겠다고 시외버스 터미널에 대기하며,

입밖으로 허연 김 내뿜으며 삭풍에 몸은 덜덜 떨리는데,

그래도 곧 듣게 될 음악소리에 대한 기대감에,

가슴이 설레이고 뜨거웠습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른다더니,

이 소리 저 소리 들어보는 재미에 빠져,

다른거 거의 신경 안쓰고 10 여 년을 쭉 달렸습니다.

그동안 거쳐간 앰프나 스피커를 차에 싣는다면,

아마도 1.5톤 용달 한트럭은 채울 겁니다.




거쳐간 기기들이 대부분 초 중급 기기들이었는데,

하이엔드급을 접해보지 못했던건,

제 경제적 배경과 주거공간의 영향이 크죠.

호화롭고 고급져보이는 기기를 보면,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용솟음쳤지만,

내 능력밖의 일은,

빨리 포기할수록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것을 같이 터득했지요 ㅎ ㅎ




큰 산이고 작은 산이고 산을 오르다보면,

그 과정에,

온갖 이름모를 꽃들도 보고,

새들의 울음소리와 계곡의 물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막상 정상에 올라보면 뭐 엄청난게 있던가요?

그저 큰 산을 오른 사람은, 큰 산을 오른만큼의 뿌듯함이 있는거고,

작은 산을 오른 사람은, 작은 산을 오른 만큼의 뿌듯함이 있는게지요.




정상에 오르면 뭔가 엄청난게 있을거야..

실제 그런게 있을수도 있고 없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거쳐온 과정들이 힘들고, 가슴이 설레고, 심장이 가쁘게 뛰었다는걸 알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오디오에 빠져들어 10 여 년이 지난 오늘..

이제는 가슴이 설레이지도 않고 심장이 가쁘게 뛰지도 않습니다.

그냥 편안합니다.

하긴 이게 정상이겠지요.. 지금까지 계속 심장이 가쁘게 뛰면..

아마도 심장이 터져 죽겠지요 ㅎ ㅎ




그러고보니 닮은게 또 있군요.

제 나이 23 세 때..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났습니다.

만날때마다 참 가슴 설레고 심장이 바쁘게 뛰었습니다.

그러던것이.. 40 여 년 가까이 동거하다보니,

이젠 더 이상 가슴이 설레이지도 않고 심장이 바쁘게 뛰지도 않습니다.

그저 오랜 친구처럼 마음이 편안합니다.




지금껏 오디오는 수시로 바꿈질을 해왔는데,

그래도 아내만큼은 한번도 바꾸지 않은게, 얼마나 천만다행인지 모릅니다.

매일 맛난 반찬과 따뜻한 밥을 챙겨주니 말이죠.

더구나 황금같던 젊은시절..

잘난놈 다 팽개치고 내게로 와 온갖 고생을 하며,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울고 웃으며 함께 했던 그 아름다운 추억은,

내가 죽을때까지 평생 내 가슴속에 살아 숨쉴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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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환 2019-11-09 10:46:14
답글

모처럼 음악과 함께 여유로운 토요일 아침에 잔잔한 글을 읽으니 절로 미소가 드리워집니다. 행복한 가정 기원드립니다. 저는 담주 결혼 21주년인데 함께 음악과 오디오를 좋아해주는 한결같은 마눌님께 감사해야겠네요... ^^

orion80 2019-11-09 10:55:42
답글

LP판 150여장을 갖다 버린 여자를 만난 사람도 있습니다.

복 받으신거예요 ㅠㅜ

이수영 2019-11-09 11:06:18

    댓글하고 아이콘하고 너무 어울리네요 ㅎ


창연어르신 만큼은 아니지만 예전에 저가 기기로 바꿈질 엄청했었는데 요즘은 시들 하네요...

바꿈질 뭐라 안하고 '매일 맛난 반찬과 따뜻한 밥을 챙겨주는' 마누라는 저도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정석 2019-11-09 11:29:47
답글

소소할 수도 있지만
진정한 음악 애호가로서의 삶입니다.

저는 주변에 몬스터급 매니어들을 꽤 알고 있었는데요.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80년대~90년대 최고의 음악 매니어 중 한분인
"정관호"선생이 쓴 책 "영원의 소리 하늘의 소리"를 읽어보면
아날로그 시대 궁극의 소리를 찾기 위해
고뇌하고 방황했던 내용이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그 "영원의 소리 하늘의 소리"는
결국 자기 자신의 감성, 또는 철학에 맞는 소리를 찾기 위해 방황했던
진솔한 애호가의 모습이 그대로 보입니다.
그 당시의 음악 애호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찾기위해
수없는 바꿈질을 하고 비교 청취를 하고
좋은 기기를 가졌다는 사람들을 찾아 유랑을 떠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매니어"라고 하는 부류는 크게 2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1. 음악 매니어
2. 기계 매니어

사실 음악을 듣기 위해 기계(오디오)를 마련하는 것인데
일부 사람들은 오디오의 매커니즘에 매몰되어
"이 기계에서는 무슨 소리가 나오는가?"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알던 분 중,
오디오, 리스닝룸 등에 약 70억원 이상 투자한 분이 있는데
취향은 빈티지 오디오였습니다.
그런데 몇년 전 아주 오랜만에 한 번 찾아 뵈었더니
조그만 리시버 하나만 듣고 계시더군요.
물론 오디오는 그대로 있었지만
언제 전기밥을 멕였는지 모르겠다고 허~허 웃으시더군요.

이유는,
나이가 먹어가니 귀가 잘 안들려서 소리에 흥미가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또한 리스닝룸을 가득채운 오디오를 일일히 점검하고 조정하고 하는 일이
갈수록 귀찮아지고 의미가 없어지더라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50년대~60년대 기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전압 레귤레이터, 노이즈 필터부터 시작하여
진공관 하나 하나씩 수시로 점검해야 하고
턴테이블 침압도 판에 따라 조금씩 조정해야 하는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미가 없어지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분의 연세는 86세였습니다.

그런데 리시버는 그냥 전원 스위치만 켜면 라디오가 나오니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 돈도 많이 쓰고 방황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많은 나이탓도 있겠지만 그 연세쯤 되니
달관을 넘어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창연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음악생활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는데요.
그동안 수도 없이 여러 기기를 섭렵해 봤습니다.
형편이 좋을 때는 초 하이엔드는 아니더라도
마누라한테 이혼요구를 받을 정도로 오버머니를 지출해 봤고요.
사업이 망했을 때는 몽땅 팔아치우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씩 모으다 보면
어느새 한트럭, 두트럭 분량이 쌓이기도 하지요.

사실 근래 앰프, CDP, 튜너, 턴테이블 등을 상당수 팔아치웠는데
며칠 전 별로 듣지 않던 앰프를 다시 연결해 보니
영 소리가 아니올시다로 결론지어지더군요.
그래서 다시 슬슬 또 뭔가를 들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뭐, 이것이 오디오 생활의 단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쨌던간에 창연님의 그 진솔한 삶과 음악생활에 응원을 보냅니다.
젊을 때는 맨날 티각태각 다투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깊은 정이 쌓이는 마누라는
나의 또 다른 거울이고 또한 삶의 동반자 입니다.
이미 만추도 지나고 겨울 초입에 들어섰네요.
항상 즐겁고 행복한 생활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수영 2019-11-09 12:36:07

    저희집에서 오디오 제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와이프인데요,

쓰기 쉬우라고 프리, 파워, 튜너를 스위치 하나로 온오프 할수있게 해줬어요

(기기가 바뀌어도 방식은 항상 동일)

십여년 열심히 듣다가 요즘은 티볼리 라디오가 제일 편하다네요 ㅎ

양호석 2019-11-09 11:31:19
답글

그렇지요..
모든게 당연한것은없다고 음악오디오보다도 더....소중한것은 어쩌면 바로옆에 있는건지도 모릅니다

김승수 2019-11-09 12:10:06
답글

할부로 양복 해입던 직장시절 ..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먹던 70년대 퇴근후 충무로 오됴거리 기웃기웃

아카이 , 티악 릴 덱크에 꽂여 저걸 꼭 한 번 써봐야지 다짐하던 그때가 생각해 보면 젤 행복했었다능^^;;

orion80 2019-11-09 12:20:32

    70년대에 퇴근 ㅡㅡ

난 그때 귀여운 아가였는데 ㅠㅜ

윤상달 2019-11-09 12:45:28
답글

한껏 여유로운 토요일 한낮을 포근하게 하는 참 따뜻한 글입니다.
오늘따라 커피가 더 향기롭네요.
감사합니다.

김영일 2019-11-09 14:53:30
답글

점심먹고 홀로산책하다 글을읽으면서 마음이 아려오네요. 누구나 다겪었던 일을 소소히 적어주셔서 .

염일진 2019-11-09 16:50:51
답글

장난감을 갖고 놀때는 재미가 나지만
너무 지나치게 집착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도 우리생활에 음악이 없다면
너무 무미건조할듯하고요.
.
귀가 허락하는 한 음악감상은
계속되어야합니다.

오디오는 형편에 맞추어서...

김일영 2019-11-09 18:31:06
답글

저는 누구와 결혼할까요?
스무살에 결혼하고 싶다 했는데 벌써 40대네요.

orion80 2019-11-09 18:47:23

    박진수님과 결혼하세요 ㅠㅜ

김일영 2019-11-09 19:05:39

    ??????!!!!!!

저는 이성애자라 생각합니다.

저의 이런 생각도 참 신기하네요.

orion80 2019-11-09 20:30:59

    동성애자 이성애자 이런 개념이 아니구요,

두 분다 결혼을 안 하고 계셔서 답답한 마음에 날린 봉사마의 질떨어지는 조크였습니다.

맘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김일영 2019-11-09 20:37:27

    마음 안 상했어요~~~

장순영 2019-11-09 21:41:16
답글

오됴팔은 바람둥이죠...정착이란 단어를 모르는...아무리 좋은 소리도 조금 듣다보면 또 다른 소리가 듣고 싶어지고...

남궁정세 2019-11-10 09:50:23
답글

오디오 사이튼데 이런글이 귀하군요. 전 늘 언저리에서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바꿈질 해본적이 없어요 오디오가 가전 제품이상 되는 걸 경계 하고 있습니다.
돈이나 정력이 모자라기도 하고요 훗

김흥식 2019-11-11 07:20:42
답글

글 말미에 쓰신 배우자에 대한 소회가 마음을 울립니다

잔잔한 호수에 종이배가 떠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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