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짐이 없을 땐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요
지난 토요일에도 지하철을 타고 일을 하러 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바로 앉을 수 있었고 임산부전용석인
제 옆자리에는 60쯤으로 짐작되는 사람이 앉았습니다
평소대로 눈을 감고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가고 있는데
옆자리가 뭔가 부산하고 산만하다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뭐지?"하고 산만한쪽으로 무심코 고개를 돌려보다가
옆에 육십대가 똥마려운 강아지꼴을 한 이유를 알았습니다
바로 옆 출입구에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밝은색 레깅스
(이게 정확한 용어인지는 모름)를 입은 20대 초반의 학생인듯한
여성이 스마트폰에 푹 빠져서 출입문 손잡이에 기대어 서 있더군요
바로 옆 육십대는 안절부절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뒤로 뻈다
정신을 못차리는 게 웃기기도 했지만 보기에 남사스러워서
귀에대고 나즈막히 "나잇값 좀 합시다"하니 잠시 조용해 지더니만
얼마 못가 똑바로 앉아서 가던 몸이 은근슬쩍 여성분쪽으로 45도
기울어져 있네요...ㅋㅋ... 조금 더 목소리를 높이고 인상을 쓰며
"아저씨"했더니 잠시 깨갱 모드이다가 이내 포기할 수 없다는듯이
주변은 안중에도 없고 더 적극적으로 변합니다.
계속 똥마려운 강아지꼴을 하는 게 신경이 쓰여서
일단 강의를 듣던 이어폰을 빼고 어쩌는지..
더 심해지면 경찰에 신고하려고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앞태가 보고 싶어서 미치겠는지 몸을 최대한 뒤로 빼고
가자미눈을 해서 어떻게든 보려고 애는쓰건만
자신이 원하는대로는 성공을 못했는지 가뿐숨을 내쉬더니만
이내 작전을 바꿔서는 서서히 고개를 푹 숙이는 겁니다
이미 몸의 각도는 비정상적으로 틀어져 있는데다가
고개를 푹 숙이니 그 인간의 눈은 여성분의 뒤태가 바로 코 앞...
여성분은 스마트폰에 빠져서 이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고요
넋이 나가서 노골적으로 쳐다보고 있는 걸 이젠 주변에 몇 분도
눈치를 챘는지 뭐라 말을 못하지만 인상들을 쓰고 쳐다봅니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사람이 쓰레기짓을 하는 걸 계속 보고
있으려니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아주 큰 소리를 질러버렸습니다
"야이 ㅆㅂㄴㅇ 나이 ㅊ먹었으면 나잇값 좀 해라
애들한테 부끄럽지도 않냐 ㅆㅂㅅ꺄"
저를 처다보며 대들려다가 뭔가를 느꼈는지 바로 고개를 돌려 딴청을
피우니 저도 반격을 대비해 준비해 놓은 맨트를 못쓰고 있고
그 여성분은 그제서야 사태를 짐작하고는 창피했는지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려 버리는 바람에 경찰을 부를 기회도 아쉽게 놓쳐버렸네요
주변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쏘아보는 눈이 많아서인지
그 쓰레기도 두어정거장 더 가다가 문이 열리자 갑자기 후다닥
내려 버려서 이 헤프닝은 여기서 멈췄지만 기분은 영 씁쓸합니다.
편치 않은 마음을 품은체
십여분 쯤 더 가서 제가 내릴 역이라 하차하고 계단쪽으로 걸어가는데
어떤 처자가 아이스까페라테가 가득 든 제일 큰 컵을 놓쳐서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난리부르스가 났습니다
처자가 핸드백에서 부랴부랴 손수건인지 휴지인지는 잘 모를
흰 것을 꺼내길래 전 "음 그래도 바닥은 닦고 가려는 거로구나"
싶어서 내심 흐믓해하고 있었는데 처자가 궁시렁거리며 한 행동은
자기 신발과 다리와 옷에 묻은 커피 잔해만 냉큼 닦더니
바닥에 쏱아져 쫘악 퍼져있는 냉커피 만땅과 얼음조각들
그리고 컵은 그냥 놔두고 제 갈길을 가는 겁니다
그 꼴을 보고 있으려니 참으로 기가 막히더군요
성질대로면 쫒아가서 치우고 가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따졌겠지만
조금 전 전철안에서의 분노도 생각나고 아무래도 오늘은 사고를
칠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어서 비겁하게 아무 말도 못했네요...
세상에는 별의 별 사람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인간쓰레기들이
참으로 많구나 하는 걸 절절히 느껴 본 씁쓸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