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40 여 년 전 종로 3가...
단성사앞 피카디리극장 골목을 지나칠때면,
코끝을 자극하던 연탄불위의 그 고소한 생선구이 냄새를 맡으면서도,
단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그 생선구이백반을 먹어보려고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그때는 돈이 없어서 못사먹기도 했지만,
어린시절 사방이 산으로 막혀, 바다를 볼수 없는 충북 단양 산골에서 살다보니,
생선은 자주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도 아닌데다,
어쩌다 먹게되면 가시발르는게 싫어서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제가,
이곳에서도 사먹을수 있는 생선구이를,
궂이 서울까지 가서 먹으려한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집사람이 생선구이를 무지 좋아합니다.
생선구이를 좋아하다보니,
생선 먹을때마다 서울에 가면 연탄불에 구워주는 생선구이 골목이 있다는 얘기를 자주 하곤했죠.
그랬더니 언젠가는 꼭 가보자고 하더군요.
두번째는 제가 꼭 가보고 싶어서 였습니다.
생선구이를 먹고싶어서가 아니라,
춥고 배고프던 시절..
수도 없이 걸었던 그 골목의 추억은,
40 년이 지나도록 제 머리속에 오래도록 남아,
마치 고향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죠.
드디어 40 년 전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영원한게 없다는건 알고있었지만 정말 많이 변했더군요.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해저에 가라앉은 앙상한 선체모습을 보여주다가,
서서히 그 영상위에 침몰전의 화려하고 웅장한 선체 내부와 활기찬 승객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데,
상황은 다르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건물은 현대식으로 웅장하게 바꼈지만,
40 년 전 살아 꿈틀대던 그 생생함이 느껴지지 않고,
쓸쓸한 기운마저 감도는데.. 이건 저만의 생각이겠지요.
그 많던 생선구이집은 다 어디로 가고,
단 한군데 생선구이집이 보이는데,
밖에서 연탄불위에 굽는 방식이 아니더군요.
그 옛날 비 주룩주룩 쏟아지던 이 골목을 지나칠때,
처마밑에서 연탄불위의 석쇠를 뒤집으며 생선을 굽던,
머리 허연 어르신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큰맘 먹고 먼길을 왔는데, 이대로 돌아갈수는 없지요.
물어물어서 생선구이골목을 찾아갔습니다.
종로 6가에 있는 생선골목입니다.
그 중에 숙이네란 식당입니다.
30 년 전통이라는 글귀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이렇게 연탄불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더군요
한켠에선 갈치조림이 조려지고..
자리에 앉아 모듬구이를 주문하니 먼저 밥과 반찬이 나옵니다.
드디어 때깔도 맛나보이는 메인 모듬구이 입니다.
반쯤 먹고있는데 서비스로 순두부찌개까지..
뭐가 맛있는지 몰라 모듬을 주문했었는데, 먹어보니 고등어구이가 제일 낫더군요.
다음에 또 올일이 있다면 고등어구이로 주문해야겠습니다.
맛나게 먹고 식당앞에서 집사람과 인증샷을 찍으려는데,
식사할땐 못봤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미인여사장님이 나오시더니 같이 인증샷을 찍어주는 센스까지 발휘하시더군요.
사진을 못올리는건,
올려도 괜찮은지 미처 허락을 못받아서요ㅋ
근처에 동대문이 보여서 한 컷 찰칵!
한번 올라오기도 어려운 일이니,
내친김에 이순신 장군님과 세종대왕님도 알현하고 촛불의 현장 광화문광장을 둘러봤습니다.
예매한 고속버스 출발시간이 여유가 있어, 근처 남대문시장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남대문 한컷!
예전에 TV에 나와 유명한 칼국수골목을 찾아가보고 싶더군요.
칼국수 한그릇을 주문하면, 서비스로 냉면과 보리밥까지 주는데,
점심으로 먹은 생선구이백반때문에 미처 배가 꺼지지않아 음식을 남기고 나올수밖에 없었지만,
한그릇 값으로 세가지 음식을 맛볼수 있으니,
양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배고플땐 이만한게 또 있겠나 싶습니다.
지하철을 타려고 시청역으로 걸어가는데,
마침 덕수궁앞에서 수문장교대식을 하고 있더군요.
TV로 봤던 영국 왕궁 근위병교대식이 연상되는데, 제 기준으론 그에 못지않은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종일 걷다보니 힘들기도 했지만,
집사람이 좋아하니 이 정도 쯤이야 얼마든지 버틸만하며,
왜 여행을 해야하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된 보람찬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