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3시를 넘길 때까지도 점심을 못 먹은 상태라
햄버거로라도 요기를 할 요량으로 어쩌구왕이라는
햄버거가게를 막 들어서려는데...
젊은 부부가 80대 어르신을 좌,우에서 에스코트를
하면서 걸어가는 모습이 두 눈에 들어옵니다.
어르신께선 몸이 불편하셔서 한걸음의 폭이
5~6센티 정도로 짧게 종종걸음을 하시지만
혼자의 힘으로 가시겠다는 의지는 뚜렷하게 밝히신 듯
이마에선 살짝 땀이 비치고 젊은 부부는 여차하면
부축할 요량으로 어르신의 양 팔 주위에 손을 내민 채
자신들의 보폭을 줄여 보조를 맞춰줍니다.
손자로 짐작되는 어린 꼬마는 엄마 뒤에서 햄버거를
먹고 나온 뒤라 그런지 기분이 한껏 좋아서는
뭐라 중얼거리며 따라가는데 어쩌면 평범할 수 있는
이 한 가족의 모습이 제 머리를 꽝 하고 때립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가족이다 싶어서 젊은 남성분을 보면서
미소 띤 얼굴로 살짝 눈인사를 하니 그 분도 제 의중을
아셨는지 똑같은 눈인사를 살짝 해주십니다.
마음에 감동을 품고서 매장으로 들어가 부랴부랴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려는데
40대쯤으로 보이는 젊은 분이 햄버거 3개와 음료 두 잔
튀긴 감자 2개를 가지고 제가 앉은 옆 자리에 앉습니다.
세트메뉴 2개와 단품 햄버거 한 개를 주문했나 봅니다.
속으로 “헉 혼자 저걸 다 먹을 수 있나”싶었는데
잠시 후 남자분의 부인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할머니
한 분을 부축해서 합석을 합니다.
저는 또 섣부른 판단으로 “아이구 할머니면 햄버거를
잘 안 드실 텐데”싶어서 곁눈질로 보고 있으려니
그건 저의 판단미스였음이 바로 밝혀집니다.
할머니께선 먼저 캐첩을 짜서 감자튀김을 찍어 드시는데
그 손놀림이 이미 그 분야의 프로로 보입니다.
햄버거는 앞에 앉아있는 젊은 남성분보다 더 능숙하고
맛있게 잡수시는데 내공이 상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이라고 다 햄버거를 싫어하시지는 않았....끙..)
할머니 옆에 앉은 여성분이 말을 놓는 걸로 봐선 따님이고
건너편이 사위인 것 같은데 콜라가 두 잔뿐이라 세분이
마시기에는 조금 부족했는지 젊은 남자분이 마시던 걸
할머니께로 건네주니 사양하지 않으시고 받아 마시는
모습 또한 너무도 보기가 좋습니다.
몰래 지켜보는 제 눈에는 부럽기도 하고 아름답게도 보여
순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햄버거 가게 앞에서 다 먹고 나오기까지 길어야 20분도
안 걸렸을 건데 그 짧은 시간에 두 편의 멋진 인간극장을
볼 수 있었으니 참 행복하다 싶은 하루였습니다.
그 분들에겐 별 거 아닐 수도 있으나 제가 그리 살지 못하니
가슴에 뭔가가 남아 긴 시간을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