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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의 오르간
음반리뷰추천 > 상세보기 | 2004-07-09 16:44:23
추천수 7
조회수   2,747

제목

노트르담의 오르간

글쓴이

표문송 [가입일자 : 2003-03-25]
내용





지난달 깐느 페스티벌 참관 차 프랑스에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노트담 성당입니다

유럽의 성당들은 이제 왠만하면 사진도 안찍고 그냥

눈도장 찍고 가기가 일쑤인데 역시 노틀담은 노틀담이더군요



어릴적 노틀담성당이라길래 담이 아주 높은 성당인가 보다 했는데^^

정확히는 노트르 담 드 빠리라고 해야지요

노트르 담은 Notre가 "우리" Dame가 "여인"이라는 뜻이니까

말 그대로 옮기자면 "우리의 여인" 입니다.

우리가 흔히 "마담"이라고 부르는 게 ma "나의" dame "여인"으로

단수적인 개념의 나의 여인이라면

노트르 담은 우리 모두의 여인, 인류의 여인 즉 단 하나의 여인인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꼭 대문자로 씁니다. 예컨대 같은 신이라도

dieu라고 표기하면 그냥 신이지만, Dieu라고 쓰면 유일신, 창조주,

조물주를 뜻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지요)



이 노트르담 성당이 파리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름난 동네마다 있기 때문에 그 노트르담 성당과 구분짓기 위해

정확히 표기하면 Notre-Dame de Paris 즉 '파리의 노트르담성당'이라고 표기합니다

(예컨데 택시 타고 성모병원 가자고 하면 어느 성모인지 알게 뭡니까?

영동성모병원인지 강남성모병원인지 꼭 집어 줘야지요~

같은 경우입니다)



이를테면 이탈리아의 두오모들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고딕양식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이라선지

직선으로 쭉쭉 뻗어 오른 선들이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더군요

노트르담이 지어진 13세기야 워낙 문맹률이 높기 때문에

성당 입구의 3개의 문이나 내부의 장미창에

성경의 이야기를 그림과 조각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장미창의 화려함은 그 중 백미인데, 그 화려함에 비해

실제로 사용한 색은 적,청,황,록 4가지 색뿐이라더군요.



제 혀가 짧아 더는 말 못하겠고

그냥 사진으로...



너무 좋아서 밤에 혼자 털레털레 걸어가

또 보고, 보고...



웃긴 얘깁니다만

노틀담이 그렇게 유명하다니

네델란드 로테르담에 가서 노틀담 성당 어딨냐고 찾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더군요

하긴 같은 담이니...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건 노트르담의 오르간 소리를

실연으로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

파리에 도착한 게 일요일 저녁 10시였으니

애시당초 직접 듣기는 글러먹은 일이었죠



노트르담에 가보지 못한 그 옛날부터

노트르담 오르간의 그 독특한 소노리티를 좋아했었습니다

기욤 드 마쇼의 노트르담 미사곡을 들어 보고는

노트르담의 미사에 직접 참례해 보고 싶어했었습니다

그 둘 다 이번에 하지 못한 셈...

다만 노트르담성당의 오르간을 눈으로만 구경하고

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요.



성모마리아성당이라는, 어쩌면 여성적이기까지한

노트르담의 이름과는 달리 오르간 소리는 정말로

웅장하고 숭고하고 거룩하고

때론 위압적일만큼 남성적이고 위풍당당합니다.

아마 죄많은 인간이 무턱대고 노트르담에 들어가

오르간 소리를 듣는 다면 오줌을 질질 흘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디오로만 듣고도 저는 약간 지렸었습니다^^)



어쩌면 Organ의 또 다른 말뜻인 기관器官처럼,

오르간은 원래부터 교회라는 건축물의 기관으로 자리잡아

교회와 한 몸체로써 교회의 목소리, 교회의 몸소리를

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그 뉘라고 노트르담의 몸 안으로 들어가

저 내면의 숭고한 소리를 듣고서 무릎을 꿇지 않을 자 있겠는지요



죄많은 자들, 두려워할지어다



서울에서 늘상 듣던 LP의 오르간 소리(사진1,2,3,4)를

마음으로만 떠올리며 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도의 배경으로 오르간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나오는 길에 노트르담에서 실연으로 연주한

미사전례곡들을 담은 CD를 한장 샀습니다(맨 마지막 사진).

이전의 LP들이 오르간곡 위주의 연주들이라면

이건 그래도 미사전례곡을 담은 만큼

노트르담의 실제 예배의 느낌을 충실히 전달해 주는 것 같습니다.

역시 오르간 연주는 언제나 처럼 삐에르 꼬슈로의 것.

오랫동안 노트르담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 봉직해온 그의

헌신적인 손길이 느껴집니다

뽀너스로 노트르담의 종소리들도 담고 있어서

직접 듣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 주었지요.

장미창이 더 없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혹시라도 노트르담에 가게 된다면

장미창이 그려진 이 음반을 집어 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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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postech.ac.kr 2004-08-03 06:10:43
답글

같은것을 보고도 느끼는 것과 깊이가 이리도 다를수가...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현진현 2004-08-24 06:18:37
답글

숨겨진 내공의 깊이에 그저 감탄할 따름입니다. 저는 지금 유군의 금목걸이 땜에 여지껏 날밤 까고 있답니다. 생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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