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들 지내시죠?
오랫만에 글 남겨봅니다.
그간 오디오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바꿈질을 통해 깨달은게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소리가 다소 추상적이었던게 정리가 되는듯하고,
어떤 기기던 내방에 들여놓으면,
마치 천상의 소리를 들려줄것만 같은 환상에서 깨어 날 수 있었다는 것이죠.
즉 다인스피커 소리를 들으면 그 박진감있는 타격감이 좋고,
프로악스피커 소리를 들으면 감성을 녹이는
부드럽고 화사한 여성보컬의 나긋함이 좋아,
내가 어느쪽을 더 좋아하는지 햇갈리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죠.
모든 물건이 적재적소에 놓여져야,
부자연스런 어색함이 없이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디자인이 화려하고 기능성이 뛰어나다하여 체형에 맞지않는 옷을 입지않듯,
비록 마음은 천상을 노닐고싶을지라도,
작은방에 키다리스피커나 괘짝스피커를 들여놓는 순간,
음악을 듣는게 즐거움이 아닌 고문이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해보지않고서 알수 있으면 좋으련만,
크고작은 수업료를 치루어가며 알아가는 과정이야말로,
비용손실이 뒤따를수밖에 없습니다.
뭐 그렇더라도 길가다 강도를 만나 강탈당한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여 자진납부 한것이니, 속상하거나 억울하진 않습니다.
이 제품은 제가 10 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데,
SAFA Boom-1000(1GB) 이라는 미니 붐박스 입니다.
용도는, 주로 머리감고 샤워할때 한시간 정도 듣는데,
4W(R+L)소출력이긴하지만,
똘망똘망하고 맑아서 들릴소리 다 들리는 참 기특한 녀석 입니다 ㅎ ㅎ
얼마전 스피커하나를 장터에 내놨었는데,
대구에 거주하시는 분께서 예약하셨다가,
어제 인수하러 오셨습니다.
그런데 아내분과 같이 오셨더군요.
오디오거래하며 저희집에 부부가 오신게 처음은 아닙니다.
연인이 오신 경우도 있었고, 2 년전엔 30 대 초반의 젊은 부부도 있었죠.
저는 이런 모습을 매우 좋아합니다.
대부분의 아내분들이, 남편이 오디오질하면 눈이나 흘기지 않으면 다행인데,
남편의 취미생활을 존중하고 동반까지 해주시니,
이 얼마나 바람직하고 고마운 현상이겠습니까 ㅎ ㅎ
어제 오신 구매자님은, 저와 연배도 비슷하신데다 말이 빠른 저에 비하여,
말씀도 천천히 하시고 점잖으셨는데,
사모님의 첫인상은 날씬한 체형에 얼굴에 기품이 풍기셔서,
예민한 분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했지만,
사람은 겪어봐야 알고,
보이는게 내가 아는 전부가 아니란걸, 잠시후 바로 알게 되었죠.
20 여 분간의 청음후 마음에 드신다하셔서 포장을 하게됐는데,
훌륭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우체국박스와 뽁뽁이 한타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구매자님께서는 PVC박스와 뽁뽁이 심지어 이불까지 준비해오시는 세심함을 보여주셨고,
제가 뽁뽁이를 둘러 포장을 하고있는데,
남편분이 옆에서 잡아주시고 아내분은 일일히 테입을 잘라주시는데,
아... 정말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이었습니다 ㅎ ㅎ
두분의 도움으로 포장을 수월하게 마무리 할수 있었고,
짐을 차에 싣기만하면 되는데,
갑자기 비가 억수로 퍼붓더군요.
멀리서 저를 찾아오신분들이라 제가 식사대접을 하겠다고 하니,
괜찮다고 하셨지만,
비가 워낙 많이오니 비가 그친뒤에 짐을 싣자는 제 말에 동의하여,
마침 저의 집 근처에 한정식집이 있는데,
사모님께서도 오시면서 차안에서 맛집을 검색했더니 이 집이 뜨더라는 얘기를 하시더군요.
좋은 분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음식을 나누니,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식사를 하는 도중 사모님께서 맛집검색을 하셨다는 말씀을 또 하시길래,
아차! 싶어 제가,
혹시 두분께서 모처럼 오붓이 데이트하면서 식사하려던 계획을,
훼방놓은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했더니,
그건 아니라고 하셨지만,
내가 센스가 좀 부족했다싶은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멀리서 오신분들이라 제가 대접하려고 했으나,
남편분께서, 포장하느라 애쓰셨다며 궂이 계산을 하시는 바람에,
맛있는음식 잘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천안에 올일이 있으면, 꼭 연락주셔서 식사를 함께 하고싶다고 얘기했습니다.
비가 잠잠해지는듯하여 집으로 와서 짐을 옮기는데,
이넘의 날씨가,
갑자기 무슨 조화를 부리는지 굵은 장대비가 주룩주룩 양동이로 쏟아붓듯이 내립니다.
어찌어찌하여 싣기는했는데,
트렁크문이 완전히 닫히지않은듯하여 살짝 걱정이됐지만,
일단 가다가 비안맞는곳에 멈춰서서 옮겨싣겠다고 하시면서 출발하시더군요.
몆시간후 잘 도착하였고 소리도 잘나온다며,
스피커 안착 인증사진까지 보내오셔서 안심이 좀 되긴 했습니다 ㅎ ㅎ
직거래를하며 모두 좋은분들을 만날순 없겠지만,
그래도 열에 아홉은, 좋은 분들이었다는 기억으로 제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어제처럼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들과 모처럼 사람냄새나는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던건,
이게 바로 직거래의 묘미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가 빠지니 그 자리를 메꾸기위해 하나를 질렀습니다.
예전에 듣던 다인스피커의 소리를 다시 듣고싶어져서,
마침 구형 다인 컨투어 1.1이 보여서 질렀는데,
출시된지 20 여 년이 다 된데다, 이름모를 누군가의 손으로 돌고돌다 저에게 온 모습을 보니,
여기저기 기스도 많고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지만,
첫음을 딱 듣는 순간 모든게 용서가 되더군요.
그래 이게 바로 다인의 매력이지...
누군가는 이 모델의 소리가, 고역이 어둡게 들린다고 쓴 글도 봤지만,
심오디오 340i 와 다인 1.1의 매칭은 아주 밝고,
드럼소리의 박진감넘치는 타격감은,
제 입술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가슴깊숙히 쾌감이라는 진동으로 전해져 옵니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소리는 이런 소리였어!
이런 생각이 들면서, 옆에 있는 프로악 D2를 쳐다 보게됐는데,
그래.. 이참에 D2를 방출하고 컨투어 1.3SE를 들이자.
그러면서 방출전에 몆 곡 더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Katie Melua - The House] 앨범 중 1번 트랙 - I"d Love To Kill You - 를 듣고있자니,
농염한 목소리와 침넘기는 소리까지 끈적하고 생생하니 섬세하고 고급지게 들립니다.
햐! 이게 또 좋게 들리네요.
이래서 D2는 당분간 방출위기를 모면하게 됐지만,
그렇더라도 여전히 제가 좋아하는 소리는 다인이 확실하군요.
이러다 스폐셜 25나 40주년을 욕심부리게되는건 아닌가싶기도하지만,
그러나 그럴일은 없을것 같습니다.
제 방 구조나 앰프상태로 봤을때 그리한다는건,
체형에 맞지않는 옷을 입은 모습이 상상되면서,
아차하면 음악듣는게 즐거움이 아닌 고문이 될수도 있다는걸 알기 때문이죠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