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3천 검사님들께 먼지털이개를 선사합니다
1.
저는 오늘 아침 먼지털이개 3천 개를 주문하였습니다. 인터넷으로요. 우리나라 검사님들 수자가 대강 그렇다면서요.
2.
이 양반들이 빤히 드러난 흉악한 죄는 조사도 안 하지요. 허구헌날 없는 죄를 만들려고 남의 집, 남의 직장을 쫓아다니며 이잡듯 뒤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과연 이 아름다운 나라에서 죄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조작질의 결과가 죄로 탄생한다고요. 저는 그런 소문 따위를 믿는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요. 반드시 무시할 소문만도 아닙니다. 지난 역사를 보면 우리 검사님들은 독재정권에 아부해 없는 공산당도 만들고, 그 엄중한 간첩단의 죄까지도 창작하셨었지요.
실로 만고에 찬연히 빛나는 전통의 검사님들이십니다. 어련하실까 합니다.
3.
먼지털이개 3천개를 이 아름다운 아침에 존경하는 검사님들께 바칩니다.
10시간 11시간씩 남의 집 싹쓸이를 하려면 먼지도 꽤나 많이 나올 것입니다. 마스크도 단단히 하시고요. 제가 드리는 먼지털이개를 아껴서 잘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털이개로 살살 먼지를 털다보면 의외로 큰 건 수를 잡을지도 알 수 없잖아요.
악마는 세부 사항에 숨어 있는 법입니다. 서양 속담에 그런 말이 있어요.
장관 집이건 차고나 집이건 교수 집이건 그 먼지에 함유된 이상한 성분을 잘 분석해 보세요. 어쩌면 엄청난 범행사실을 암시하는 흔적이 거기에, 그 작고 미세한 먼지에 포함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그것을 날카롭게 포착하셔야 검사의 권위와 명예가 더욱 빛나실 것입니다.
4.
어느 인사와 관련해서 이미 수색 영장을 70번이나 발부받으셨다면서요. 그런데도 아직도 피의사실을 흘리고만 계시네요.
범죄의 '정황'과 '혐의'와 '연루되었을 합리적 의심'과 어떤 '가능성'에 대해서만 말씀하시네요. 애국시민들이 실로 답답한 심정을 가누지 못합니다.
앞으로도 30번쯤 영장을 더 받으세요. 100번은 채우셔야지요. 암요, 그래야 직무에 성실한 검찰의 명예가 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다음 번 부터는 제가 드리는 먼지털이개를 적극 활용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댁 먼지, 그이의 차 뒷바퀴에 붙어 있을 특별하고 이상한 먼지에서 반드시 단서가 발견될 것입니다.
5.
아, 한 가지 문제가 있군요. 제가 3천 개의 먼지털이개를 보내드리면 제게는 김영란 법을 적용하실 건가요. 이것으 직무에 관한 청탁이 아닌데도 적용하시렵니까.
그럼 저는 뇌물죄로 입건되는 것인가요. 아니면 모욕죄로인가요. 주문은 했습니다만, 소심한 저로서는 마지막 순간에 발송을 결정하지 못하고 이렇게 부들부들 떨고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